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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 게임 패밀리 백경호 씨 가족] 온라인 게임 통해 훈훈한 가족사랑 실천

  • 김상현 기자 AAA@kyunghyang.com
  • 입력 2006.10.16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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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족들간의 대화단절로 ‘가족 해체’나 ‘가족 붕괴’가 일어나면서 사회적 문제로까지 불거지고 있다. 가족이라는 개념조차 점점 사라지고 있는 사회를 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가족간의 공통된 관심거리가 줄어들면서 대화단절이라는 악순환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 세대간의 공통된 관심거리조차 찾기 힘든 이때, 게임으로 대화의 창을 열고 있다는 백경호씨 가족. 게임으로 단절된 세대간의 벽을 허물고 가족사랑으로이어간다는 그들. 민족 최대 명절인 한가위를 앞둔 지난 9월 23일. 게임으로 가족사랑을 이어가고 있는 백경호씨 가족을 만나기 위해 서울 화곡동으로 향했다.

우리 가족 공통 관심사, 게임
“먼 곳까지 오시느냐고 고생하셨습니다.” 약속 장소 앞에서 손을 흔드는 백경호씨(37). 그의 손에는 피로 회복 드링크제 두 병이 들려져 있었다. “힘드셨죠. 하나씩 마시고 들어가시죠.” 드링크제를 건네는 그의 손에서 따뜻함이 느껴졌다. 친절함에 이끌려 들어간 그의 집. 그의 아내와 아이들이 한복을 정성스럽게 차려입은 모습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추석특집이라는 말에 식구들도 추석 기분 낼 겸, 겸사겸사 한번 입어봤습니다. 큰 아이는 한복이 작아서요. 저도 한복으로 갈아입고 나오겠습니다.” 그가 한복을 갈아입는 동안을 참지 못하고 아이들은 컴퓨터가 있는 방으로 향했다. 첫째 아들 승훈(11)이 즐기는 게임은 ‘루니아전기’, 둘째 딸 지우(8)가 즐기는 게임은 ‘빅샷’. 백경호씨 부부가 최근 재미를 붙인 게임은 ‘워록’. 공교롭게도 식구들 모두 넥슨 게임에 빠져있었다.

“특별히 맞추려고 한 것은 아닌데 그렇게 됐네요. 게임을 강요하는 부모가 어디 있겠습니까. 자기들이 좋아서 하는 게임이죠.” 모두 넥슨 게임을 즐기다 보니, 좋은 점이 있다고. “넥슨 캐쉬 한방이면 모든 것이 해결되니깐, 편하긴 해요. 애들 아이템을 자주 사주는 편은 아니지만, 제가 게임하다가 남은 돈으로 이것저것 가끔 사줍니다.” 컴퓨터 방에는 같은 기종 컴퓨터 2대가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식구들 모두 게임을 좋아하다 보니깐, 컴퓨터 한 대로는 부족하더라고요. 큰마음 먹고 최신기종으로 (컴퓨터) 두 대를 샀습니다.” 그러나 식구는 4명이라 가끔 컴퓨터 쟁탈전이 일어난다는 것이 그의 귀띔. 백경호씨는 PC방 사장 출신이다. 1999년부터 2003년까지 4년간 PC방을 운영했다. “초창기 PC방을 운영하면서 게임에 흥미를 많이 가졌던 것이 사실입니다. 집사람은 저 때문에 게임을 시작하게 됐죠.”

2000년부터 꾸준히 해온 ‘리니지’는 초고수 레벨을 훌쩍 뛰어넘었다. “리니지는 정말 열심히 했죠. 집사람이 저보다 레벨은 높아요. PC방 정리하고 나니깐 시간이 빠듯해서 리니지는 깨끗이 접은 상태입니다.” 2003년 PC방을 정리하고 중고차 딜러로 직업을 바꾼 그는 시간이 많이 투자되는 게임을 멀리했다. 백경호씨는 “규칙적인 생활로 MMOR PG는 멀리하게 됐다”며 “단시간에 끝나는 게임을 찾아 플레이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이후, 그는 ‘팡야’, ‘프리스타일’ 등 캐주얼게임을 즐겼다. “PC방을 운영할 때부터, FPS에 대해서는 많은 관심이 있었지만, 실제로 플레이를 하지 못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들 이모부가 워록을 추천했죠.” 그 후, ‘워록’에 심취, 아내와 함께 클랜활동까지 하면서 꾸준히 즐기고 있는 중이다.

