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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개발자 지망생의 눈물

  • 안일범 기자 nant@kyunghyang.com
  • 입력 2007.01.29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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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시즌에 발맞춰 게임 학과 출신의 학생들이 일자리를 구하고 있다. ‘취업 대란’, ‘이태백’이라는 현실 속에서 게임 업계라고 뾰족한 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자리는 한정되어 있고 입사하고자 하는 이들은 많다. 오늘도 그들은 생존 경쟁을 펼친다. 그 치열한 전쟁 속에서 거의 취업에 성공할 ‘뻔’ 했던 한 개발자 지망생의 안타까운 사연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모 대학교 게임학과를 졸업한 정모(27)씨는 개발자 지망생이다. 그는 졸업을 앞두고 취업을 위해 여러 곳에 이력서를 제출했고 좋은 답변을 얻을 수 있었다. 그 중 A업체가 면접을 요청했다. 정씨는 자신의 조건과 여러모로 적합해 다른 개발사를 제쳐두고 이에 응했다. 2차 면접까지 통과한 정씨는 ‘합격 대기’라는 지시를 받았다. 현재 T.O.가 확보된 상황이며, 신규 프로젝트를 진행중이기 때문에 대기하라는 통보를 받았다는 것. A업체는 이에 덧붙여 “게임을 좀더 하고 있으면 취직시켜주겠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래서 정씨는 A업체가 서비스 하는 B게임을 플레이하기 시작했다. 그는 최선을 다하고자 ‘부분유료화 아이템’을 구매해 캐릭터 레벨 업에 매진했고 여타 개발사의 면접 요청이 들어와도 응하지 않았다. 허나 몇 일의 시간이 지나도 개발사 측의 연락이 없었다. 행여나 하는 마음에 게임을 하며 몇 주를 더 기다렸으나 기다리는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결국 정씨의 입사는 취소된 것이다.

기획/운영 책임자가 말하는 개발사측 입장
본사의 채용 기준에 특정 레벨에 도달해야 회사에 입사할 수 있다는 조건은 없다. 물론 GM을 뽑더라도 게임을 알아야 하기 때문에 ‘게임 레벨’이 기준의 하나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게임 레벨’이 절대적인 기준을 차지하는 것은 아니다. 정모씨의 문제도 이와 동일하다. 그가 채용 기준을 통과한 것은 사실이지만 T.O.문제로 입사가 취소됐을 뿐, ‘게임 레벨’의 문제는 아니다. 이 같은 일은 상호간의 오해에서 발생한 일이며, 어느 개발사에서나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 일이다. 따라서 정씨의 입장에 대해 이해는 하지만 회사의 책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면접 담당자의 입장
정씨는 기획팀을 지망했던 학생이었다. 하지만 기획팀에 T.O.가 없어 게임 운영에 대해 알려주고 싶었다. 정씨는 2~3차례 회사에 방문해서 운영팀과 이야기를 나눈 경험이 있으며, 운영팀이 하는 일과 관련해서 조금씩 배우고 있었다. 그에게 자사의 게임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아 “B게임을 플레이 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라고 권유한 적은 있다. 게임 운영을 하기 위해서는 자사의 게임을 알아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게임업계에서 근무하기 위해서는 많은 게임을 해봐야 하기 때문에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는 취지에서 이야기 한 것이다. 개인적인 채용 판단 기준에 분명히 ‘B게임의 레벨’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 같은 경우로 입사를 대기했던 C직원이 있었다. C직원은 평소 FPS게임만 해봤기 때문에 앞으로 운영할 B게임에 대해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80레벨 이상 달성하라는 기준을 제시해 준 적은 있다. 하지만 이 또한 강요한 것은 아니다. 지금 C직원은 운영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B게임에서 80레벨을 달성하려면 MMO RPG를 처음 접하는 유저라 할지라도 15일이면 달성 가능한 레벨이다. 굳이 부분유료화 아이템을 구입해야 할 이유는 없다. 당연히 부분유료화 아이템을 구매해 레벨 업을 하라고 지시한 적은 절대 없다. 정씨의 경우 부분 유료화 아이템을 구입한 것은 개인의 선택이고, 게임 컨텐츠를 즐긴 부분이기 때문에 회사의 책임은 없다고 생각한다.

정씨의 입장
일련의 사태에 대해 내 책임이 크다. 개발사가 말하는 것에 개인적인 판단 하에 행동한 것이다. 그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 단기간에 빠른 레벨 업을 하게 되면 능력을 입증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 과정을 거치면 운영팀으로 입사할 수 있다는 희망이 보였고 차후 개발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만약 개발사 측에서 좀더 명확하게 의견을 전달했다면 이 같은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돈 몇 만원이 아까운 것이 아니다. 몇 주 동안 투자한 시간도 그 동안 배운 것에 비하면 적은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면접을 요청했던 회사들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지금에 와서 ‘다시 입사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좀더 능력을 쌓아서 다시 시작할 것이다. 하지만 나와 같은 피해를 입는 이가 없었으면 하는 마음에 이 같은 제보를 하게 됐다.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말이 있듯이 정씨는 이 같은 시련들이 스스로를 더 강하게 만들 것이라 했다. 실망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또 다른 기회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A개발사 측에서 말한 바와 같이 이 같은 현상은 게임 업계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것이다. T.O.문제는 회사의 사정에 달린 것이기 때문이다. 회사 측도 이윤을 창출해야하는 업체인 이상, 계획이 바뀌면 어쩔 수 없이 T.O.도 취소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일이 옳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것이 현실이라면 결코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정씨는 오늘도 다른 개발사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언젠가는 문이 활짝 열릴 것을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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