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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K로직코리아 남택원 사장 "‘붉은보석’의 진정한 전성기는 이제부터!"

  • 유양희 기자 y9921@kyunghyang.com
  • 입력 2005.12.26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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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중소 개발사의 ‘조용하지만 강한 선전.’ 2005년 국내는 물론 일본 게임업계의 이목이 그곳을 향했다. 정작 장본인들은 아무 말이 없었지만, 그들이 보여주는 ‘조용한 파죽지세’에 업계는 감탄을 금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쏟아지는 3D 게임들이 시장을 ‘시끄럽게’ 달구는 상황 속에서, ‘한물 간 줄 알았던’ 2D게임 하나가 일본과 국내에서 ‘강한 돌풍’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올 한 해 엘엔케이로직코리아(이하 엘엔케이)의 ‘붉은보석’이 국내와 일본에서 벌어들인 돈은 자그마치 250억 원 규모. 단순한 매출 성과를 놓고 ‘호들갑’을 떨며, ‘붉은보석’이 지닌 저력을 다 설명하기에는 분명 어떤 아쉬움이 남는다. ‘개발자’ 그리고 ‘엘엔케이의 사장’으로 8년여라는 시간, 게임업계에 ‘조용하고 굳건하게’ 자리잡은 남택원(34)사장의 사무실을 찾았다.

2005년, 일본열도에 분 ‘게임한류’
말문이 터지기 시작했다. 굳게 다문 그의 입이 좀처럼 열리지 않을 것 같단 판단은 너무 섣불렀다. 8년 전 엘엔케이의 시작과 ‘붉은보석’의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을 ‘꽉꽉 조밀하게 잘 짜여진 양탄자’처럼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남 사장의 표정은 차갑지만 분명 뜨거웠다. “순간 순간이 매번 중요하지만, ‘붉은보석’의 성공을 기점으로 한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한 시기”라며 남 사장은 말을 풀어 나갔다.

삼성전자와의 퍼블리싱 계약을 통해 올 초부터 일본 내 시범 서비스가 이뤄진 ‘붉은보석.’ 서비스 2주만에 동시접속자수 1만 명을 넘어서면서 ‘대박’을 예고했고, 실제 3월 중 유료 서비스 전환 이후에도 동시 접속자 수가 평균 1만5천명을 기록하며 월매출 15억에서 20억 선을 웃도는 명실상부한 인기 게임으로 자리매김했다. 기존 국내에서 소위 대작으로 통했던 넥슨의 ‘마비노기’나 웹젠의 ‘뮤’, 엔씨의 ‘리니지2’ 등이 일본에서 거둔 실적을 웃도는 수치였다. 패키지 시대 로망의 끝자락에서부터 시작했던 엘엔케이, 그리고 ‘붉은보석’이 2005년에야 비로소 빛을 본 셈이다. 국내 서비스 역시 2년여의 서비스 기간 동안 끊임없이 1만 5천에서 2만 명 대의 평균동접자수를 유지하는 ‘롱런작’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올 한해 선전했고, 이를 기반으로 내년 초 ‘붉은보석’이 해외 4개국 정도 새롭게 진출할 것”이라고 남 사장은 자신했다.

“다시 쓰는 ‘붉은보석’의 성공신화”
‘붉은보석’의 성공에 주변사람들은 호들갑을 떨며 그를 부추겨 세웠지만, 절대 부추겨지지도 흔들리지도 않던 사람이 남 사장이다. 그런 단면을 보고, 많은 사람들은 그가 ‘분명 금속성의 차가운’ 사람일 것이라고 섣불리 판단해버리기 일쑤다. 하지만 그는 분명 뜨거운 사람이다. 자신이 생각하는 ‘붉은보석’ 속의 판타지, 그리고 그 세계를 선보이는 ‘설렘’을 표현하는 그는 뜨거운 사람임에 분명했다.

“애플컴퓨터 시절, 아마 고등학교 때쯤 됐을 거예요. 게임이름도 희미한데(웃음), 어떤 초록빛 잼스톤을 가운데 그려 넣은 게임 일러스트 한 장이 ‘붉은보석’의 모티브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때의 영감이 ‘붉은보석’을 둘러싼 시나리오적 기반이 됐다는 것. 판타지세계의 열혈매니아인 그가 ‘붉은보석’에 대해 초안을 잡은 시나리오는 한 챕터만 원고지 무려 200장 분량에 해당한다. “그간 게임 속 시나리오를 받혀줄 수 있는 게임 내적 근본적 뼈대를 구축했다면, 초기 기획부터 ‘붉은보석’의 근간이 되는 시나리오와 스토리적 감동을 판타지 세계관 속에 본격적으로 드러내는 일이 이제 시작됐다”고 남 사장은 설명한다.

“허무맹랑한 판타지는 그냥 말 그대로 ‘허무맹랑’하다는 데서 끝나는 거죠. ‘반지의 제왕’이나 ‘나니아 연대기’ 같은 또 하나의 일정한 룰이 있는 판타지가 매니아들에게 진정한 재미를 준다고 생각합니다.”

