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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비전테크놀러지 송오용 대표 "‘시각장애인용 게임’ 우리가 만들고 세계가 즐길 것이다"

  • 김상현 기자 AAA@kyunghyang.com
  • 입력 2006.03.13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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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다고 했다. 한국시장에서 절대 안 된다고 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프로그램은 성공할 수 없다고 그들은 말했다. 그러나 우린 그들의 말보다 우리의 실력을 믿었다. 우리의 꿈을 믿었다. 우리의 노력이 빛을 발할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그리고 그 신념은 성공이란 달콤한 열매를 한 입 베어 물게 해줬다. 아직 만족하기엔 이르다. 이제 열매의 달콤한 맛만 본 것이다. 성공이란 나무를 직접 키우고 싶다. 그 나무에서 열매가 주렁주렁 열리는 날, 그 달콤한 열매를 시각장애인들과 공유할 것이다.

엑스비전 테크놀러지 송오용 대표는 스스로 욕심이 많다고 말한다.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컴퓨터프로그램을 개발한지 2년, 그가 개발한 ‘센스리더’는 국내 시장 점유율 50%를 넘었다. 세계시장 99%를 장악하고 있는 외산 프로그램을 제치고 국내 시각장애인들의 3천여명이 그의 프로그램을 쓰고 있지만, 그는 아직 갈 길이 바쁘다고 말한다. 온라인 게임 강국인 한국이 세계시장에서 대우받는 만큼, 당연히 시각장애인용 프로그램과 게임도 세계시장에서 인정을 받아야한다고 말하는 욕심쟁이가 바로 송대표다. 그의 욕심은 전 세계 시각장애인들이 아무 불편함 없이 게임을 즐기는 것. 그것이 그가 욕심쟁이가 된 까닭이다. 국산 시각장애인 프로그램이 세계최고가 되는 그날까지 고삐를 늦출 수 없다는 욕심쟁이 송오용 대표를 만나 그의 옹골진 계획을 들어봤다.

센스리더로 기틀을 다져
엑스비전 테크놀로지(이하 엑스비전)의 전 개발인력들은 시각장애인이다. 2002년 천만원의 자본금으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일기 프로그램(센스리더)개발을 시작했다. 시각장애들이 컴퓨터를 사용하는데 초점을 맞췄고 현재 센스리더 이외에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게임사이트 운영, 멀티컨텐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센스리더의 개발 목적은 외산 프로그램에 잠식당하는데도 불구하고 마땅히 국산 프로그램이 없다는 점이 안타까워 개발하게 됐습니다.” 송오용 대표는 실력 있는 프로그래머로 타 직장에서 좋은 조건으로 근무를 하고 있었다. 그런 그가 위험을 무릅쓰고 회사를 설립하게된 까닭은 자신이 아닌 국내 시각장애인들을 위해서였다. “아무래도 국내 사정을 잘 아는 개발사가 만들면 훨씬 쉽고 편리하고 국내 최적화된 프로그램을 완성할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자신도 있었습니다.”

화면읽기 프로그램은 모니터에 나타나는 글자를 음성으로 바꿔주는 프로그램을 이야기한다. 시각장애인들도 쉽게 컴퓨터를 이용할 수 있는 취지에서 개발된 프로그램. 인터넷이나 타 프로그램을 실행했을 때, 화면을 60줄로 나누어 그 칸에 있는 내용을 스피커를 통해 알려주는 방식이다. 특별히 마우스 조작 없이도 컴퓨터 대부분의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아무리 외산 프로그램이 뛰어나다고 해도 완벽한 현지화는 힘든 것이 사실. 송대표는 완벽한 한글지원을 물론, 국내 웹사이트가 해외보다 텍스트보다 그림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 그림과 텍스트를 완벽구분 국내 환경에 최적화된 화면읽기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그것이 바로 센스리더다. “시장에 처음 나왔을 때, 가격에 대한 불만이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같은 화면읽기 프로그램에서 센스리더는 외산 프로그램의 1/3가격에 공급되고 있다. 그러나 그 동안 실제로 구입한 것이 아니라, 여러 지원 등으로 프로그램을 산 시각장애인들에게 그 가격이 비싸게 느껴졌던 것이다. “국내 시각장애인들의 컴퓨터 수요는 6천여명, 시장이 그만큼 좁다는 이야기입니다. 저희도 마음 같아서는 무료로 배포하고 싶죠. 하지만, 작은 것에 치중해 큰 것을 잃고 싶지 않았습니다.” 국산 프로그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가 개발한 센스리더로 더 넓은 시장을 공략하고 싶었던 그에게 센스리더는 그 발판을 마련해 줄 밑천이었다. 그는 “더 큰 파이를 가지고 시각장애인들과 함께 나누어 먹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의 진심이 통한 것일까. 처음 반응과 다르게 사용한 고객들은 센스리더의 우수함에 감탄했고 입소문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현재 국내 3천여명이 센스리더를 사용중이다.

