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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판 봉이 김선달 등장?] 게임판 봉이 김선달, 50배 돈튀긴 사연

  • 안일범 기자 nant@kyunghyang.com
  • 입력 2007.03.12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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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강물을 팔았던 봉이 김선달. 그에 필적할만한 유저가 게임계에 등장했다. 그는 등장 한지 단 3개월 만에 기존 베테랑 유저들이 보유한 게임 머니의 수 십배에 달하는 금액을 모았다. 결코 불법프로그램이나 게임 내 버그를 이용하지도, 현금 거래를 통해 구입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하루에도 수십만이 방문하는 팬 사이트에 글을 올렸을 뿐이다. 기막힌 그의 ‘돈버는 비결’을 담아봤다.

버그보다 더 쉽게 돈버는 법
지난 2006년 9월 A씨는 한 웹 사이트에 ‘버그 보다 더 쉽게 돈을 버는 법’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 내용인 즉슨 경매장에서 가장 값싼 아이템을 구매 후 10%가량의 프리미엄을 붙여 재경매하면 다음날 모두 팔려있다는 것이었다. 유저들은 대부분 이 글을 비웃었지만 이들 중 일부가 글의 내용을 실험했다. 그 후 게임계의 판도가 변하기 시작했다. 게시글에는 ‘이 글은 진짜다’, ‘나도 효과를 봤다’는 댓글이 하나둘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에 혹한 유저들이 같은 방법으로 아이템을 구매 후 판매했고, A씨는 다시 그 아이템들을 사들였다. A씨의 구매로 인해 이득을 얻은 유저들이 A씨가 올린 글에 수 백개의 리플을 달기 시작했고, A씨는 경매계의 대부로 칭송받기 시작했다. A씨는 이를 노렸다. 예전부터 구매해놓은 싸구려 아이템들을 팔기 시작한 것.

이는 수백개에 달했고, 시세는 구매시와 비교해서 10배 이상 뛴 상태였다. 유저들은 수익을 얻기위해 어김없이 아이템들을 구매했고, 다시 10%의 프리미엄을 붙여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A씨는 투자금액의 3배가량을 벌어 들였다. 이후 A씨는 한동안 경매장을 이용하지 않았다. 황당한 것은 A씨가 손을 뗀 후에도 ‘싸구려 아이템’들의 가격이 계속 뛰었으며, 유저들은 여전히 아이템을 구매해 돈을 벌고 있던 것. 게시물의 댓글이 1,000개가 넘어가던 때에 슬슬 ‘실패’를 본 유저들이 등장했다. 우습게도 ‘실패’한 유저들은 ‘경매장 버그’라 이름 붙여진 이 행위를 제대로 사용할 줄 몰라 ‘실패’한 것으로 매도됐다. 수 십가지에 달하는 ‘경매장 버그로 돈 벌기’ 노하우가 등장했고, 유저들은 패치되기 전에 돈을 더 벌 궁리에 빠져들었다. 허나 그 ‘돈’은 돌고 도는 것이었다.

A씨의 과감한 시세조작
어느 정도 돈을 긁어 모은 A씨는 같은 사이트에 새로운 글을 올렸다. ‘경매장 버그’가 중급 아이템들에게도 해당된다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더욱 폭발적인 반응이 일었다. 기존의 ‘경매장 버그’유저들은 물론 싸구려 아이템을 팔아서 돈을 모은다는 것을 믿지 못했던 유저들까지 합류했기 때문이다. 돈을 더 끌어 모으고 싶었던 많은 유저들이 중급 아이템의 구매에 열을 올렸다. 물론 A씨가 이미 수 천개에 달하는 아이템을 구매해뒀음은 두말할 필요 조차 없다. A씨는 이번에도 아이템을 모두 구입했고 ‘성공’하는 유저들로 넘쳐났다. 이후 A씨는 판매에만 열을 올렸고, A씨가 가지고 있던 아이템은 모두 팔렸다. 그가 최종적으로 확보한 돈은 원금의 50배에 달했다. 그날 이후 그는 더 이상 ‘경매장 버그’를 퍼트리지 않았다.

한 동안 이 시스템은 매우 잘 유지돼 유저들의 돈은 또다시 돌고 돌았다. A씨가 아닌 몇몇 수혜자들이 등장했고 그들의 조언에 의해 이 시스템은 꾸준히 유지될 수 있었다. 허나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전 재산을 탕진해버리는 유저들이 늘게 되었고 더 이상 돈을 벌 수 없다는 사실이 유저들에게 알려졌다. 그들은 “버그가 패치된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허나 그 누구도 A씨를 의심하는 이는 없었다. 이와 같은 진실이 밝혀지게 된 것은 A씨가 자신의 일을 게시판에 고백하면서 부터다. A씨는 “‘경매장 버그’는 실존하지 않으며 모두 나의 조작”이라며 “그저 장난 삼아 해 본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피해를 본 모든 사람들에게 사과드리며 그 돈으로 신규 유저를 돕고 있다”고 밝혔다. 끝내 그는 유저들 사이에서 또 하나의 전설(?)이 됐다.

경매장 버그란?
‘경매장 버그’는 실존하지 않는 것으로, A씨가 조작한 것을 유저들이 버그로 받아들여 탄생한 단어다. 유저들은 ‘판매만 하면 무조건 이득을 취할 수 있는 신종 버그’로 인식하고 있지만 사실은 A씨가 모두 구입한 것. 실상을 알아보면 B라는 유저가 프리미엄을 붙여 판매하면 가격이 오르고, 다시 이 가격이 오른 물건을 C라는 유저가 구매해 가격을 올려 팔고, D라는 유저가 다시 구매해 가격을 올려 판매하는 방식으로 반복되는 것. 먼저 아이템을 판 유저는 물건이 팔린 것으로 이익을 얻고 다음 판매한 유저는 추가 이익을 기다리는 상황이 된다. 이로 인해 아이템의 시세가 치솟았고 A씨는 이를 이용해 보유한 아이템을 고가에 판매, 수십배의 이득을 챙겼다. 유저들은 A씨가 이를 밝힐 때까지 문제점을 알지 못했으며, 개발사도 이것이 버그가 아니기 때문에 어떠한 패치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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