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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커뮤니케이션즈 이동섭 대표 “韓日 게임 문화 교류에 전 생애를 걸다”

  • 윤영진 기자 angpang@kyunghyang.com
  • 입력 2005.10.10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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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 드러난 위업과 숨은 공헌 중 무엇이 더 위대하고, 무엇에 더 높은 무게 중심을 두어야하는가는 중요치 않다. 실제로 이 모든 노력들은 게임계의 발전에 이바지해왔고, 어느 덧 음지에서 꿈틀대던 게임업계를 양지로, 산업으로 그리고 또다시 문화로까지 발전시키는 주춧돌 역할을 해오지 않았던가. 숨은 공신의 대명사로 불리며, 마치 모험을 하듯 한 푼 가치 없어 보이던 게임 산업에 과감히 투신한 이가 있다.

그리고 그의 뒤에는 무려 12년이라는 세월 동안 게임 유통 시장의 활로 개척에 앞장서며 일본과 국내를 잇는 교두보 역할을 자청한 게임업체가 있다. 인터넷을 서핑해도 그 흔하디흔한 뉴스 한줄 찾아보기 힘들 만큼 알려지지 않은 숨은 공신. 그가 바로 이동섭(46) 대표이며, 그곳이 바로 그가 이끄는 AK커뮤니케이션즈(Amusement Korea Communication)이다.

흐르지 않는 물은 썩는다
혹자는 AK커뮤니케이션즈를 가리켜 퍼블리셔를 빙자한 모험가 집단이라고 말한다. 하나의 장르, 하나의 플랫폼에 국한된 산업을 장인정신이라 일컫는다면, AK커뮤니케이션즈는 이와 정반대의 길을 걸어왔다. 다방면에 걸친 보다 포괄적인 시장 진입에 사활을 건 것이 그것.

실제로 AK커뮤니케이션즈는 지난 1994년 처음 게임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 아케이드부터 콘솔과 PC패키지에 이르는 다양한 플랫폼을 필두로, 주변기기부터 콘솔기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유통을 거쳐, 성인전용의 겜블 게임들과 게임 서적 등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모험들을 단행해왔다. 이유는 간단하다.

“한 가지 음식만을 맛본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맛을 잊게 되죠. 마찬가지입니다. 인기 장르, 인기 플랫폼에만 치중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유저들의 권리를 빼앗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시도를 통해 보다 넓은 선택의 폭을 제시하는 것. 이 또한 퍼블리셔 업체의 의무가 아닐까요.” 게임 산업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야말로 게임업체와 소비자, 나아가 게임 산업 전반에 걸쳐 발전을 이룰 초석임을 예견한 까닭이다. 이대표는 말한다. 이러한 시도야말로 당시 함께했던 수많은 게임업체들이 도산한 이후에도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이었노라고.

시련은 있어도 포기는 없다
AK커뮤니케이션즈 수장 이동섭 사장은 누구나 인정하는 일본통이다. 단순히 일본 게임업체와의 긴밀한 협력관계 구축이나, 일본 게임들을 국내에 퍼블리셔했던 이력 때문이 아니다. 지난 1989년 일본경제사를 전공하기 위해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던 이대표는 당시 일본 게임 산업의 놀라운 발전과 성과에 고무됐다. “대단했죠. 게임이 일본의 대표적인 산업으로 발돋움했고, 당시 수많은 사람들이 게임에 열광하는 모습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유학을 마친 1994년 4월. 그는 방한과 동시에 AK커뮤니케이션즈의 모기업인 AK인터내셔널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퍼블리셔 사업에 착수하게 된다. 그러나 일본의 콘솔 게임들을 유통하기에는 불법 복제가 너무 심했을 뿐더러, 자막의 한글화가 필수적이었다. 이를 감안한다 할지라도, 일본 게임업체들의 높은 콧대는 협소한 한국시장에는 관심이 전무했다. 또한 일본 문화에 대해 개방하지 않았던 국가 정책은 콘솔기기 자체의 수입에도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에 주변기기 시장에 눈을 돌린 이대표. 하지만 정식 수입 자체에 의미를 부여할 수밖에 없을 만큼 성적은 낙제점에 가까웠다.

그러던 중 1997년 1월 드디어 기회가 찾아왔다. 정부 시책에 따라 게임관련 상품이 수입다변화 품목에서 제외된 것이다. 이와 동시에 슈퍼패미컴을 국내 정식으로 수입하며 회사는 빠른 속도로 발전을 이뤄나가게 된다.
이후 축적된 자본을 토대로 게임 개발까지 추진할 만큼 회사는 내실면에서도, 규모면에서도 절정기를 맞게 된다.

그러나 이도 잠시. IMF라는 직격탄은 또다시 AK커뮤니케이션즈의 발목을 잡기에 충분했다. 모두들 게임 산업은 가망이 없다며 하나 둘 떠날 때에도, 그만은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일본 게임 산업과의 새로운 연계를 통한 활로 모색에 앞장섰고, 플랫폼의 다변화에 포커스를 맞추며 체질 개선에 주력해오길 수년. 그 결과, 이제는 국내 업체가 아닌 일본 게임회사들이 먼저 인정할 만큼 AK커뮤니케이션즈는 한일 게임 산업의 선봉장으로, 교두보로써의 독보적인 위치에 우뚝 설 수 있었다.

