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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3주년 특별기획 Connecting People 3> “이제는 말할 수 있다. 기자방담 1년의 이야기” ①

  • 유양희 press@khplus.kr
  • 입력 2004.12.06 19:29
  • 수정 2012.11.27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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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네 아빠도 게임 만드니?” 모회사 K사장에게는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여덟살박이 아들이 하나 있는데요. 최근 학교에서 벌어진 아들의 해프닝에 K사장이 씁쓸한 웃음을 감출 길이 없었다고 해서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뭐, 수많은 게임 개발사들에서 ‘밥 먹는 것 보다 자주 하는’것이 야근일텐데요. 가정을 꾸린 뭇 많은 남성 종사자들이 이 같은 업무 특성으로 ‘여우같은 아내, 토끼같은 자식’을 ‘가뭄에 콩나듯’ 봐야하는 서글픔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일이겠죠.

K 사장 역시 일주일에 한번 꼴로 집에 들어가는 ‘철야 강행군’을 이어오고 있었는데요. 아빠 얼굴을 자주 못 보는 아들, 일기에 ‘아버지가 게임을 만들기 때문에 집에 자주 못 온다’는 내용이 종종 비쳐지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같은 반 친구가 일기에 ‘아빠가 집에 자주 못 와서 슬프다’는 내용을 적어내자 선생님이 면담을 했다고 합니다. 옆에서 이를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던 K사장의 아들, 천진한 한마디를 던졌던 것이죠. ‘아빠가 자주 못 와서 슬픈’ 반 친구에게 ‘너희 아빠도 게임 만드느라 집에 못 오는구나’라는 위로 어린 분석을 내렸던 것이죠.

선생님의 가정상담전화를 통해 이 해프닝이 전해졌다고 하는데요. K사장 웃으면서 들었지만, 눈가에 사뭇 눈물이 고이더랍니다. 하루빨리 게임개발하는 아버지들의 수고가 빛을 보시기 바랍니다.

■ 방담 이후 : “아이 위해서라도 좋은 게임 만들어야죠…”
방담의 주인공은 모바일게임 개발사 지팩의 길용성 이사다. 게임 개발사에 근무중인 무릇 많은 ‘아저씨’들이 공감할 법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공개 당시 많은 공감을 얻었던 이야기다.

“저 혼자만의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게 오히려 서글픈 일이죠. 한번은 옆집에 아이를 맡겼다가 119를 부른 적도 있습니다”라고 길 이사는 말을 이어간다. 맞벌이인데다, 그날 따라 놀이방이 하루동안 문을 닫는 난처한 지경에 처했었다고. 어쩔 수 없이 이웃의 신세를 졌고, 저녁 퇴근길에서 충격적인 사실을 접해야 했다.

낮에 잠든 아이를 두고 수퍼에 들른 이웃, 그 사이 깨어난 길 이사의 아이가 혼자 경기를 일으킬 만큼 놀라 소스라친 것이다. 울며 문을 두드리다 못해 스스로의 목을 손으로 조르며 ‘나가고 싶다’고 소리를 질렀고, 이에 주변에서 119신고를 해 아이를 꺼냈던 것. “그때를 생각하면, 아이한테 평생 미안한 마음을 감출 길이 없다”는 길 이사. 그는 타 직종에 비해 비규칙적이고 야근이 많은 것이 게임업에 종사하는 ‘아버지들’의 가장 큰 ‘죄’라고 생각한다.

“일단은 좋은 게임 많이 만들어서 남부럽지 않은 아버지가 되는 것, 그리고 더불어 게임업계도 근무여건이 공적인 지원이 잘 닿을 수있으면 좋겠다”고 길 이사는 간절히 바라고 있다.

||“친구가 스타라서 행복해요….” 모 온라인 게임 업체의 K과장. 그에게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우정을 쌓아온 친구가 있는데요, 다름 아닌 탤런트 권오중 씨가 그 주인공입니다. 친구인 권오중씨를 얼마나 자랑스러워하는지, K 과장의 핸드폰 배경 그림·메신저 공개사진으로 모두 권 씨와 함께 한 사진을 쓰고 있는데요. 핸드폰이나 메신저만 보면 언뜻 ‘권오중 씨의 핸드폰·메신저’로 보일 정도로 그림에서 차지하는 권씨가 큰 비중이 큽니다.

사내의 한 주변인은 “주변에 사람이 많으면, 갑자기 ‘어∼오중아!’라고 소리 높여 통화를 할 정도”라며 K과장의 ‘친구사랑’을 전해왔는데요. 이에 대해 본인인 K 과장은 “워낙 어려서부터 절친한 친군데, 이렇게 공인으로서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 내가 스타된 것보다 기쁘다”는 반응입니다.

