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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박찬숙 “잘못된 게임산업 지원정책 간과하지 않겠다”

  • 윤영진 기자 angpang@kyunghyang.com
  • 입력 2005.11.07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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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산업의 체질 전환과 정부의 지원 정책에 메스가 가해질 전망이다. 수많은 의제를 발굴하며 이번 국정감사의 스타의원으로 급부상한 박찬숙(61) 의원. 그녀는 국내 게임 산업의 심장부라 불리는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의 부실부터, 게임 한류를 이끌어나갈 청사진 마련과 게임 초상재산권에 관한 인식부족 및 여성의 상품화에 대한 문제점 등을 낱낱이 폭로했다. 이로 인해 게임 산업에 관한 정부부처의 지원 및 관리 감독은 후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또한 문화관광부의 게임 상품권에 대한 폐단은 물론, 국내 대표적인 온라인 게임들 중 상당수가 선정성만을 강조한 잘못된 여성상을 마치 진실인양 왜곡돼온 사실도 만천하에 공개했다. 하지만 그녀의 지적에 당장 힘이 돼주어야 할 유저들은 오히려 반발하고 나섰고, 관련 정부 부처는 눈살을 찌푸렸으며, 게임업체들 또한 외면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고한 신념으로 이를 쟁점화 시킨 박의원. 그녀는 말한다. 이것이 거론되지 말아야할 사안이라면 모르되, 그것이 아니라면 누군가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필요성이 있었노라고. 단풍이 온 세상을 물들였던 지난 10월 26일 국정감사에서 게임산업의 문제점들을 가시화시킨 한나라당의 박찬숙 의원을 만나봤다.

소 잃은 멋진 외양간은 필요 없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의 대회 상금이 아무리 엄청나다한들, 그가 스포츠 의류에 자신의 이름을 빌려주고 벌어들인 수익에는 비할 바가 못 되죠. 이처럼 단적인 예를 통해서도 유명인 혹은 유명게임에 대한 초상권이 얼마나 큰 경제적 가치가 있는지를 쉽사리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17대 초선 국회의원 박찬숙. 그녀는 대한민국 여성 1호 앵커라는 수식어와 함께 지난 36년간을 방송인으로 살아왔다. 그런 그녀이기에 퍼블리시티권(초상재산권)에 대해서만큼은 그 누구보다도 남다른 관심과 애정이 있을 수밖에.

“한류 열풍 덕분에 문화생산국의 입지를 굳힌 우리나라입니다. 하지만 이를 국가의 중요산업의 하나로 일찍이 자리매김 시킨 미국 등의 선진국과는 달리, 국내는 퍼블리시티권에 대한 법률조차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그녀의 말이 이어진다. “이것은 단순히 한류스타, 온라인 게임, 드라마의 얼굴값을 찾아주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난 80년대 후반 이후 아시아를 주름잡았던 홍콩영화와 배우들이 90년대 후반 들어서면서 갑자기 사라진 이유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바로 불법복제에 대한 무방비 때문이죠.”

지금껏 문화수입국으로서 불법 복제로 적지 않은 이익을 챙겨온 대한민국. 이제 문화적 호기를 맞아 그 위상이 달라졌음에도 적절한 법적 보호 장치는 현재까지도 전무한 상태다. 이대로 방치한다면 한류의 새로운 공급마저 보장할 수 없음은 불을 보듯 뻔한 일. 오랜 방송생활을 통해 문화의 가치와 수명에 대해 그 누구보다 잘 아는 그녀가 아니던가. 박의원이 한류를 등에 업고 비상하고 있는 한국의 문화 컨텐츠 보호에 그토록 목소리를 드높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부러질지언정 휘어지지 않는다
최근 국내 온라인 게임에서 한국적인 여성상은 쉽사리 찾아볼 수 없다. 이를 대신해 비정상적으로 풍만한 가슴과 잘록한 허리, 국부가 아슬아슬하게 드러나는 자극적인 외모의 여성들이 온라인 게임 속에서 남성 유저들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 현실. “사실 게임업체들 간의 경쟁이 날로 심화되면서 게임의 선정성과 폭력성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음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사실 가슴 사이즈가 얼마며, 가슴을 드러내는 범위 등 여성의 상품화라는 것에 대한 뚜렷한 기준선이 있을 수 없다. 더불어 지금은 70년대 미니스커트 길이를 재던 시대와는 다른 디지털 시대가 아니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문제시한 박의원. 이유는 무엇일까. “온라인 게임의 영향력은 과거와는 다릅니다. 이에 따른 현실 속에서의 부작용이 이미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여성 캐릭터에 대한 왜곡된 선정성 문제가 이제는 ‘전체 이용가’ 게임으로까지 번져나가고 있습니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외모지상주의나 여성에 대한 왜곡된 의식을 조장할 우려가 적지 않죠. 온라인 게임은 이미 간접학습의 효과가 검증된 문화 상품이 아닙니까.”

하지만 그녀의 의도와는 달리 유저들의 항의가 잇따르고 있다. ‘게임은 게임일 뿐’이라는 의견은 애교에 가깝다. ‘19세 이상 등급 판정을 받은 게임에 대한 선정성 운운은 어불성설’이라는 의견부터, 심지어 ‘리니지’와 같은 효도상품을 흠집 내려는 의도라는 음모설까지. 그러나 박의원은 조금의 흔들림도 없다. 오히려 이것이야말로 잘못된 인식이 낳은 결과물이라고 꼬집는다. 대중적 인기에 가려져 간과돼왔던 왜곡된 여성상만이 대박 게임을 낳을 수 있는 편견을 넘어, 유저들까지도 호응하고 있는 왜곡된 여성상.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고치지 않는 것은, 모르는 것만 못한 것이라 강조해온 그녀가 이를 어찌 방관할 수 있었겠는가.

