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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로그소프트」김록윤 사장 “온라인 ·콘솔 연동 가능한 게임 만들터”

  • 유양희
  • 입력 2004.07.12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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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트’로 남벌(南伐) 꿈꾼다.” 하반기의 첫날인 지난 7월 1일, 연세대 공학관에 김 사장이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온라인으로의 본격적 전환을 선언하고 선보인 매카닉 온라인게임 ‘바우트’의 공개 시연회 자리였다. 김 사장은 짧고 간단하게, 그리고 명확하게 한마디를 전했다.

그는 “일본을 넘볼 수 있는, 남들이 북으로 갈 때 남쪽을 벌할 수 있는 게임이 ‘바우트’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의 건담’, ‘건담’의 단순 아류작이 아닌 ‘건담’ 이상의 생명력을 가질 수 있는 게임이 ‘바우트’라고 자신하기도 했다.

그가 계획하고 있는 ‘남벌(南伐)’정책은 일본·미국시장을 순차적으로 선점하고, 이후를 기점으로 세계 각 국으로 자사 게임이 뻗어나가는 것이다.

오는 8월에서 9월말 계획된 오픈베타 서비스에 앞서 진행된 이날 시연회는 각계 많은 인사들이 참여한 가운데 성황리에 마쳐졌다. 불안과 기대감, 상기된 표정이 뒤범벅 된 김 사장의 얼굴에 희미하지만 확실한 자신감이 비쳐졌다.||'J3 인터랙티브’를 전신으로 2000년부터 ‘키드’를 이끌어온 김 사장. ‘김록윤’이라는 세 글자는 ‘하얀마음 백구’로 대신될 정도로 어린이용 게임시장에서 그의 존재는 절대적이었다. 당시 ‘스타크래프트’가 게임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했던 상황에서, 이름조차 낯설었던 ‘어린이용게임’ 시장에 고집스레 뛰어들었고, 어마어마한 반향을 일으켰던 것.

어린이용게임시장이라는 불모지에서 ‘하얀마음 백구’시리즈가 13만여 장 이라는 ‘대박 기록’을 세우며 그와 ‘키드’는 일약 스타덤에 오를 수 있었다.

김 사장은 95년부터 애니메이션채널 투니버스에 근무하는 동안 1만여 편의 어린이만화영화를 접했고, 이를 통해 캐릭터를 기반으로 한 어린이용게임에 대한 감각을 얻었다. 그런 감이 ‘하얀마음 백구’ 시리즈의 저력이 될 수 있었음을 부인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김 사장은 “‘한국 어린이 시장의 디즈니’를 목표로 뛰던 시절이었고, 어느 정도 고지가 눈앞에 보이는 듯도 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너무 순탄하기만 했던 것이 오히려 문제였을까. 월드컵으로 시끌벅적했던 지난 2002년, 국민의 대부분이 4강 승리의 감격에 눈물짓던 때. 사무실 한켠에서 또 다른 의미의 눈물을 짓는 사람이 또 김 사장이었다. 유통사들과 라이센싱 문제로 소송을 겪으며 가장 큰 위기를 맞이한 시기였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직원들 역시 월드컵의 기쁨에 도취 돼, 사무실은 텅텅 비는 날이 많았고, 개발성과가 늦어지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행복에는 행복이, 불운에는 불운이 꼬인다는 말이 있다”고 말하는 김 사장.

그는 “회사가 송사에 휘말리며, 외부에서는 ‘이 새X 저 새X’, ‘김사장 싸가지 없다’는 소까지 들려오더라”며 지난 일이란 듯 조용히 웃음을 짓는다. 송사와 스트레스, 김 사장은 핸드폰을 없애버리고 외부와의 연락을 일체 두절한 채 1년여를 보냈다. ||게임 외적인 요소들로 지난 2002년 가장 큰 난관을 겪어내야 했던 김 사장. 밤에는 불면에 시달리기 일쑤였고, 급한 대로 운동을 시작했던 것이 ‘특공무술’이었다.

오전에는 연세대 경영대학원에서 공부를 하고, 밤이면 도장에서 미친 듯이 땀을 뺐다. 그 이후에 비로소 ‘녹초처럼’ 잠이 들 수 있었다고. 그 1년여간 개발해낸 것이 바로 ‘바우트’다.

그는 “나는 단어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며 “그렇게 녹초처럼 밤에 잠이 들 때면 떠올랐던 단어가, ‘매카닉’과 ‘콘솔 네트워크’였다”고 설명했다. ‘매카닉’에 대한 신념이 생기는 순간이었다. 그의 그런 ‘감(感)’은 쉽사리 말로 설명이 되지 않는 어떤 ‘본능’이다.

‘어린이 게임’을 만든다고 했을 때처럼, ‘매카닉’이라는 단어에 동의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이후 주변인들의 ‘설득작업’에만 6개월 여를 소요했다. 로봇 프라모델을 직원 각각에게 떠 안겨주고, 직접 만들고 나서 얘기를 하자고 했다. 개발진은 그 과정을 통해서 비로소 그의 그런 ‘감(感)’과 확신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만큼 그가 갖는 집요함과 집착은 ‘무서울 정도’다.
그런 설득과정을 거쳐 게임이 나왔고, 최근 일본과 대만, 태국, 싱가폴의 프레젠테이션에서 기대 이상의 반응을 얻었다. 일본의 소니 측 한 관계자가 했던 말을 떠올리면 김 사장은 아직도 소름이 돋는다.

“이것은 한국인에게서 나올 수 없는 스타일이다.” 한국인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하면서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그 관계자의 속내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자존심이 상하는 한편 그 이상 그들을 위협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한국행 비행기 안에서 김 사장은 내내 전율을 느껴야 했다.||‘바우트’를 통해 그가 꾸는 꿈은 원대하다. 일단 오픈베타 서비스를 통해 온라인 시장에서의 게임성을 인정받고, 이후 X박스라이브 기능을 추가해 콘솔시장에 진입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PS2네트워크 기반의 게임까지도 포함하고 있다. 현재 콘솔네트워크와 관련된 기술은 올 하반기 제품발표회를 목표로 60%가량 자체 개발이 완성된 상태다.

온라인과 콘솔, 그리고 둘 간의 연동을 위해 지난 1년여를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히려, ‘키드’가 출발했던 시절부터 그의 꿈이었다. ‘키드’시절 그를 만났을 때 들었던 ‘뜬구름’같던 말들이 이제서 구체적으로 드러난 셈이다. 그는 “단순히 돈 이상의, 한국인만의 스튜디오를 만드는 게 꿈”이라고 숨을 칼을 꺼내듯 조심스레 말했다.

김 사장은 이젠 한국에도 ‘그럴싸한’ 게임개발 스튜디오가 나와줘야 할 때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는 “저는 답답할 만큼 단어에 대한, 그리고 감에 대한 집착이 집요한 사람입니다. 앞뒤 두절하고 어떤 단어가 하나 불현듯 떠오르면 거기에 사나흘, 6개월 1년을 매달리는 한이 있더라도 그 이유를 찾아내고 말죠”라며 농담스럽게 웃는다.

그런 집착이 ‘하얀마음 백구’ 시리즈에서 나왔고, 그는 그때와 똑같은 기분을 지금 느끼는 것에 신기해하고 있다. 그의 머릿속에 현재 떠오르는 단어는 ‘매카닉’과 ‘콘솔’ 그리고 ‘한국 게임 스튜디오’다.

사진=유영민 기자 :: youmin20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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