K과장 회사의 온라인 게임이 최근 마무리 클로즈베타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권씨를 통한 간접홍보효과를 노리는 지인들도 한둘이 아니라는데요. 하지만 이에 대해 K과장은”(권)오중이 팬의 상당수가 아줌마인 걸로 알고 있다”며 “아주머니 연령대가 우리 게임을 좋아할 지는 미지수”라고 날카로운 지적을 했습니다. 친구에 대한 마음이 각별한 만큼, 섣부른 노출 또한 조심스러운 눈친데요. 게임은 게임이고 어찌됐든 두 분 우정 변치 않으시길 바랄 뿐이죠.

■ 방담 이후 : “내가 만든 게임, 제일 친한 친구에게 자랑하고 싶다”
“오해받은 거 책임지소∼!” 권오중 씨의 친구는 바로 나코인터렉티브의 김준현 과장이다. 탤런트 권오중 씨와의 각별한 우정이 사뭇 ‘게임홍보’의 얕은 수로 오해 받을까 ‘전전긍긍’했다는 김 과장.

그는 “방담 나가고, 괜한 오해를 살까봐 오히려 조심스러워지고 창피하더라고요. 친구녀석 파는 파렴치한 놈이 되지나 않을까 말입니다”라며 너털웃음을 짓는다. 사내에서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방담의 주인공이 김 과장임을 모두 확연하게 알게됐다고. 김 과장은 마음을 잘 아는 친구가 있다는 것만큼 인생의 가장 큰 축복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친구가 공인으로서 활동하는 모습이 오히려 자신의 일보다 더욱 자랑스러운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듯.

“물론 오중이 녀석한테도 ‘라스트카오스’ 오픈 때에 꼭 참여하라고, 순수한 유저영입차원에서 홍보한다”고 김 과장은 말했다. 그렇다고 절대 ‘게임홍보대사’로서의 역할을 강요하는 차원은 아니다. “내가 친구놈이 공인인 걸 자랑스러워하는 만큼,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의 멋진 게임을 친구가 알아줬음 하는 것 역시 당연한 일”이라고 김 과장은 설명했다.

각자 몸담고 있는 분야에서, 서로의 일을 이해하고 격려하는 것만큼 ‘끝내주는 우정’이 사뭇 부러울 따름이다.

||본지 132호 방담에 등장했던 ‘만년 대리’ Y씨가 드디어 ‘과장’ 명함을 얻어냈다는 낭보가 전해져 왔습니다. 게임계 명실상부한 터주대감으로 통해온 Y씨. 그간 유난스럽게도(?) ‘만년 대리’ 딱지를 떼기 힘들었는데요.

초기 게임홍보업계에 같이 뛰어들었던 동기벌의 남자 홍보인들이 과장·차장·부장 등의 명함을 달고 있음에도 불구, Y 씨만 ‘민망하게’ ‘대리’ 명함을 달고 있었던 겁니다. 그들 못지 않은 ‘발군의 홍보력을 발휘했던 그녀가 왜 만년대리 딱지를 달고 있느냐’는 그간 그야말로 ‘미스테리’하고도 ‘민망한’ 일이었습니다.

이를 두고 주변에서는 ‘여자’라서 혹은 상부의 몰이해로 대리 딱지를 떼지 못한 것 아니냐는 수근거림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어찌됐건 우연이었는지 몰라도, Y씨는 방담 이후 그토록 바라던 ‘과장’ 명함을 팔 수 있었다고 하는데요. 과장 명함을 파는 날은 그야말로 지난 설움에 대한 보상을 받는 날이었다고 합니다. ‘방담의 힘’ 이라기 보다는, 그간 열심히 뛴 Y씨의 능력에 축하박수를 보내드리고 싶네요. 축하드립니다, ‘Y과장님!

■ 방담 이후 : “이젠 정말 ‘과장’이라 불러주오”
“너무너무 민망했어요…, 한편으로는 속이 후련하기도 하고(웃음).” ‘검증된 과장’으로 무려 방담 2회를 장식한 주인공은 액토즈 소프트의 윤상 과장이다. 윤 과장이 132호와 138호의 방담을 장식할 당시의 심정은 ‘창피함’이 더 컸다. 물론 이니셜로 처리되긴 했지만 워낙 윤 과장임이 확연했던 방담이었기 때문.

이후 메신저와 전화가 폭주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정말 윤 대리(당시)님이 맞냐’며 과거 회사의 동료들과 업계 지인들의 안부가 이어졌다. 윤 과장은 “서러운 속내가 여러 사람 앞에 밝혀진다는 것 자체로 당시는 ‘X팔림’이 컸어요(하하하)”라며 이내 환한 웃음을 짓는다.

