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프리서버도 돈 내고 해라?

  • 안일범 기자 nant@kyunghyang.com
  • 입력 2007.02.26 09:13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식으로 서비스되고 있는 온라인게임을 공짜로 즐길 수 있는 프리서버. 이러한 프리서버는 국내만 해도 이미 수백 개가 운영되고 있다. ‘리니지’, ‘뮤’,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라그나로크’등 쟁쟁한 게임들이 프리서버의 희생양이 되고 있으며, 이용자는 수천 명에 달한다. 이 같은 프리서버는 간단한 인터넷 검색으로도 찾아낼 수 있을 만큼 버젓이 운영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단속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무료로 운영되는 만큼 ‘업무 방해’이외에 마땅한 처벌 법규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프리서버가 돌연 돈을 받기 시작했다. 프리서버가 더 이상 프리(free)하지 않게 된 것이다.

프리서버도 부분 유료화 시대?
일반적으로 프리서버는 무료로 운영된다. 게다가 정식 서비스에 비해 비교적 많은 경험치와 게임머니를 제공한다. 때문에 몇몇 유저들은 정식서비스보다 오히려 프리서버를 선호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프리서버들이 정식서비스에서는 획득하기 힘든 고급 아이템을 유저들에게 돈을 받고 판매한다는 정보가 입수됐다. 프리서버 운영자들은 정식서비스와 달리 게임 내 밸런스를 고민할 필요가 전혀 없기 때문에, 이들 아이템을 생성해 돈을 받고 파는 것이다.

웹젠의 ‘뮤’를 도용한 프리서버인 ‘강건서버’가 대표적인 부분유료화 프리서버. ‘레볼루션’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강건서버’의 운영자는 게임 내 최고급 아이템을 생성해 이를 유저들에게 판매하고 있다. 이러한 거래는 음성적으로 이루어진다. 우선 메일이나 전화로 계좌번호를 전송한 후, 약속된 금액을 입금하면 아이템을 건네주는 것. 가격은 최고급 세트 아이템의 경우 10만원이며 그 밖에 아이템은 5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뮤’의 또 다른 프리서버인 ‘황제서버’의 경우에는 아예 결제시스템을 갖춰 놓고 유저들에게 돈을 받고 있다. 정식 부분유료화 게임들의 시스템을 흉내내 ‘캐쉬’ 개념에 해당하는 ‘RC포인트’를 도입한 것. 이들은 ‘서버운영 기부금’이라는 명목으로 돈을 받은 뒤 금액에 해당하는 만큼 ‘RC포인트’를 제공한다. ‘RC포인트’는 각종 고급 아이템을 구매하거나 레벨을 순간적으로 올리는 등, 게임을 유리하게 플레이하는데 사용되고 있다.

프리서버로 한 몫 챙긴다?
프리서버의 운영자는 게임 내에 아이템을 포함한 대부분의 게임요소를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다. 그러나 과연 유저들이 언제 문을 닫을지도 모를 프리서버를 하기 위해 고액을 주고 아이템을 구입할까? 이러한 의문에 대해 한때 프리서버를 운영한 경험이 있는 강현준 씨(가명)는 “약간의 밸런스를 수정하고 모양, 효과, 성능 등 아이템에 대한 가치를 높이면, 유저들은 구매 욕구를 느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강씨가 운영한 프리서버의 동시접속자 수는 약 300명. 그 중 무려 40% 이상이 유료화 고객이었다고 밝혀 충격을 주고 있다.

그럼에도 단속은 거의 전무한 상황이다. 강씨는 “보통 프리서버를 회사에서 파악하는데 3개월 이상 걸린다”며 “같은 프로그램을 이용해 2개월을 주기로 서버를 내리고 다른 이름으로 오픈하면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차피 한번 아이템을 구매한 유저는 다시 구매할 확률이 거의 없으므로 오래 운영해봤자 손해”라며 “유저들에게는 군대 간다고 말하면 깔끔하게 끝난다”고 덧붙였다. 결국 강씨는 2년 동안 프리서버를 운영했지만 단속은 단 한 차례도 받지 않았다고 한다.

프리서버 일파만파 … 너도 나도 운영자?
이 같이 프리서버가 돈이 된다는 소문이 돌자 ‘인포마스터’와 같은 웹사이트에서는 프리서버 구축 프로그램을 사고파는 이들까지 생겨났다. 이들은 주로 인터넷 커뮤니티를 개설해 3천원에서 2만원정도의 가입비를 받고 프로그램을 다운할 수 있는 권한을 준다. 게다가 프로그램의 설치부터 서버를 구동시키는 방법과 운영하는 방법까지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다. 한편, ‘네이트온’이나 ‘MSN’과 같은 메신저 프로그램의 원격조종 기능을 이용해 프리서버를 구축해주는 이들도 있다. 실제로 3천원에 ‘레드문’ 프리서버를 구축해주는 유저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이는 ‘리니지’,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등도 마찬가지다. 대행업자들은 “프리서버를 스스로 구축할 능력이 없는 유저들은 대부분 전문가들을 섭외, 서버를 만들고 운영을 통해 수익을 올리겠다는 생각을 한다”면서 “유저를 모으는데만 성공하면 수익은 거의 보장된다”고 구입을 권유했다. 그러나 앞서 소개한 강씨는 “전문적인 프로그래밍 지식이 없으면 제대로 된 운영을 하기 힘들기 때문에 결국 돈만 날리게 된다”고 충고한다.

재주는 '게임업체' 가 부리고, 돈은 '프리서버' 가 번다!
이 같이 프리서버를 사이에 두고 많은 돈이 오고 가지만, 단속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실정이다. 단속이 채 이루어지기도 전에 서비스가 종료되기 때문이다. 이때 유료결제를 한 유저는 결코 어디에서도 피해를 보상 받을 수 없다. 오히려 프리서버인지 알면서도 이용한 유저 역시 불법행위를 한 만큼 제대로 신고조차 할 수 없다. 게다가 법적으로도 유저가 아이템을 구매해 1개월 이상 사용할 경우, 정상적으로 컨텐츠를 이용한 것으로 해석한다. 이 경우 설령 불법 서비스라 할지라도 운영자는 환불의 의무가 없다. 결국 이러한 일을 막기 위해서는 유저 스스로가 프리서버를 이용하지 않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프리서버를 통해 해킹도 이루어져…
전 프리서버 운영자 강모씨는 또 하나의 충격적인 이야기를 털어놨다. 바로 프리서버를 통해 해킹이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것. “프리서버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추가 프로그램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이때 해킹 툴을 몰래 심어놓으면 유저가 깨닫기 전에 해킹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강씨는 이어 “만약 들키더라도 이를 발뺌하는 사과 공지 하나만 띄우면 유저들은 더 이상 항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프리서버 유저는 정식 서버와 같은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사용하는 유저가 대다수”라며 “회원의 개인정보를 가지고 정식 서버 계정에 접속해 아이템을 빼돌려 팔아본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이어 그는 “프리서버를 이용할 때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자칫 큰 위험에 빠질수 있다”고 경고했다.

저작권자 © 경향게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