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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레나넷 핵심개발자 2인방 제프 스트레인, 패트릭 와이엇

  • 유양희 기자 y9921@kyunghyang.com
  • 입력 2006.05.08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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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공감하는 ‘판타지’ ‘길드워’가 그 시작이다!”

“하나의 문화권에 대한 정갈한 이해와 환상을 향후 챕터마다 꾸준히 접목시켜 나갈 예정입니다.” 지난 28일 국내는 물론 북미와 유럽·대만·일본 등 전세계 통합서버를 통해 그 모습을 드러낸 ‘길드워 ‘챕터2’: 깨어진 동맹(이하 ‘챕터2’).’ ‘길드워’가 이번 ‘챕터2’를 통해 그려내는 또 다른 ‘판타지’ 세계는 바로 동양이다. 동양의 냄새를 물씬 담고 있으면서도, 국내 유저들에게는 보다 익숙한 RPG적 플레이를 맛깔스럽게 얹어 놓으며 그 조심스러운 출발을 시작했다.

‘챕터2’의 오픈을 일주일 여 앞뒀던 시점, 아레나넷 핵심 개발자 2인방이 한국을 조용히 방문했다. 제프 스트레인(Jeff Strain)과 패트릭 와이엇(Patrick Wyatt). 이들은 ‘스타크래프트’와 ‘워크래프트3’ 등의 게임을 즐긴 매니아라면, 한번쯤은 이름을 들어봤음직한 ‘스타급’개발자다. 이들의 움직임에 따라 무릇 많은 게이머들의 눈동자가 이들을 쫓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 이번 ‘챕터2’가 또 다른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하는 이 두 개발자의 눈빛이 다시 한번 예사롭지 않다. 특히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 대한 ‘기대감’은 긴장감이 살짝 배어들며 ‘팽팽하고 신선한’ 기운마저 엿보이게 하는 대목이다. 이들이 말하는 ‘길드워’의 또 다른 생명력, 그리고 개발자로서의 이야기를 만나보자.

천박한 ‘오리엔탈리즘’을 넘어
“그간 ‘길드워’의 챕터1을 통해 유저들이 경험했던 요소들을 한껏 다듬고 다채롭게 살려내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 문을 열기 시작한 패트릭. “롤플레잉적 요소와 유저 개인간 대결의 요소들을 명확하게 살리고 다채롭게 그려내는데 주력했습니다. 4가지, 각각 방대한 미션스타일을 선보이고 있는데 한국 유저들 그리고 전세계 유저들의 반응이 사뭇 기대된다”며 ‘챕터2’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자 일단 제프의 눈과 입이 빨라진다. 이번 공개된 ‘챕터2’는 그들의 설명 이상으로 기존 다양한 스킬들을 다채롭게 조합하고 대전하는 스타일에, 보다 정교해진 미션들의 형태가 방대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보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바로 전반적으로 오묘하면서도 익숙한 ‘동양적 색채’다. 특히 단순히 벽안의 사내들이 바라본 동양에 대한 왜곡된 환상, 그 이상의 노력과 이해가 ‘챕터2’에 엿보인다는 점에서 일단은 마음의 빗장이 풀리기 시작한다. 동양의 스타 이미지만 순수하게 500여장 가량을 벽면에 붙여놓고, 섹시함과 귀여움·선함과 악함의 이미지를 익히는 연습을 했다는 대목이 와 닿는 대목이다.

엔씨 내부의 길드워 전담팀에서는 한국과 동양권 현지화에 대한 피드백과, 각종 방대한 건축·문화적 자문들을 이들에게 전달한다. 페트릭은 “우리가 게임 속에 그리는 동양인을 단순히 눈 꼬리가 치켜 올라간 평면적 이미지만으로 그려내려 했다면, 그건 천박한 오리엔탈리즘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동양권의 문화를 이해하고 흡수하면서, 그 안에서 다시 한국과 중국, 일본간의 문화적 이질감을 중간지점에서 잡아내는 작업이 이번 ‘챕터2’의 가장 큰 목표였다”고 설명했다. 서양인에게는 동양에 대한 ‘리얼 판타지’가, 한국게이머에게는 익숙한 동양세계면서도 또 다른 판타지적 느낌을 얻게 하는 비결인 셈이다. “동양의 분위기를 분명하게 표현해야 하면서도, 결코 어느 특정국가를 표현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숙제”였다고 제프는 덧붙였다.

한국과 아시아 시장에 대한 또 다른 ‘자신감’
물론 ‘길드워’가 지난해 북미와 유럽의 뜨거운 반응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국 팬들에게는 ‘인기 열세’를 보여줬던 것도 사실이다. ‘스타크래프트’와 ‘워크래프트’의 팬 층이 세계 어느 곳보다 두터운 곳이 ‘한국’이었다는 점에서는 더욱 의외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우리 3인방(제프·페트릭·마이크)에 대해서 일단은 ‘스타크래프트’나 ‘워크래프트’ 스타일을 기대하셨던 분들이 많았을 수도 있고, 다른 측면에서는 그만큼 ‘길드워’가 전작들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게임이라는 점을 크게 어필시키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제프는 설명했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챕터2’가 한국유저들에게는 보다 ‘친숙할 수 있는’ 요소를 만반으로 갖추고 있다는 것이 또 다른 ‘자신감’이라는 셈이다.

제프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스킬의 전략적 활용이 중요한 요소”라며 “게이머들끼리 싸우는 대인전(PvP)모드뿐만 아니라, 문제해결을 위해 같이 협력하는 롤플레잉(RPG)모드에 더욱 중점을 두었으며, 한국과 아시아 게이머의 취향을 적극 반영하고자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이 과정에서 세계 최고 길드인 한국의 워해머 길드는 물론 열혈 유저들의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수렴하면서, ‘커뮤니티성’을 비롯한 제반요소를 대폭 보강했다는 설명이다.

