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검찰청」구태언 검사
「서울중앙지방검찰청」구태언 검사
  • 유양희
  • 승인 2004.12.06 2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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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新암행어사’, 사이버세상 정화 나선다!”

추석 연휴 직후인 30일 오전 구 검사는 출근과 동시에 ‘1318경’이라는 어마어마한 사이버머니가 해킹 당했다는 보고를 접했다. 시가 상당 164억여원의 엄청난 액수다. 수사를 위해 당시 올라온 자료를 살펴본 구 검사. “몇 번의 키보드 놀림으로 거대회사 하나가 거의 ‘폭격’ 당한 것 같은 모습”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한다.

즉각 수사에 착수했지만, 일단 152개의 가상 아이디 중 어떤 것이 진짜 범인인 지를 가려내는 것이 난관이었다. 152개의 아이디가 해킹을 이용 불법으로 사이버머니를 충전 받게 됐고, 이후 중개상을 통해 3천3백여 개의 아이디로 넘어가는 방식이었다.

그는 “사이버상의 마일리지가 온라인 상에서는 실제 돈과 같은 효용을 내고 있고, 실제 한 기업을 쥐고 흔들 정도의 어마한 규모의 범죄”라고 설명한다. 얼굴 없는 사이버 상의 범인을 잡아내는 것은 생각만큼 녹녹한 일이 아니다. 구 검사는 152개의 아이디를 면밀히 조사해 들어가는 작업을 시작했다. 가상의 아이디긴 하지만 그중 핵심 아이디는 분명 범인의 것임이 틀림없었기 때문이다.

핵심은 범인의 ‘사소한 실수’를 잡아내는 것이었다. 범인은 종적을 감추기 위해 거의 모두 PC방 접속방식을 썼다. 지루한 추적, 드디어 꼬리가 잡힌 것은 광주의 한 건물에서 PC방과 옥탑방에서 한 아이디의 접속이 발견된 시점이다. “긴 추적이었지만, 드디어 수사의 물꼬가 트이는 시점이었다”고 구 검사는 당시를 회상했다.

즉 범인이 PC방에서 작업을 하다, 옥탑방의 은거지에서 또 한차례의 접속을 시도한 작은 실수를 범한 것이다. 하지만 하나의 아이디 추적이 수사의 끝은 아니었다. 한 사람을 잡는 즉시 이와 연결된 중개상들이 일순간에 흩어질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한날 한시 이와 연결된 곳곳에 기동수사대를 파견해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하지만 아쉽게도 사이버도매상 3명을 놓쳤고 현재 지명수배 중에 있다. 구 검사는 “도망간 나머지 3명 역시 빠른 시일 내에 잡도록 노력하겠다”고 특유의 날카로운 눈매를 번뜩였다. ||수북한 서류더미들, 노트북을 비롯해 무려 네 대의 모니터가 구 검사의 책상을 빼곡이 매우고 있다. 그가 컴퓨터수사대로 부임한 것은 지난 2002년께다. “검찰 전체 20여 개 부서 중 컴퓨터수사대의 협조수사가 필요하지 않은 곳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라고 은근한 자부심을 드러내는 구 검사.

이번 게임사이트의 사기극은 컴퓨터수사부 전체성과의 작은 일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업계와 정계의 비리에서부터 단순한 인터넷민원, 불법 문자메시지까지 컴퓨터수사대의 수사망은 그야말로 ‘광활’하다. 컴퓨터수사라는 특수분야인 만큼,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분야기도 하다.

배치된 검사들 역시 기존 정보통신분야에 높은 흥미도를 지닌 인재들로 구성되는 것은 물론, 배치 이후에도 6개월 여의 관련 전문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수사 과정에서도 끊임없는 연구과정이 필요한 것은 두말할 나위 없는 일이다. 나날이 발전하는 사이버범죄 기법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범인들보다 앞선 공부가 필수인 셈이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하는 게, 바로 수사의 한 과정입니다. 범인들을 모르고서는 절대 잡을 수 없는 건 자명한 일”이라고 말하는 구 검사. 지난해 7월부터 올 7월까지 1년여간 미가주의 산타클라라대 로우스쿨 방문학자로서 지원했던 것 역시, 좀 더 많은 ‘공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컴퓨터수사대에는 최소 4년여의 근무기간을 요구한다. 전문성이 강한 만큼, 수사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그는 “늘 새롭게 등장하는 범죄기법을 따라잡아야 하는 것이 수사의 핵심인데, 그런 새로운 기법 역시 기존의 경험이 없다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책상 위에는 피터드러커의 ‘넥스트 소사이어티(next society)’가 놓여있다. 다음 사회의 흐름에 대한 예견만큼 수사의 집중도를 효과적으로 높여주는 방법도 없기 때문이다.

구 검사는 “최근의 온라인게임사이트의 해킹사건이 시사하는 바가 그래서 더욱 크다”고 말한다. “이번 사건은 향후 닥칠 온라인 상의 문제의 단적인 예견”이라고 말하는 구 검사. 범인들의 조직적 움직임이 이를 더욱 뒷받침하는 셈이다. 마일리지라는 디지털 상의 부호가 이제 나라 경제와 전반을 뒤흔드는 중요 요소로 부각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책이 요구되는 것 역시 당연한 일이다.