울지 않는 새는 목을 쳐라
이동섭대표가 게임계에 투신했던 지난 12년은 그에게 있어 가히 역동의 세월이었다. 지난 1996년 한국 게임 시장의 올바른 발전과 AK커뮤니케이션즈의 사업 확장을 위한 방안으로 일본의 콘솔 소프트웨어를 정식으로 수입하려했던 이대표. 하지만 그의 노력도 높디높은 일본 게임 업체의 장벽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당시 남코부터 허드슨, 세가 등 방문하지 않은 일본 게임업체가 없었죠. 그런데 최소 5천장 이상의 판매고를 보장하라더군요. 국내 시장은 성공한다할지라도 불과 2천장 시장에 불과한데 말이에요.”

결국 국내 게임 시장의 규모 확대 없이는 그 무엇도 이룰 수 없다고 판단하기에 이른다. “어찌하면 국내 게임 산업의 발전을 초래할 수 있을지 고심을 해봤더니,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이 있더군요. 그때 당시 일본은 게임 선진국답게 게임개발자 양성 시스템이 확실히 자리 잡고 있었지만, 국내에는 그 흔한 관련 서적하나 찾아보기 힘들었으니까요.” 시장을 확대하고 산업의 육성시키기 위해서는 게임개발자들의 양성이 가장 시급한 문제임을 인지한 이대표. 게임 퍼블리셔 사업에 앞서 게임 서적 출간에 목을 매게 된 그는, 게임 유통론부터 제작기법 등에 대해 서술한 일본의 베스트셀러 ‘게임 대학’을 한국어로 번역, 단행본을 출간하기에 이른다.

당시 게임 관련 서적으로는 놀랍게도 무려 3천부가 판매되는 기염을 토할 만큼 높은 인기를 얻게 된다. “시장이 확산되길 기다리기 보다는 확산될 수 있는 자양분을 공급할 때 보다 빠른 시장 확대가 이뤄질 것은 자명한 이치 아니겠습니까.” 정부조차도 시행하지 못했던 게임산업 육성의 초안은 그렇게 완성됐다. 이는 울지 않는 새가 울기를 기다리기 보다는, 울지 않으면 목을 쳐서라도 울게 만드는 이대표의 불도저식 추진력이 이뤄낸 승전보가 아닐 수 없다.

목표는 결코 꿈일 수 없다
국내 게임시장에 있어서 온라인게임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게임 산업의 중심이자, 수출의 효자상품이기도한 온라인게임. 과거 PC패키지 혹은 콘솔 플랫폼을 유통하던 게임 업체들 중 온라인게임 시장에 뛰어들지 않은 곳 역시 찾아보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K커뮤니케이션즈만은 아직도 온라인게임 개발에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온라인게임 시장이 대세죠. 하지만 이는 왜곡된 시장입니다. 시장이 경제성 중심으로 흘러가다보니 자본과 인력이 몰려 시장이 급속도로 발전하게 됐지만, 결코 제대로 된 발전이랄 수는 없죠.”

그는 모두들 온라인게임 시장에 매진할 때에도 콘솔 시장 공략을 멈추지 않았고, 이제는 점차 수익성을 잃어가고 있는 게임 센타에 스티커 사진기 열풍의 도화선 역할도 자청하고 나섰다. 이뿐이 아니다. 한류의 기폭제 역할을 위해 일본 현지에 켄커뮤니케이션즈를 설립하고 ‘별을 쏘다’와 ‘지금은 연예중’ 등의 드라마를 일본에 수출했다. 이로 인해 돈벌이에만 급급해진 것이 아니냐는 비아냥거림도 적지 않게 들려왔다.

“단순히 징검다리 역할에 머무르지 않을 생각입니다. 저는 이제 게임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들의 수출과 수입을 토대로 한일 양국 간의 문화 교류에 제 생애를 걸 계획입니다. 한류를 크게 이어 나가는 것 역시 게임 수출만큼이나 국내 게임 산업 발전에 큰 힘이 될 것이 분명하니까요.” 드러나지 않았을 뿐 게임 산업 발전에 지난 12년간 온몸을 불사른 이대표의 노력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그가 진정 기대될 수밖에 없는 결정적 이유가 아닐까.

[Side Story] AK커뮤니케이션즈
AK인터내셔널은 게임 산업의 가능성과 역동성이 미래 산업의 중심으로 게임 산업이 자리 매김할 것으로 예상하고 독자적인 개발을 통해 국내 게임 산업 세계화에 일익을 담당하는 것을 목적으로 지난 1994년 4월 설립됐다. 이후 1999년 당시 한국적 특수 주변 상황의 영향으로 성장성에 한계점을 드러내고 있었던 가정용 게임 시장으로부터 탈피하고자, 일본 게임아츠사가 개발하고 ESP사가 발매한 PS용 게임 ‘루나 실버스타 스토리’를 PC용 게임으로 컨버전하는 등 게임 산업과 관련된 다양한 시도를 통해 국내 게임 산업 발전을 꾀해왔다.

이후 2000년 2월에는 IT의 급속한 변화에 따른 주변 상황에 대처하고자 AK커뮤니케이션즈로 법인 전환했다. 일본 SAN-X사의 인기 캐릭터인 다레팬더를 이용한 아동용 PC게임을 개발 발매한 것을 기점으로 삼성전자와 일본 세가토이스 사와 제휴하여 PICO소프트 개발에 참여한 바 있으며, 현재까지도 콘솔 게임 시장의 부흥을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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