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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투스」박지영 사장 “글로벌시장 노리는 모바일사 되겠다”

  • 유양희
  • 입력 2004.07.26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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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빛 반자켓과 깔끔한 흰바지를 시원스레 입고 나타난 박 사장은 그녀의 ‘트레이드마크’인 환한 웃음으로 손님을 맞았다. 눈이 약간 벌겋게 충혈 되긴 했지만, 서글서글한 웃음은 역시나 인상적이다. 업계의 유명인사가 돼 버린 박 사장, 그녀의 이름을 떠올리면 으레 사람 좋은 웃음이 먼저 떠오른다.

이런 그녀의 웃음 뒤에 컴투스는 지난해 118억원의 매출과 4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중 해외시장에서만 순수하게 2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달 7일 코스닥 등록 심사를 청구하며, 오는 22∼23일사이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단순한 코스닥 등록에 의의를 두는 것은 아니다. 순수 모바일 게임 개발사로 국내 최초의 등록이 될 것이라는 점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돼 있다.

“아직 결과가 나온 건 아니지만, 많은 분들이 격려해주시고 기대해주시는 게 이번 도전의 가장 큰 성과”라고 박 사장은 현재의 솔직한 심정을 말했다. 비교적 어린 나이, 그것도 여사장이라는 점이 세간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하지만 그간의 길이 남들이 보는 것처럼 단순히 ‘운이 좋았던 대박’은 절대 아니었다 ‘코스닥 등록’이라는 한 가지 사안으로 1년 반 여를 준비해온 것만 봐도 그렇다. 모바일 업계에 뛰어든 지 해수로만 9년 차, 말 그대로 시장의 파동에 따라 ‘산전수전’ 다 겪은 ‘나이어린 노익장’이다.
고려대 컴퓨터공학과 3학년 때인 96년, 당시로서는 친구였던 남편과 회사를 창업해 ‘컴투스’를 국내 모바일게임의 선두주자로 ‘야물딱지게’ 키워왔다. 현재 컴투스는 확고부동의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상반기 컴투스의 모습이 예전만큼 눈에 많이 띄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분기가 컴투스에 있어 어느 분기보다 바쁜 시기였다. 작년까지만 해도 50명이던 직원이, 올해 120여명 가량으로 늘었다는 것만 봐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박 사장은 “신작 준비하고, 해외지사마다에 현지화 팀 구성하고, 또 이들에 따른 교육 시스템 잡고…, 정말 눈코뜰새 없이 바빴는데, 다들 뭐 하느라 조용하냐고들 물어보더라”며 머쓱하게 웃는다. 하반기에는 대여섯 종의 신작을 국내에 연이어 선보일 계획이다. 해외시장 공략이 병행된다는 것 역시 당연지사다.

욕심 많은 박 사장, 특히 해외시장까지 겨냥한 ‘글로벌 모바일’회사를 그리고 있다. 이미 일본시장과 유럽·미국, 중국 시장에 대한 공략을 각각 3년과 1년씩 진행해왔다. 남편이자 마케팅 이사인 이영일 이사는 중국 지사장으로 직접 현지에서 근무해오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 약간의 추가 청사진이 더 있다. 박 사장은 “국내외에서 ‘컴투스’라는 이름으로 어느 정도의 인지도를 얻은 만큼, 유력한 콘텐츠가 있다면 적극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실력 있는 모바일 개발팀의 영입은 물론 퍼블리싱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컴투스 차원의 홍보와 마케팅에 힘을 싣겠다는 것 역시 이런 목적과 맥락을 같이한다.

컴투스 중국·영국·일본·인도·미국 등 세계 5개 지사망을 통해 국내 모바일게임을 유통하는 퍼블리싱 사업을 하반기부터 개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인도 지사를 최근 설립했고 미국 지사의 설립을 준비중이다. 박 사장은 “이를 위한 조직 구성과 사업 방향을 잡는 것도 지난 상반기의 중요한 수행과제 중 하나”였다고 밝혔다.

