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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미래다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plus.kr
  • 입력 2012.10.10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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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잃는 것은 조금 잃는 것이오. 명예를 잃는 것은 많이 잃는 것이오. 건강을 잃는 것은 모든 것을 잃는 것”이라는 누구나 알고 있는 명언이 있다. 그러나 이를 실천하기는 쉽지 않은 게 현대인의 고달픈 삶이다. 지난 9월초 중국의 유명 게임 개발사 킹소프트에서 한 직원이 근무 중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그는 올해 고작 스물다섯의 청년으로 평일 오전 시간중 회사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킹소프트 측은 죽은 개발자는 원래 지병이 있었다고 발표했지만, 과도한 업무량에 따른 과로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게임 개발사의 지나치게 많은 업무량과 밤샘 등 불규칙한 근무 시간이 도마에 올랐다. 이 문제는 비단 중국 게임업계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더 하면 더 했지, 한국의 게임 개발 환경도 일부 큰 기업들을 제외하고는 중국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게임 개발에 종사하는 인력들은 장시간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일을 하기 때문에, 요통이나 어깨, 팔목 등에 고질적인 통증을 갖고 있는 경우가 다반사다. 거기에 모니터와 씨름하다보면, 자연스레 시력이 나빠지는 것은 물론이다. 급하게 처리해야 하는 업무들로 인해 자리에 앉아서 패스트푸드 등을 주로 먹다보면 비만 체형이 되기도 쉽다.


사실상 이런 신체적인 병은 각자의 생활 습관의 개선을 통해 충분히 회복될 수 있다. 실제로 게임 개발자들을 괴롭히는 더욱 심각한 문제는 정신적 스트레스다. 타 산업에 비해 게임업계는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독특한 직업병이라는 것이 요통이나 근육과 관련된 질병 외에는 크게 없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게임 개발자들 사이에서 조금씩 고통을 호소하는 증상이, 메니에르병과 비슷한 종류인 듯하다. 메니에르병은 신경성에서 오는 현기증이나 이명, 난청과 같은 증상이다. 이는 과로나 수면 부족, 특히 만성적인 스트레스로 몸이 혹사당하면 걸리기 쉬운 질병이라고 의사들은 진단한다. 이런 증상으로부터 회복된 어느 개발자를 최근 만난 적이 있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되살려 나름의 예방법을 제시했다.


개발자에게 할당된 업무가 지나치게 많아서, 진척의 기미가 보이지 않을 때는 반드시 1주일에 하루는 쉬는 날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쉬는 날에는 게임업계의 친구보다는 다른 산업의 지인들과 교류해 잠시나마 업무로부터 벗어날 필요가 있다. 어쩌면 본업으로부터 도망치는 듯 보이지만, 업무와 휴식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이 스트레스를 줄이는 지름길임을 체감했다고 한다. 또 업무의 지연 상황을 상사에게 재빨리 보고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그는 강조한다.


메니에르와 증상이 비슷한 이 개발자들의 병은 한번 완치됐다고 해도, 재발이 되기 쉽다고 한다. 과도한 스트레스로 일종의 패배주의에 빠져 병이 재발되면 매우 심각한 지경에 이른다. 요즘 흔히 농담처럼 말하는 ‘멘붕’의 실제 상태가 되기 쉬우며 인간관계에서 오는 트러블이나 업무적 중압감을 더욱 심하게 느끼게 된다고 한다.


갈수록 지독해지는 경쟁적 환경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게임 개발자는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다. 게임의 흥행은 좋은 엔진도 풍부한 리소스도 아니다. 이를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개발자들의 열정과 노력에 있다는 건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알 법하다. 결국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어느 그룹회사의 ‘사람이 미래다’라는 기업 광고를 찬찬히 살펴보자. 거기에서 게임코리아의 원동력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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