울지 않는 새는 목을 쳐라
“성인오락기 심사 부정 의혹과 관련해 소위원회 의원들의 자격부터 불명확한 심의기준, 명목 뿐인 사후관리까지 영등위는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녀가 지적한 영등위의 대표적인 문제점들로는 회의운영 및 기록의 부실이다. 박찬숙 의원은 국정감사를 통해 위원장의 고유 업무인 결재권을 아무런 근거 없이 사무국장이 대행하고, 정작 사무국장의 결제가 필요한 서류에는 날인 또는 서명이 빠져있는 경우가 적지 않았으며, 주된 업무인 심의 업무조차도 회의록이 위조 및 날조된 사실을 낱낱이 공개했다.

“위원 선정과정에 따른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이미 몇 차례에 걸쳐 지적됐음에도 불구하고, 영등위는 이러한 문제를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새로운 의원들이 선정됐지만, 여전히 영등위는 졸속으로 운영되고 있으니까요.” 영등위의 비위나 특정업체와의 유착 등과 관련된 의혹들을 제기하는 것이 보다 큰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은 자명하다. 그럼에도 박찬숙 의원은 기본 업무의 충실도에 포커스를 맞춰 조사에 임했다. 국회의원은 인기로 먹고사는 연예인도 아닐뿐더러, 일에는 순서가 있다는 그녀만의 신조 때문이다.

“걷지도 못하는데, 뛰기를 바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죠. 굳이 비리의혹이나 유착설 등을 파헤쳐서 드러내지 않아도 회의록을 통해 본연의 업무조차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음이 드러날 때, 보다 큰 설득력을 얻을 테니까요.” 박의원은 문제점을 제기한 것에서 머무르지 않고, 이를 해결할 혜안까지도 이미 마련해 놓고 있는 상태.

“영등위 위원 선정에 관여하는 예술원은 문화관광부의 지휘를 받는 기관입니다. 심의기관의 독립성을 위해서라도, 예술원의 영등위 위원 선정에 대한 임명권을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죠. 지금도 영등위의 사무국장이나 부장 등은 과거 문화관광부 출신들이라는 점은 문제의 소지가 적지 않을 테니까요.”

객관적이고 투명한 기준과 영등위를 견제할 수 있는 기관의 신설만이 비로소 비리의혹을 일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박찬숙 의원. 물론 이에 앞서 규정위반과 직무유기, 공문서 위조 등의 기본적인 업무에서 위법행위가 드러난 만큼 사법 조치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문제 제기부터 방안 제시, 그리고 이에 대한 사법 조치에 이르기까지 꼼꼼한 박의원의 성품이 엿보이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흐르지 않는 물은 썩는다
게임 산업에 대해 그 누구보다도 열정적인 모습을 보였던 박찬숙 의원. 지금도 그녀의 책상 위에는 임요환 선수의 사인이 놓여있을 만큼, 게임 산업에 대해 관심과 애정이 남다르다. 이러한 관심이 밑바탕 된 까닭일까. 그녀는 지난 6월말부터 게임 및 문화와 관련된 문제점들을 찾아내기 위해, 수일 밤을 샜으며,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관련 문서들을 뒤적였다.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의제들은 일부입니다. 사실은 이보다 훨씬 많았지만, 하나라도 확실히 매듭짓자는 생각에 모든 의제들을 검토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네요(웃음).”

이미 개정을 준비 중인 법률안만 30여개에 달할 만큼 왕성한 의정활동을 펴고 있는 박의원. 하지만 아직도 멀었다고. “사실 저는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단언한 적이 있어요. 배신감을 느꼈다는 분들도 계시더군요. 이분들을 위해서도, 그리고 저를 믿고 선출해준 국민 여러분들을 위해서도 끊임없이 노력할 수밖에요. 이것만이 고마움에 보답하는 길일 테니까요.”

박찬숙 의원은 새롭게 쟁점화 시킨 사안들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과 21세기 전통공예 및 퍼블리시티권, 게임 산업, 문화 및 예술 등 다방면에 걸쳐서도 적극적인 의정활동을 펼치기 위해 오늘도 거침없이 달리고 있다. 결과에 앞서, 그녀의 노력에 박수갈채를 보낸다.

사진=김은진 기자|ejui77@kyunghyang.com

≫ 프로필
한나라당 박찬숙 의원

+ 학력 : 숙명여자대학교 국문학과 (학사)
+ 주요경력 :
1968 KBS아나운서 공채1기
1974 한국일보 하와이지사 라디오 한국 PD 및 MC
1976 KBS 1TV `9시뉴스` 앵커
1980 KBS 해직
1982 EBS PD
1987 복직, KBS 뉴스 앵커
1994 KBS라디오 <여기는 라디오 정보센터 박찬숙 입니다>
교육방송 라디오<정보광장> 진행자
1996 케이블TV CTN 한국의 정치가들 진행
1998 iTV <박찬숙의 터놓고 말합시다> 진행
1999 (현) 인하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겸임교수
2000 KBS 1TV 생방송 심야토론` MC
2001 국민고충처리위원회 명예옴부즈맨
2001 케이블 환경TV `박찬숙의 열린세상 열린토크` 진행
2003 YTN `생방송 박찬숙의 쟁점토론` 진행
2004 한나라당 홍보위원장
2005 한나라당 제6정책조정위원회 위원장
2004 (현) 제17대 국회의원(비례대표, 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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