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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NHN」사장 “개발사에 대한 직접투자로 퍼블리싱 방향 수정할 계획”

  • 지봉철
  • 입력 2004.02.09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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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는 ‘이미지(Image)의 시대’다. 순간 순간 탄생하는 수십, 수백가지의 이미지들은 사람들에게 오래 각인되기도 혹은 찰나의 순간에 사라지기도 한다. 개인이나 기업은 물론 국가까지도 고유한 이미지를 만들고 이를 사람들의 기억에 자리잡게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세뇌라고 할 만큼 강한 이미지 인식 작업이 진행된다. 이렇게 형성된 이미지 전쟁의 승자는 대인관계에서나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보장받는다.

반면 패자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불명예스러운 꼬리표가 항상 따라다니게 된다. 한번 자리잡은 이미지들은 여간해선 무너뜨리기 어렵다. 그래서 마케팅 전문가인 알 리스와 잭 트라우트는 저서 ‘마케팅 포지셔닝’에서 “개인이나 기업, 국가간 경쟁은 궁극적으로 사람들 머리속의 이미지 싸움”이라고 설파했다.

이런점에서 단독대표이사 체제를 선택한 NHN과 김범수 사장의 이미지는 훌륭하다. 기업 가치에 있어 ‘CEO 브랜드’ 가치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위력적이란 것은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다. CEO의 능력과 이미지가 기업 이미지를 좌우하고, 기업 이미지가 기업 가치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김범수 사장과 NHN의 이미지는 그럼 어떤가? 혹자는 김범수 사장과 NHN의 이미지를 술술 넘어가는 부드러움 뒤로 은은한 맛이 오래 남겨지는 ‘녹차’에 비유한다. 인공 조미료와 온갖 향신료가 만들어내는 공격적인 맛, 자극적인 맛을 배격하고 담담한 맛, 은은한 맛을 내는 것이 ‘녹차’다. ||김범수 사장은 단독대표체제에 대해 장기적으로 자신의 색깔을 점차 없애는 작업이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래서 직접 자신이 나서는 일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김 사장 직속으로 조직된 부서들도 모두 없어진다. 시스템을 규모에 맞게 정리, 통합하게 된다.

“단독대표 체제는 의사결정과정을 보다 빠르고 공격적으로 하기 위해서입니다. 회사 내부적으로는 직접 나서는 일이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대신 협회활동이나 언론 인터뷰 등에서 많은 부분을 담당할 생각입니다.”

녹차의 은은한 맛처럼 김 사장은 전형적인 외유내강형 CEO다. 그래서 김 사장은 점잖은 편 말이 없다. 이런 이미지는 NHN의 이미지와도 연결된다. NHN은 요란스럽게 떠들지도 않고 묵묵히 지난해 연간 매출액 1666억원을 기록하며 포털업계 처음으로 1000억원대 매출시대를 열었다.

NHN은 지난해 매출 1666억원, 영업이익 657억원, 경상이익 672억원으로 매출액은 전년보다 123.3%,영업이익은 117.4%,경상이익은 156.4%가 각각 늘어났다. 이 수치는 오랫동안 포털1위를 차지했던 ‘다음’보다 높은 것으로 NHN은 이 수치를 근거로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포털사이트가 됐다.

NHN은 올해 해외진출과 커뮤니티, 롤플레잉 온라인게임 등 신규시장을 적극 공략해 매출 2400억원, 영업이익 950억원을 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중 광고 매출 430억원, 검색매출 750억원, 게임매출 1000억원, EC 매출 90억원, 기타매출 130억원의 성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올해 게임매출 목표로 잡은 1000억원은 현재 개발중인 ‘아크로드’의 매출을 포함시키지 않은 것으로 보드게임류에서만 책정한 목표다.

“아시다시피 게임포털분야에 경쟁이 치열해졌습니다. 경쟁이 치열해진만큼 차별화하기도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일본시장이 살아나고 있고 해외시장 진출을 활발히 하고 있어 좋은 성과가 기대되고 있습니다. 한·중·일을 엮는 연계채널을 확보하고 게임을 비롯한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업종을 발굴할 생각입니다.” ||지난해 NHN은 한차례 큰 홍역을 겪었다.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사행성게임의 건전성을 문제삼고 나선 것.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밑돈 것은 영등위의 심의강화가 근본적인 이유다.

일부 포털업체들은 게임머니를 포기하라는 것은 고스톱이나 포커자체를 서비스하지 말라는 의미와 같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김 사장도 이런 포털업체들의 생각엔 일단 동의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김 사장의 해법은 자극적이지도 공격적이지도 않다. 대신 사회적 타협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영등위의 규제를 염두에 둔 ‘건전성 강화’ 정책, 즉 적극적인 마일리지 정책을 한게임에 반영했다. 영등위의 문제제기를 사회적 요구로 일단 인정한 것이다.

“산업이 성장한다는 것은 여러요소들이 함께 성장한다는 것을 말합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나 방향성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해야죠. 그런 의미에서 지난해 사행성 문제는 성장통이라고 생각합니다. NHN도 사회와 함께 고민하고 발전적인 대안을 내놓을 생각입니다.”

올해 NHN은 자체개발중인 블록버스터 온라인게임 ‘아크로드’를 선보인다. 3~4종의 자체개발게임도 곧 공개할 예정이다. ‘아크로드’는 NHN이 약 3년간 70명의 개발인력과 100억원의 개발비, 30억원의 초기 마케팅 비용을 투자해 개발중인 작품으로 성공할 경우, NHN의 성장성을 담보할 기대작이다. 자체개발 게임을 선보이는 것 외에도 퍼블리싱도 보다 강화한다.

김 사장은 지난해 퍼블리셔들이 실패한 사례들을 시장에 너무 많이 내놓은 것같다는 판단을 내리고 퍼블리싱의 방향을 게임개발사에 대한 직접투자 혹은 게임구매에 맞출 생각이다.

“설레임반 두려움반으로 ‘아크로드’의 개발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또 솔직히 기대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아크로드의 경쟁작은 ‘리니지2’입니다. ‘리니지2’와 정면으로 충돌할 것을 우려하는 분들도 계시는데, 국내와 해외시장을 병행에서 공략하면 예상외의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 이번에 안되더라도 자체 개발은 계속할 생각입니다.”

김 사장은 녹차같은 CEO다. 녹차는 커피나 홍차 등 자극적인 기호품과 달리 은은한 맛과 향기가 일품인 건강 음료다. 크게 알리지 않더라도 김 사장을 믿는 사람이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그동안 김 사장은 튀지않으면서도 조용히 자신이 목표한 계획들을 실천해왔다. 해외 시장진출, ‘아크로드’의 자체개발, 엔토이 등을 통한 10대 소비자층 확보 등이 그것이다. 2004년도 마찬가지다. 언제나 그랬듯이 묵묵히 한발 한발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사진=유영민 기자|youmin20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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