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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트소프트 김장중 대표 “게임 플레이는 여가생활이다”

  • 김상현 기자 AAA@kyunghyang.com
  • 입력 2006.01.23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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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5년은 온라인게임의 홍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해였다.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심의를 받은 온라인 게임만 대략 200여개, 개발중인 게임은 그 배 이상이다. 그러나 이런 홍수속에서 정작 상용화에 돌입한 게임은 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 그 중에서도 정액제를 선택한 국내 온라인 게임은 ‘카발온라인’과 ‘구룡쟁패’ 단 두 개. 그만큼 정액제가 부분유료화 보다 위험이 큰 까닭이요, 국내 게임업계가 불황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카발온라인’은 과감히 정액제로 불황에 맞서 성공을 거뒀다.

오픈베타서비스 참여 인원 중 60%이상의 유저가 상용화 서비스로 전환하면서 상용화 초기부터 승승장구하고 있는 ‘카발온라인’. 남들이 다 ‘아니’라고 할 때도 ‘예’를 외치면서 강하게 밀어붙이는 추진력을 가진 수장이 있었기에 게임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가진 대표가 있었기에 오늘의 ‘카발온라인’이 있지 않았을까. 확고한 신념으로 한치의 흔들림 없이 묵묵히 앞만 보며 진두지위에 매진하고 있는 김장중 선봉장을 만나봤다.

완벽함에 도전하다
지난 2006년 1월 12일 이스트소프트를 찾아간 시간은 오후 2시. 게임 개발실에서 잠바를 걸치고 이리저리 분주하게 뛰어다니는 김장중 대표를 볼 수 있었다. “어제 업데이트가 있어서 잘 돌아가는지 순찰 나왔습니다.” 사실 그의 사무실은 8층, 2층인 개발실과는 꽤 먼 거리에 위치해있다. 요즘은 자신의 사무실보다 개발실에 상주하는 그의 모습에 대해 직원들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모든 CEO들이 그렇지 않겠습니까. 신제품이 나왔으면 그 제품이 잘 돌아가는지 문제는 없는지 신경 쓰는 것이 당연하죠.”

직원들과 ‘카발온라인(이하 카발)’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고 문제점이나 버그 등을 꼼꼼히 체크하는 모습에서 열정 그 이상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완벽하지 않은 제품은 당연히 출시를 하면 되지 않는다”며 “‘카발’ 역시 기본적인 완벽함에 가장 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나의 버그가 발견되면 모든 작업을 중지하고 그 버그에 대한 패치를 완료할 때까지 전 개발실 사람들이 그 일에 매달린다”고 덧붙였다. 그가 완벽함을 강조하는 것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것도 완성도. 그는 그 완성도를 고집했고 완벽한 제품이 아니면 출시를 하지 않는 것을 모토로 삼고 있었다. 알집 역시 그런 완성도로 지금까지 많은 소비자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 그는 “게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다”며 “기본적인 버그조차 잡지 못하고 시장에 출하한다는 것 자체가 소비자, 유저들을 기만하는 행동이다”고 못박았다.

그런 이유 때문일까.‘카발’은 1년이 넘는 클로즈베타를 끝내고 완벽한 모습으로 오픈 베타서비스를 시작, 1달만에 상용화에 성공하는 기존 게임계의 풍토(오픈베타서비스를 길게 끌고가는)와 다른 모습을 보였다. “사실 완벽한 것은 세상에 없죠. 하지만, 완벽해 지려고 노력은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그는 계속적인 노력만이 완벽함에 가까워 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런 그의 철학이 녹아 있는 완벽한 게임이 바로‘카발’이다.

게임의 본질을 파악하자
그는 사실 게임 마니아다. 소프트웨어 회사를 설립, 벤처업계에 주는 각종 상을 휩쓸 때에도 그의 머리속에서 게임은 한시도 떠난 적이 없었다. “국내 출시된 패키지 게임은 아마 거의 해봤다고 자신합니다.” 지난 2005년 게임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을 당시, 국내 출시되는 온라인 게임 또한 대부분 플레이를 해본 김대표. “좋아하는 장르는 어드벤처+RPG 정도라고 보면 되겠네요. 가장 인상에 남는 게임은 역시 ‘울티마 시리즈’인 것 같습니다.”