“모르고도 당할 수 있는 일이고, 더불어 범죄를 저지른 범인들 역시 죄의식이 희박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구 검사는 지적했다. “하물며 우리가 초등학교 때 배운 도덕책 속에 ‘사이버 상에서 백원을 훔치는 것은 범죄’라는 개념이 한 군데라도 있었냐”고 농담처럼 반문하는 그의 표정엔 아쉬운 웃음이 남는다.

잡힌 범인들 역시 수갑을 찰 때야 비로소 어느 정도의 죄를 저질렀는지 감을 잡는 눈치라고. 더불어 기존 네트워크 보안에서의 허점을 노리는 범죄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은 브라우져 화면 안에서의 조직범죄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도 수사가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다. ‘백인백색’ 회사마다의 스크립트를 파악하는 것이 말 그대로 ‘모래사장 속에서 바늘을 찾는’ 작업이기 때문.
그는 이어 “조직적으로 그리고 목적과 대상이 치밀하게 계획된 범죄로 이젠 사이버 범죄가 나라경제를 잡고 흔들 수 있는 경지에 올랐다”고 말했다. 최근 급속한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사이버 범죄. 구 검사는 “사람들이 인식하는 것 이상 사이버 범죄는 날로 극악화 돼 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더불어 어떤 범죄고 이제는 컴퓨터와 더 이상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핵심이다.

즉 오프라인 범죄가 더 이상 오프라인으로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를 이용해서 은행을 터는 범죄를 ‘자동차 범죄’라고 하지 않는 것처럼, 이젠 자동차와 같은 일반적 도구가 컴퓨터가 된 셈”이라고 구 검사는 말한다.

내년 초, 그래서 구 검사가 몸을 담고 있는 컴퓨터수사부는 ‘첨단범죄수사부’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컴퓨터가 희소하던 시기는 이미 지났고, 이를 이용한 첨단 범죄를 소탕하겠다는 의지다. 이를 위해 디지털증거 분석기법의 연구, 장비와 기술 등도 더불어 확대될 방침이다. ||시원시원한 설명, 통쾌한 구 검사의 말투가 업무 이상의 열정을 보여준다. 컴퓨터와 기술에 대한 해박한 지식, 구 검사에게 있어 그런 것은 단순한 억지 지식이 아니다. “중학교 2학년 때, 당시 ‘꿈의 기계’로 불리던 ‘애플2’컴퓨터를 아직 잊지 못한다”는 구 검사. 컴퓨터라는 이름도 낯설던 당시로서는 말 그대로 ‘꿈의 기계’였음에 틀림없다.

그렇게 구 검사는 늦은 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자판을 두드리며 컴퓨터와 연을 맺기 시작했다. ‘동심’에서부터 컴퓨터에 대한 각종 정보와 공부는 시작됐고, 자연스레 ‘취미’이상 준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얻게 됐다. 이후 그는 소신대로 법학과에 입학, 사법고시 합격의 꿈을 이뤘고 일반형사부에서 4년가량을 근무했다.

지난 2002년 컴퓨터수사부에 발령받게 되며 ‘더욱 적성을 찾았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그가 현재 컴퓨터수사부에서 맡고 있는 업무는 ‘기술유출범죄수사센터’·해킹등 네트워크 침해·인터넷 민원 등이다. 타 부서의 수사협조가 날로 늘고 있어 분야를 막론하고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다.

매일 쏟아지는 서류들에 퇴근시간이 기약없는 것은 불 보듯 훤한 일. 인터뷰 중 걸려온 부친의 전화가 그의 처지를 잘 보여준다. 수술에 들어가기 전 통화, 아버지를 걱정하는 구 검사의 목소리에 사뭇 죄송스러움이 묻어나는 것. 매섭고 날카로운 눈매로 사이버범죄를 설명하던 구 검사가 한없이 나약해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지난달 그의 방에는 새로운 ‘간판’ 하나가 더 붙었다. ‘기술유출범죄수사센터’가 그것이다. 국내 기업의 기술을 해외로 빼돌리는 범죄자들을 구 검사는 ‘매국노’라고 명백하게 규정한다. “함께 기술을 연구한 동료 중 하나였다면 동료에 대한 배신감은 그나마 작은 것일지언정, 나라 전체에 대한 명백한 반국가적 범죄”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구 검사.

그는 “그나마 현재 우리나라가 앞서나간다고 자부하는 분야를 팔아먹는 건, 여타 범죄보다도 더 죄질이 나쁘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가 1위라고 자부했던 핸드폰기술과 각종 온라인 기술 등은 현재 중국을 비롯한 여타 국가와의 격차가 날로 좁아지고 있다. 이에 대표적 예가 바로 온라인 게임. 온라인 게임의 해외기술유출 역시 구 검사가 최근 눈여겨 보는 사안이다.

오프라인 범죄가 점차 온라인화 돼 가고 있는 요즘. 온라인 게임에서 홈쇼핑, 정치와 경제, 흉악범죄까지 구 검사가 가야할 곳이 너무나 많다. 하지만 그는 눈빛에는 자신감이 충만하다. “범인을 잡아내고 새로운 지식을 공부하는 것만큼 보람찬 일도 드물다”는 구 검사. 사이버 세상을 지켜보는 그의 눈은 누구보다 날카로우면서도 따뜻하게 빛나고 있었다.

사진=유영민 기자|youmin20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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