게임은 첨병 역할로
송오용 대표는 텍스트머드(텍스트를 이용한 RPG게임)게임 마니아다. 90년대 중반을 풍미 했던 텍스트 머드게임 대부분을 즐겼다는 송대표. “일단 텍스트로 된 게임이어서 시각장애인들도 쉽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단군의땅’, ‘쥬라기공원’, ‘신검전설’을 가장 재미있게 했던 것 같네요.” 게임에 대한 즐거움을 맛본 그는 시각장애인들에게도 그 즐거움을 선사하고 싶었다. “아마 그 때였던 것 같습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게임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처음 했던 것이.” 이미 그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게임을 개발했다. 보드게임 3종과 격투게임, 스포츠(볼링)게임 등 6종의 게임이 서비스중이다. “만드는데 어려움이요? 게임은 시각적인 측면이 강하죠. 그럼 점에서 시각장애인들에게 게임은 다른 나라 이야기로 들렸던 것이 사살입니다.” 시각적인 측면을 배제하고 소리로 게임을 만들다보니 제약이 많았다고 그는 말한다.

특히, 게임의 경우 소리로 방향을 설정해야 하는 어려움이 가장 크다고 털어놨다. “일단 간단한 게임을 개발해 봤습니다. 대표적인 게임이 바로 볼링게임이죠.” 시각장애인을 위한 게임이 어렵지만,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볼링게임의 예를 들면, 먼저 소리로 좌우 대칭을 설정하여 소리가 가운데에 왔을 때 스페이스바를 눌러주면 스텝을 밟게된다. 이때 3번째와 4번째 스텝 사이에서 다시 한번 스페이스 바를 눌러주면, 볼링공이 핀을 향해 굴러 가게된다. 공이 핀을 넘어뜨리고 넘어진 볼링핀을 숫자로 읽어주게 되면 다시 방향을 정해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시스템으로 만들어진 게임이다.

“최종 목표는 MMORPG게임입니다. 우리가 만들면 다중접속 온라인 사운드 게임이 되겠죠.” 사실 그가 MMORPG를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아직 개발인력이 충분치 않아 잠시 보류를 해둔 것 뿐, 시각장애인을 위한 온라인 게임 개발은 그의 꿈이다. “시각장애인 온라인 게임은 세계시장의 첨병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세계 시장에서 (시각장애인)게임은 이미 수요를 입증 받은 상태고 그 시장에서 충분히 승부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시각장애인 온라인 게임으로 해외시장을 개척, 센스리더와 그밖에 여러 프로그램들을 수출하겠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해외시장 공략에 박차
송오용 대표는 국내 시장에 안주하지 않을 것이라고 인터뷰 내내 말했다. 마치 자신과의 약속을 확인하려는 듯 강조했다. “국내 시장 파이가 적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입니다. 국내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세계로 뻗어가고 싶습니다.” 그는 국내 시각장애인용 프로그램이 수출된다면, 수익금으로 국내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 포부를 가지고 있었다. 성공시 정부 또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고 국내 시각장애인 프로그램 개발사들에 대한 양성이 기대될 것이라고 그는 확신했다. “사실 정부지원이 장애인들 회사에 대해 소홀한 것이 현실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장애인들이 설립한 회사가 벤처기업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수익성을 낼 수 없을 것이다라는 것이 가장 큰 요인. 이런 이유로 정부측 지원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아이디어가 아무리 좋아도 시장성이 없다면 사장되는 것이 현재 우리나라 산업 현 주소다.

송대표는 “장애인들을 위한 게임개발을 시장성으로 판단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IT선진 강국인 한국에서 장애인을 위한 변변한 게임 하나가 없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고 정부 정책에 일침을 놓았다. 그는 이어 “일단 장애인 관련 기업들의 벤처등록이 가장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그런 측면에서라도 엑스비전이 본보기가 되어 해외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얻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 그래서 그는 욕심쟁이가 된 것인지 모른다. 자신을 위한 욕심쟁이가 아닌 소외 받는 시각장애인을 대변하는 고집쟁이가 되기로 결심한 것이다.

정보화사회(Information Society)가 도래한 지도 이미 20년이 지났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소품종 대량생산’의 시대에 살고 있다. 기업들은 여전히 전체 소비자들 중에서 95%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생산 패턴속에서 기술의 진보와 정보의 홍수로부터 배제되는 집단은 기업들이 당초 예상했던 5%가 아니라 50%일 수 있다. 특히, 장애인과 노인은 여전히 기업들의 관심을 얻고 있지 못하다. 엑스비전은 “모든 이를 위한 정보통신기술”을 지향한다. 그가 꿈꾸는 세상은 현실에서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닌 우리가 모르게 소외했던 계층을 위한 목소리다.

사진=김은진 기자 | ejui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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