90년대 울티마를 시작으로 RPG에 매력이 흠뻑 취한 그는 모험적인 요소가 강하면서 RPG의 툴을 적절히 사용한 게임이야말로 최고의 게임이다고 평가했다. “‘카발’은 사실 정통 RPG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디아블로 형식의 RPG입문서 정도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네요.” ‘울티마 시리즈’를 좋아했지만, 그는 시장성이 있는 게임 ‘디아블로’ 형식의 RPG를 선택했다. 한국 시장에 대한 공략이요, 지루하지 않는 라이트 게임을 만들고 싶어서였다.

그는 “사실 그간 MMORPG의 진입 장벽이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며 “게임은 누구나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서‘카발’의 모토가 나오게 된다.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바로 그것. 이미 시장에서 인정받을 만큼‘카발’은 MMORPG의 진입 장벽을 낮췄다. 라이트한 게임과 함께 내민 카드는 화려함. 그는 “아무리 장벽을 낮추었다고 해도 게임이 끌리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며 “‘카발’은 눈에 확 띠는 게임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의 주장처럼‘카발’은 화려하고 사운드 효과가 아주 강한 게임이다. 기존의 사실성을 강조한 실사(실제 사진과 같은) 게임과는 다르게 게임의 효과에 단번에 빠져들 수 있는 강한 매력을 발산한다. 특히 자체 개발 엔진에서 신경 그래픽 효과의 경우 매우 강렬하여 한번의 칼질에 무수한 잔상이 남는 데, 유저들의 말을 빗대자면 짜릿한 손맛이 아주 일품이라고 한다. “콘솔게임을 하는 것처럼 쉽게 빨려들게 하고 싶었다”는 그의 목적은 달성된 것이다. 게임에 대한 정확한 파악과 유저성향에 맞는 게임 개발이야말로‘카발’이 유저들에게 큰 인기를 얻는 이유 중 하나다.

게임은 즐겨야 한다
“3개월 짜리 게임이요(웃음). 맞습니다.‘카발’의 유통기한은 3개월입니다.” 자신이 만든 게임을 3개월 짜리 유통기간이 있는 게임이라고 말하는 CEO가 있을까. 한술 더 떠서 그는”아마 열심히 하는 유저가 있다면 1개월이면 충분히 게임내의 모든 컨텐츠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게임을 여가생활이라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하루에 2시간 정도 플레이를 할 수 있는 게임이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온라인 게임입니다.” 그렇다 그가 말한 라이트한 게임, 쉬운 게임은 여가를 위한 초석이었다. “게임으로 쟁이(폐인)를 양산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자신의 본분을 다하고 남는 시간에 여가생활로서 게임을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의 생각은 확고했다. 온라인 게임 개발로 소위 말하는 대박을 쳐서 돈을 벌겠다는 것이 목적이 아닌, 성인들 혹은 청소년들이 여가생활을 할 수 있는 창구로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그. “게임의 역기능을 막기 위해서 여러 가지 방법들을 논의하는데, 본질적인 부분에서 개발사들이 막을 수 있는 부분은 막아야 하지 않을까요.” 그는 “역기능 대책에 대해 고심만 할 것이 아니라 직접 게임 내에서 할 수 있는 부분은 해야한다”고 일부 몰지각한 개발사들을 질책했다. “아이템 현금거래도 무조건 막는 것이 능사는 아닙니다. 그렇다고 국회에서 말하는 것 같이 양성화를 지키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상업적인 부분을 철저히 배제시키고 투명하게 바뀐다면 지금보다 훨씬 낳아질 것이 그의 생각.

그는 “정책이나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 전에 생각을 하고 고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너무 소홀한 것 같다”며 현 게임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꼬집는것도 잊지 않았다. “후속작은 아마‘카발’이 될 것 같습니다. 외전 형식이나 에피소드 형식의 또 다른‘카발’을 만나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완벽함을 추구하면서 게임의 본질을 살리며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그. 모범적인 소프트웨어 벤처회사에서 모범적인 게임업체로 탈바꿈하는 것은 시간문제가 아닐까. 그가 가는 ‘길’이 게임업계의 모범답안이 되는 그날을 기대해보자.

사진=김은진 기자 | ejui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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