물론 국내업계에서야 ‘컴투스’라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요즘 박 사장의 눈이 충혈 된 가장 큰 이유 중 해외시장에서의 홍보전략이다. 그녀는 “한국 브랜드를 알리는 데 시간은 걸리겠지만, 게임성을 제대로 만들어낸다면 그보다 든든한 발판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국내에는 헤아리기 힘들만큼의 무수한 영세 모바일 게임 개발사가 많다. 박 사장은 이 중 ‘옥석’을 가려 해외진출의 현지화 작업을 뒷받침하고 싶다는 것이다. 컴투스는 공모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연구 개발, 시설투자 및 국내외 해외 지사 운영비로 사용할 계획이다.||박 사장은 ‘사람 대 사람의 신뢰’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남들이 떠들어대는 거창한 ‘비즈니스’적 약속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회사에 ‘아이스크림 바를 갖다 놓자’, ‘이번 게임 뜨면 전직원 괌이나 한번 갈까’, ‘전직원 아침은 과일 샐러드로 시작하는 게 어때.’ 누구나 한번쯤 농담으로 내뱉었을 법한 저런 말들을, 박 사장은 ‘목에 칼이라도 들어온 듯’ 지키고야 만다. 소소한 말 한마디라도 지켜야 한다는 압박감에, 한 때 말수가 줄어들었을 정도다.

박 사장은 “제가 농담처럼 한 말을 10명이 듣고 웃어 넘겼어도, 분명 그 중에 한명은 진지하게 기억하고 있을 지도 모르는 일이잖아요. 그렇게 생각하면 한 마디 한 마디 맘에 안걸리는 게 없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녀의 이 같은 ‘무거운 입’이 타고난 천성 탓이기도 하지만, 또 하나의 이유는 ‘모바일 업계’라는 환경적 특성과도 맞닿아 있다. 그녀는”모바일 게임이 1인 1회사가 될 수도 있다는 특성에 주목해야 한다”며 “월급을 주고 인력을 쓰는 단순한 교류만으로 착각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그런 관계는 결국 인력 유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회사에 ‘마음의 적(籍)’을 두게 하기 위해서다.

‘내뱉은 말부터 지켜야 한다’는 소신이 그런 이유에서 비롯된다. 회사의 저력을 묻는 질문에, 일단 ‘직원들 개개인의 역량’과 ‘조직의 탄력’이라고 공치사를 돌리는 것 역시 그녀의 경영 철학과 맞물리는 부분이다.

주변에서 이 같은 ‘섬세한 배려’를 여성 CEO의 전유물인양 판단하는 것에 대해 박 사장은 “그저 사람마다의 스타일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박 사장은 타고난 CEO적 기질 대신, ‘사람 대 사람의 신뢰’를 먼저 택하고 있다. ||그녀의 좁은 어깨에 참 많은 일들이 걸려 있다. 그만큼 부담감도 클 것이란 것은 누가 봐도 쉽게 알 일이다. 박 사장은 아침에 일어나면 일단 거울을 보고 ‘자기최면’에 들어간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안되면 되게끔 하면 된다”·“우주최강 컴투스”를 머릿속에 수백 번 되뇌인다고. 더불어 그녀의 무거운 머리를 말끔하게 정리해주는 것은 다름 아닌 게임이다.

게임 회사 사장이 게임으로 머리를 정리한다니 약간은 ‘김 새는 답’이었지만, 그녀만의 논리가 또 꽤 타당하다. 박 사장은 “수많은 부서, 수많은 직원들, 수많은 문제들을 한꺼번에 듣다보면 내가 지금 무슨 말을 듣고 있는 지조차 막막해질 때가 가끔 있다”며 “생각의 정리법을 게임을 통해 얻는다”고 설명했다.

게임에 몰입해 있는 동안은 절대 다른 생각을 안 하는 것처럼, 순간의 사안에 절대 몰입을 한다는 것이다. 일단 그 순간의 고민이 끝나면 이후 5분이나 10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다른 고민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게된다는 것. 최근 2년 반 동안 ‘에버퀘스트’를 플레이하다, 최근에는 콘솔게임에 재미를 붙이고 있다고 한다.

박 사장은 “스트레스라고 하면 스트레스지만, 반대로 새로운 알을 깨는 작업이라고 생각하면 이렇게 기쁜 일도 없는 것 같다”며 “하반기 컴투스의 새로운 비상을 기대해 달라”고 으레 그녀만의 시원한 웃음으로 답했다. ‘우주최강 컴투스’라는 그녀의 농담끼 어린 발언. 결코 속 빈 농담은 하지 않는 그녀이기에, 사뭇 더 기대가 되는 대목이다.

사진=유영민 기자|youmin20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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