방담이 불거졌던 것은 한 여름, 기자와의 저녁식사 자리였다. 평소 친분이 있던 자리였기에 술이 몇 잔 들어가며, 자연스레 ‘푸념’아닌 ‘푸념’이 흘러나왔다. 몇 달 전부터 윤 과장의 ‘승진’건과 관련된 보고가 사내에 ‘오르락 내리락’했던 시기라 그 과정에서 그녀가 겪는 ‘스트레스’가 컸던 것도 사실이다.

우연히 이 같은 속내가 방담에 포착됐고, 많은 지인들의 공감을 사게됐던 것. 창피한 한편, 비록 이니셜이긴 해도 본인의 기사라는 게 은근히 자랑스러웠다고 윤 과장은 당시를 회상한다. “승진여부를 떠나서, 그저 일하면서 겪는 속내를 털어놨다는 사실은 시원했다”며 윤 과장은 “당시 방담을 스크랩했다”고.

‘과장승진’이 이루어지며 두 번 째 방담을 탔을 때, 주변에서는 ‘드디어’ 승진했다는 축하의 메시지들이 또 한번 쏟아졌다. ‘드디어’ 검증된 ‘과장 탄생’. 그녀의 당연한 승진, 당시 기사를 엮던 중의 고민은 방담이 사뭇 그녀의 그간 노력에 ‘민폐’가 되지나 않을까 하는 점이었다. 윤 과장은 “과장으로 승진했어도, 아직도 ‘윤대리’가 입에 익은 분들이 많다”며 “과장이든 대리든,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일한 만큼 인정받는 게 가장 큰 보람”이라고 환한 웃음을 지었다.

||“경관살해 용의자 이학만이 내려 받은 그 게임은?” 서대문경찰서가 A 온라인 게임 개발사에 수사협조를 요구해 해당 업체 관계자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경관 살해 용의자 이학만이 모 온라인 게임을 내려받았다는 정보를 입수한 서대문경찰서측이 관련 회사 담당자에게 해당 IP를 추적해 달라는 수사협조를 요청한 것이죠.

7월 28일에 이 회사의 게임을 내려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하니, 살해를 저지른 날보다 3일 앞선 시점이라고 합니다. 업체 관계자는 행여 ‘살인 용의자가 즐긴 게임’으로 소문날까 전전긍긍하고 있는데요. 수사 과정에서 혹여 게임의 이름이 노출되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우연은 우연일 뿐, 관계자가 우려한 사태가 일어나지 않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범인 수사를 위한 게임 내의 IP추적이 처음은 아닌데요. 수사에 있어 첨단 수사법으로 게임업체가 일조를 하고 있다는 점에 무게를 싣는 편이 좋겠죠. 한편 영세 개발사인 A사는 폭주하는 유저의 전화를 감당 못해 전화선을 뽑아 놨었는데요. 한시가 급한 상황에서 서대문경찰서 측은 본지에 전화를 걸어 담당자의 연락처를 묻는 헤프닝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저희 본지 또한 수사에 일조를 한 셈 아닐까요.

■ 방담 이후 : “이학만 수사 일조한 ‘십이지천’”
“혹여 ‘살인범이 하는 게임’으로 이미지가 굳혀질까봐 가슴이 조마조마 했었습니다.” 경관살해범으로 지난 여름을 떠들썩하게 장식했던 이학만, 그의 추적을 밝히려는 움직임은 기가스소프트의 ‘십이지천’에서부터 시작됐다. 방담의 시초는 본지 사무실에 걸려온 서대문경찰서 모 형사의 전화에서부터다.

‘십이지천’을 만든 회사의 연락처를 수사협조 해달라는 입장이었다. 영세 개발사로서 개발에만 전력을 쏟고 있던 기가스소프트, 당시 전화코드를 뽑아놓고 모두들 ‘미친 듯이’ 클로즈베타 준비에 여념이 없던 시기였다. 본지 출입기자가 연결해 준 개인 핸드폰으로 연락이 닿았고, 범인의 IP 추적이 들어가게 됐다.

정 이사는 “당시로는 외부에 이 사실이 혹여 알려질까봐 쉬쉬했었습니다. 살인자가 하는 게임이라고 유저들이 떠날까봐 말이죠”라며 당시를 회상하는 정 이사. 당시 주변에서는 ‘우리게임이라고 외부에 알리자’는 반응과 ‘절대 비밀로 지켜야 한다’는 반응이 팽팽하게 맞섰다고 한다. 이학만이라는 화제 키워드를 빌어 게임 이름을 노출시키자는 것이 전자의 이유였고, 후자는 정 이사의 고민이었던 것이다.

다행스럽게 범인이 잡히고, 이 사건은 단순한 헤프닝 정도로 묻혀졌다. “당시 게임이름이 노출됐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긴 하지만, 결국 게임에 있어 중요한 건 게임 그 자체”란 걸 배웠다는 정 이사. 이학만이 없이도 ‘십이지천’은 지난 26일을 기점으로 성공적 상용화에 안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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