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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룩소」김광수 사장 “에디슨 연구소 같은 회사 만들터”

  • 지봉철
  • 입력 2004.05.31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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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구 독산동에 위치한 부룩소는 ‘작은 숫소‘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온라인게임업계에서는 많이 알려져 있진 않지만, PDA관련 컨텐츠 업계에서는 꽤 이름을 날린 회사다.

2000년부터 각종 PDA용 컨텐츠를 삼성전자, HP등을 통해 공급했으며 2002년에는 제2회 모바일기술대상 정통부장관상을 수상한 이력도 가지고 있다. 나름대로 자신의 분야에서는 잘나가던 회사가 갑작스럽게 온라인게임을 만들었다. 그것도 상업적으로 힘들다고 알려진 교육용 게임을 말이다.

영어게임 ‘스펠메이지’. 이 게임은 숨겨진 알파벳을 끌고 다니는 캐릭터들이 상대방의 단어를 알아내는 턴 방식의 온라인 대전게임이다.

온라인게임 10년사 동안 교육용 게임이 크게 상업적으로 성공한 예는 한번도 없었다. ‘힘들 것’이라는 주위에 충고가 뒤따랐다. PDA 컨텐츠만 개발해도 회사를 키우는덴 전혀 지장이 없을 정도로 잘 나가는 회사였으므로 동료, 선·후배들의 만류는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나 김 사장에겐 게임업계의 발을 들여놓은 그 순간부터 가지고 있던 꿈이 있었다. 게임업계에 들어온 걸 자신의 인생의 최대 행운이라고 감히 자신있게 얘기하는, 적성에 맞고 창조적인 직업이라 너무 맘에 든다는 그런 김 사장의 꿈이 바로 ‘스펠메이지’의 담겨 있는 것이다. ||“돈을 벌어 잘되면 ‘에디슨연구소‘같은 게임회사를 만들 생각입니다. 사회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회사, 또 보람을 느끼면서 일하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 꿈이죠. 게임이 문화로 자리잡는데 조그마한 힘이라도 보태주고 싶은게 지금의 바램입니다.”

스펠메이지는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트레일러 배틀(Trailer Battle)’이란 새로운 형식을 시도하고 있는 게임이다. 판타지 풍의 캐릭터들이 알파벳을 감춘 엘리먼트 행렬을 끌고 다니며, 마법 공격을 이용해 서로의 단어를 알아내는 턴 방식의 대전 게임.

그러나 영어 단어를 맞추는 것은 게임의 형식일 뿐. 겉 모습과 달리, 영어 실력보다는 캐릭터의 위치 선정이나 공격의 종류와 순서의 선택에 따라 승부가 결정되는 전략성이 매우 풍부한 게임이다. 아동 취향의 단순한 액션 게임에 만족할 수 없었던 청, 장년층도 상당히 만족할만하다.

스펠메이지는 아이디어 빈곤과 장르 편향의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국내 게임업계의 장르 다양화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게임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김 사장은 이 스펠메이지에 대해 ‘자식같은 게임’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입소문을 타고 다양한 주부, 중·고교생 등 다양한 계층이 즐기고 있습니다. 아직 기존의 롤플레잉게임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지만 유저들의 반응이 좋아 기대가 됩니다. 2∼3개월내에 성과가 있을 것 같습니다.”||그의 생각대로 스펠메이지는 서서히 그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반응이 폭발적이진 않지만, 회사명이 의미하듯이 천천히 차근차근 목표를 향해 다가가고 있다.

‘스펠메이지’에 대한 해외게이머들의 반응도 좋다. 이번 E3를 통해 얻은 성과라면 성과다. 몇 군데 해외개발사는 수입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는 김 사장이 그 이전부터 쌓아놓은 해외인맥들의 도움이 컸다. E3 이전부터 김 사장은 GDC 등 해외 게임개발자 모임에 참석해 인맥쌓기에 열중했다. 그 결과물이 이번 E3의 좋은 반응으로 나온 것이다.

“사장도 적극적으로 나서 수출전선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스펠메이지는 국가별 대전을 지원할 정도로 글로벌한 게임입니다. 이번 E3를 통해서 이 시스템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우리나라의 독창적인 게임들도 세계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반드시 보여줄 생각입니다.”

김 사장의 게임에 대한 생각을 듣고 있으면 꽤 오래전부터 게임과 관계를 맺었던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한다. 그러나 그의 걸어온 발자취를 보면 게임과 인연을 맺은 것이 신기할 정도로 거리가 멀다. 그는 연세대 심리학과, 서울대 대학원 철학과를 졸업하고 잠시 교양강사로 근무하다 게임개발에 뛰어들었다. 서울대학교 인지과학연구소에서 에듀테인먼트 개발팀 프로젝트 매니저로 근무한 것이 인연이 됐다.

“게임만큼 교육적인 장르가 없어요. 하지만 적당하게 이 두 요소를 접목시켜야 합니다. 너무 게임쪽에 치우치면 교육적인 효과가 떨어지고 너무 교육적이면 재미가 없게 돼죠. 스펠메이지도 지금까지는 이 두 요소의 밸런스를 잡는데 시간을 들인 셈이 됐습니다.” ||김 사장의 현재는 타이밍을 잡아가고 있는 시기다. 사랑에도 타이밍이 있듯이 에듀테인먼트 게임이 성공하는 것도 타이밍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 그 시기는 멀지 않았다는 것이 김 사장이 내린 결론이다.

“유저가 많다고 상업적인 게임은 아닙니다. 돈을 기꺼이 지불하겠다고 나서는 유저가 많은 게임이 진정으로 성공한 거죠. 게이머들에게 가치를 주고 그 댓가를 정당하게 받는 것이 목표입니다. 스펠메이지는 그런 점에서 이미 절반이상은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김 사장이 게임을 보는 시각은 오랜 시간 게임업계의 종사한 사람들보다 더욱 철학적이고 심오하다. 한마디로 ‘느림의 미학’이다. 그는 게임이 게이머들에게 재미를 주기는 하였지만, 오히려 게이머들을 더욱 억압하고, 물질, 시간의 노예로 전락시켰다고 평가한다.

그가 스펠메이지로 얻고자 하는 것은 상업적인 성공보다는 게임의 본질과 본디 게임 그대로의 모습이다. 천천히 그리고 느긋하게 시간을 기다리는, 하지만 성공을 확신하는 모습. 이것이 부룩소와 김 사장이 성공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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