엔씨와의 협업은 ‘즐거운 프로세스’
이 두 개발자는 블리자드의 초창기 멤버로 몸을 담아오다, 지난 2000년 아레나넷이라는 개발사로 독립하며 착수한 프로젝트가 바로 ‘길드워’다. 이 과정에서 엔씨소프트와의 만남을 통해 지난 2002년 엔씨의 자회사로 ‘피를 섞게’됐다. 엔씨소프트가 세계통합서버, 진정한 글로벌 게임으로의 기치를 내걸며 지난해 선보인 타이틀이 바로 ‘길드워’인 것. ‘길드워’는 공개 직후 북미와 유럽은 물론 국내를 포함한 동양권에서 ‘게임성’에 있어 극찬을 받으며, 게이머들의 감탄을 자아낸 게임이다. 전작이 세계 130만 장의 판매고를 올린 데 이어, 지난 3월 4일부터 판매를 시작한 ‘챕터2’의 프리오더박스(Pre-Order Box)가 최근까지 프랑스, 독일 아마존 쇼핑몰에서 5위 내 선두권을 유지하며 그 인기몰이에 다시한번 불이 붙을 조짐을 보여주고 있다. 패트릭은 “개발 과정에서 만약 엔씨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불가능했을 일”이라며 “엔씨라는 회사의 또 하나의 프로세스와 다양한 요소들이 우리의 아레나넷과 시너지 효과를 보여준 것”이라고 자신했다.

올 연말 ‘챕터3’공개, 현실보다 더 리얼한 세계를 그린다
한편 이들이 지난 주 ‘조용히’ 한국을 방문한 것은 비단 ‘챕터2’의 오픈 때문은 아니다. 핵심개발자 3인방 중 한 사람이 한국서 결혼식을 올렸기 때문이다. “6개월마다 한번씩 일을 위해 엔씨를 방문하고 있지만, 이번은 동료의 결혼식과 오픈이라는 경사가 겹쳐, 더욱 기쁜 마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며 “좋은 일이 동시에 생긴 만큼, 이번 ‘챕터2’의 성공을 자신해본다”고 두 개발자는 환한 웃음을 지었다. 그들은 “올 연말께 공개될 챕터3와 그 이후의 시리즈들에 보다 견고해지고 방대해지는 ‘길드워’의 세계를 기대해 달라”는 부탁도 잊지 않았다. 동양을 넘어선 또 다른 ‘리얼 판타지’를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제프는 “향후 공개될 챕터마다 뚜렷한 한 가지씩의 목표를 가지고, 그 문화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환상을 접목시켜 나갈 것”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아레나넷이 꿈꾸는 ‘진정한 게임’은 무엇일까. 패트릭과 제프는 서슴없이 입을 모은다. “현재는 유저가 키보드를 사용하든, 마우스를 사용하든 일종의 ‘인터페이스’가 존재한다”며 “우리가 꿈꾸는 게임은, 이 같은 인터페이스 없이 게임이 그대로 하나의 현실로써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실보다 더 리얼한 판타지 세계를 꿈꾸는 이들의 꿈이 사뭇 기대되는 대목이다.

[Side Story] 11년우정 눈빛만 봐도 ‘척척’
제프와 패트릭 두 개발자가 호흡을 맞춰 온 것은 무려 11년 전부터. 즉 블리자드의 초창기 시절부터다. 패트릭은 “중학교 시절 처음으로 맡았던 프로젝트가 ‘게임’이었고, 그 이후로 지금까지 게임 외의 일은 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블리자드의 초창기 네 번째 직원이었다. 이 과정에서 제프의 이력서를 보고 연락을 취하게 된 것. 당시 제프는 HP에 근무하면서, 밤이면 게임관련 프로젝트로 밤을 새우기 일쑤였다. 제프는 “매일 밤을 새는 날 보고 아내가 ‘게임을 그만 하든지 그걸로 돈을 벌어오든 양자택일’을 하라고 다그쳤다”며 “다음날 바로 그 프로젝트로 블리자드에 이력서를 넣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이어 “입사 초기 회사 프린터에 이상이 생기면, 패트릭이 ‘당신이 이전 회사에서 일을 잘 못해서 이런 것 아니냐’는 농담도 심심찮게 주고받았었다”며 기분좋은 웃음을 지었다. 이렇게 처음 인연은 상사와 부하직원으로 출발했지만, 이들이 보여주는 ‘환상의 하모니’가 ‘스타크래프트’와 ‘워크래프트3’ 등의 과정에 녹아나며 세상에 둘 도 없는 친구가 된 셈이다.

유명개발자인 두 사람. 그들은 과연 무슨 게임을 즐겨할까. 패트릭은 질문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카운터스트라이크’를 답했다. 제프는 “기존에 ‘스타크래프트’나 ‘디아블로’ 등을 즐겼지만 ‘길드워’가 최고의 게임이기에 요즘엔 ‘길드워’만 즐긴다”는 농담반 진담반. 곧이어 “너무 공식적이었냐”며 “비공식적으로는 ‘발더스게이트’시리즈와 ‘엘더스크롤4:오블리비언’을 즐긴다고 말했다. 한쪽은 FPS 한쪽은 RPG, 어찌 보면 꽤 ‘균형적’ 조합이라는 느낌까지 든다. 제프가 “이제 패트릭의 아이들이 가끔 우리 아이들을 돌봐줘야 하기 때문에, 패트릭과 나는 헤어지고 싶어도 헤어질 수 없는 사이가 됐다”며 던지는 농담에는, 농담 그 이상의 진한 우정과 세월이 녹아나고 있다.

사진=김은진 기자 ejui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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