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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옥 한국 서버 결국 폐쇄... 유저 집단 항의 움직임

  • 안일범 기자 nant@kyunghyang.com
  • 입력 2007.02.20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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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일 C2엔터테인먼트(이하 C2)는 다크 에이지 오브 카멜롯(이하 다옥)의 서비스 종료를 공식 선언했다. 그에 따라 결제 서비스는 중단됐고 서버가 종료되는 2월 10일까지 무료 서비스로 운영된다. 유저들은 서버 다운을 맞아 마지막 축제를 즐기고 있다. 서로간의 작별 인사를 나누면서 다음 기회를 기약하자는 것. 심지어 게임을 떠난 이들까지 돌아와 안부를 묻고 그들만의 추억을 이야기한다. 아름다운 이별. 허나 그들의 모험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름다운 이별. 하지만…


▲ 게임 '다크에이지 오브 카멜롯' 의 한장면

일반적으로 게임 서비스가 종료되면 게시판은 발칵 뒤집힌다. 가공할만한 게시물 도배 현상과 함께 운영팀과 회사에 대한 분노가 폭발, 욕설이 난무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다옥’의 게시판은 달랐다. 그 흔한 욕 한줄 찾아볼 수 없다. ‘아쉽다’, ‘다음 게임에서 다시 만나자’, ‘적이었지만 그동안 즐거웠다’식의 글들이 줄을 잇고 있을 뿐이다. 유저간의 커뮤니티공간인 IRC에서도 마찬가지다. ‘김다옥 씨 잘가세요. 그동안 수고하셨어요’라는 문구를 걸고 작별 인사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7개월 동안 누구보다도 큰 피해를 입은 이들임에도 불구하고 욕 한줄 없다는 것이 놀랍다. C2를 향한 분노보다는 ‘다옥’과 헤어지는 아쉬움이 더 크다는 이유에서다.

서비스 종료가 가까워지자 유저들은 나름대로의 방책을 마련했다. ‘다옥’의 개발사인 미식엔터테인먼트나 EA코리아에 항의 메일을 보내자는 움직임이 일어났고, 이것이 서명운동으로 번져 현재 EA코리아를 상대로 공식 항의를 준비하고 있다. 신규 게시판을 개설, 어떻게든 커뮤니티를 유지해가겠다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서버가 다운돼 더 이상 홈페이지를 이용할수 없을지라도 ‘만남’은 지속해 가겠다는 취지에서다. 한편 미드가드의 spearhead길드를 비롯한 상당수의 유저들은 북미서버로 이주했다. EA코리아 및 미식의 대응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버림 받은 유저들


▲ 집잃은 유저들, 어디로 가나

지난 2006년 12월 1일 일본의 ‘다옥’서비스가 종료되면서 모든 캐릭터는 북미로 공식 이관됐다. 이에 따라 일본유저들에게는 북미와 일치하는 최신 버전의 게임이 제공됐고, 신규 확장팩인 다크라이징(Dark Rising)은 무료로 공급됐다. 대신 모든 캐릭터와 길드명에 영어를 사용할 수 없다는 단점이 발생했다. 하지만 서버가 그대로 유지돼 유저들은 지금까지 플레이해온 캐릭터를 그대로 쓸 수 있었다. 일본에서 ‘다옥’의 서비스를 담당했던 BB게임즈는 이전이 실시되기 3개월 전부터 일련의 작업을 실시했고 유저들 또한 별다른 반발 없이 이에 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유저들에게는 북미 이전은 커녕 서버가 폐쇄된다는 소식만이 통보됐을 뿐이다.

지난 주 EA코리아는 유저 DB를 확보하겠다고 했으나 별다른 공식 발표가 없는 상태다. EA코리아의 노민균 과장은 “담당자를 따로 두고 현재 미식과 협의 중”이라며 “유저 DB확보 작업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EA코리아의 ‘다옥’관련 담당자의 공개를 거부했다. 현재까지 ‘다옥’관련 담당자와의 연락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월 22일 EA코리아와 첫 연락을 취한 뒤 3주가 지났지만 여전히 ‘진행중’인 것. 유저들마저 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나름대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EA코리아는 그 흔한 ‘사과 공지’나 ‘진행중’이라는 내용의 공지조차 올리지 않고 있다. EA코리아가 주장하는 ‘유저를 위한 대책’은 과연 어떤 것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Side story] ‘다옥’ 유저들의 사이버 장례식
지난 2003년 8월 불의의 교통사고로 한 ‘다옥’유저가 세상을 떠났다. 하이버니아 렐름에서 Finise라는 캐릭터로 활동하던 20살의 청년이었다. 그는 계정비를 벌기 위해 공사장에서 페인트칠을 마다않던 유저였다. 그가 세상을 떠난 후 하이버니아 렐름의 유저들은 슬픔에 빠졌다. 사실 유명을 달리 하기 전의 그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이버니아 렐름에서도 일부 유저만이 그를 알고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그를 애도하는 이는 수백명에 달했다. 지난 2003년 8월 28일, 버프엔터테인먼트의 운영팀은 Finise를 위해 영결식을 주도했다. 영결식은 10분이 멀다하고 대규모 전투가 발생하는 이메인 마차 지역에서 실시됐다.

허나 이날만큼은 어떠한 전투도 벌어지지 않았다. 평소 만나면 칼부터 꺼내던 세 국가는 놀랄 만큼 질서정연한 모습으로 장례식에 참여했다. 절차는 복잡하지 않았다. 운영자가 Finise캐릭터를 움직여, 전장을 따라 성에 잠들게 하는 방식이었다. 그가 가는 길마다 3개 렐름의 수백명이 줄지어 서 있었고 죽음을 애도했다. 안식이 끝난 후 Finise 캐릭터가 처음 발을 내딛은 메그멜 지역은 Finise의 고향이라는 칭호가 붙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옥’에 존재하는 세 국가 간의 죽고 죽이는 전쟁은 계속됐다. 허나 서비스가 중단되는 날까지 Finise의 이름은 잊혀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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