남 사장이 꿈꾸는 ‘붉은보석’의 판타지는 그래서 ‘이제부터’다. 이 달 초부터 메인퀘스트와 신규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대대적 업데이트를 실시한 것. 인간의 원초적 욕망의 집약체인 ‘붉은보석’, 이를 둘러싼 음모와 모험의 배경이 무엇인지를 ‘음미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그가 고등학교 시절부터 꿈꿨던 ‘붉은보석’의 진정한 판타지가 선보인다는 것이다. “로드무비 형식으로 총 다섯 개의 챕터가 공개될 겁니다. 일단 지금 현재 첫 번째 챕터가 공개된 거고, 앞으로 한 두 달 간격으로 차근히 풀어 가야죠.” 실제 이 같은 업데이트가 선보이자마자, 국내 유저는 20퍼센트가 넘는 동시접속자수 상승률을 보이며 유저들의 반응이 서서히 감지되고 있다. 일본 역시 현지화를 거쳐 한 두 달 텀을 기준으로 업데이트가 함께 이뤄질 예정이다.

‘게임과 건축’, 철저한 기획 시나리오
남 사장은 “만화는 그림을 그리지 못해서 포기했고, 결국 공대를 택했다”고 ‘농담 같은 진담’을 늘어놨다. 하지만 그 이후 상황이 더욱 눈길을 끈다. 공대에 간 후, 공대에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유일한 학과’가 ‘건축학과’였고, 그런 이유 때문에 주저 없이 그렇게 건축학과를 선택했다는 것.

“건축과 게임은 제가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닮은 구석이 훨씬 많았습니다. 프로젝트성으로 매번 역동적으로 진행된다는 점, 기획(설계도)에 한치의 오차가 없어야 실행에 있어 착오가 없다는 거죠. 이를테면 게임에도 종류가 수천수만 가지, 건물 역시 63빌딩이나 코엑스 같이 저마다 개성 넘치는 수천수만 개의 모습이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요즘까지도 개발프로젝트 과정에 건축분야의 일련의 과정에서 도움을 받는 부분이 큽니다.”

건축학을 공부하며 배운 건축의 역사나 미술사는 지금도 그가 게임기획에 응용하는 좋은 ‘원료’가 되고 있다. 약 4년여의 시간을 건설현장에서 실무진으로 일했던 남 사장은, 97년 바로 개발자로서 그리고 사장으로 엘엔케이라는 간판을 달았다. 이후 패키지 게임인 ‘거울전쟁’시리즈를 비롯해 몇몇 패키지게임을 출시하며 매니아들 사이에서 인지도를 쌓아갔지만, 패키지 시장의 침체를 비껴갈 수는 없었다. 남 사장은 “‘붉은보석’은 2001년 말 온라인 게임으로의 전격 전향을 결정해 기획에 들어갔고 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온라인화 작업에 돌입했다”고 설명한다.

그렇게 2003년 온라인 ‘붉은보석’이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 그는 “개인적으로 3년 이상의 개발기간이 들어간 온라인 게임은 이미 실패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간에 한번 뒤집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는 것도 이유지만, 뒤집은 이후 일정에 쫓겨 출시되는 작품들이 실망감을 안겨주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라며 “그런 이유에서 게임 개발하는 프로세스 중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은 바로 ‘기획’”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기획중인 차기작은 ‘2개’
입이 무거운 남 사장의 머릿속은 현재 누구보다도 ‘분주하다.’ ‘붉은보석’의 스토리적 기반이 본격적으로 선보이기 시작했다는 것 때문만은 아니다. 이미 그의 머리 속에 이미 두 개의 차기작 프로젝트 기획이 기본 틀을 잡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하나는 ‘붉은보석’의 후속 시리즈가 될 것이고, 또 하나는 엘엔케이의 초기 패키지 작품인 ‘거울전쟁’을 온라인화 하는 작업을 그리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더불어 그는 “아직 기획단계로 시나리오 초안 작업을 개인적으로 하고 있는 만큼, 이 차기작들이 실제 눈앞에 돌아갈 시기가 내년 말이 될지, 내 후년 말이 될지 아직은 까마득한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한 회사의 CEO로서, 개발자로서 균형을 잡아가는 일도 요즘 그에게는 만만찮은 하나의 ‘프로젝트’다. “경영은 좋은 게임을 만들기 위한 날카로운 도구라고 생각해요. 전 지금도 개발자지만, 경영이라는 도구를 어떻게 잘 쓰느냐에 따라 다칠 수도 혹은 유용하게 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각종 경영 노하우와 다양한 공부를 병행하는 것은 엘엔케이를 보다 단단한 하나의 중소개발사로 자리잡게 하려는 그의 의지 때문이다. 2005년 ‘조용하지만 화려했던 주인공’으로 한 해를 마감한 남 사장, 내년 그의 ‘조용한 파죽지세’를 다시 한번 기대하게 하는 대목이다.

사진=김은진 기자 | ejui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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