대화단절? 게임한판이면 끝!
백경호씨 못지 않게 게임을 좋아하는 부인 황보금(32)씨. “남편 덕에 게임을 알게 됐죠. 처음에는 부정적으로 봤는데. 해보니깐 저한테도 맞는 것 같더라고요.” 같이 ‘리니지’를 할 때는 그녀가 더 레벨이 높았을 정도로, 게임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다. “아이들에게 게임을 강요하지는 않았습니다. 큰 아이가 컴퓨터를 처음 접한 때가 초등학교 입학한 후였던 것 같네요. 작은 아이도 마찬가지고요.” 게임을 권장한 것은 아니지만, 막지도 않았다. 그녀는 “아이들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교육을 했다”며 “무조건 안된다는 식의 교육방식은 지양했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평일에 게임 하는 시간은 30분 정도. 그마저도 시간이 없어 잘 못한다는 것이 그녀의 귀띔.

최근 불거진 아이들의 게임중독 현상에 대해서도 큰 걱정을 하지 않는 듯 보였다. 백경호씨는 “아이들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교육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아이들의 트렌드가 게임인데, 그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겠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부모들도 같이 게임을 하면서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는 방법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오려히 게임으로 순기능을 많이 봤다고 그들은 말한다. “아이들과 함께 게임을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눈높이 교육을 강조하지만 아이들이 관심있어 하는 부분부터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을까요.” 백경호씨는 게임으로 아이들과 대화하며 친밀감을 쌓고 있었다. 부인 황보금씨 역시, 아이들과 같이 게임을 하면서 많은 대화를 나눈다고.

“역시 게임은 아이들이 잘해요. 같은 게임을 플레이하다보면 항상 제가 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때 마다, 승훈이는 의기양양하다. “아빠, 그것도 못해”라며 핀잔을 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게임의 순기능은 이 뿐만이 아니다. 게임을 통해 부부금슬도 더 좋아졌다고. “제가 술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최근 게임을 플레이하고부터 술자리를 피하고 집사람이랑 게임을 하러 집에 빨리 들어옵니다.” 자연히 저녁은 집에서 식구들끼리 먹는 경우가 많아졌고 식사 중간중간 게임이야기로 꽃 피운다고.

게임사랑이 곧 가족사랑
모든 가족이 게임을 하면서 항상 좋을 수많은 없는 일, 숨겨진 역기능도 분명 있었을 터. 백경호씨가 “특별한 역기능은 없다”고 말하려는 순간 황보금씨가 끼어 들었다. “있잖아요. 주말에 가족들이 다들 게임에 몰입하다보니깐 야외를 못나가요.” 식구들끼리 가까운 교외로 나가서 주말을 즐기는 일을 못한다는 것이 황보금씨의 설명. 백경호씨 보다 아이들의 불만이 더 높았다. 백지우양은 “다른 집들은 주말이면 다들 놀러 가는데 우리는 매주 집에 있어요”라며 “나도 다른 가족들처럼 야외로 나가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이런 가족들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백경호씨는 게임이 최고라고 말한다. “물론, 가족들끼리 나가면 좋죠.

하지만, 돈도 많이 들고 요즘 나가면 사람들만 많죠. 적은 비용으로 쉽게 편하게 가족애를 지킬 수 있는 수단은 게임이 최고입니다.” 그 만의 옹고집이요, 편협된 주장일 수도 있겠지만, 그가 생각하는 가족사랑은 게임으로 시작된다는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게임에 대한 애정이 많은 만큼, 게임의 방향에 대해서 할말이 많았던 백경호씨 가족. 백경호씨는 “워록을 즐기면서 몇몇 버그들로 고생을 많이 했다”며 “눈에 띄는 버그는 개발사가 신경써서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워록의 ‘빼꼼버그’는 꼭 고쳐야한다”며 “워록 개발진들이 이 인터뷰를 보고 하루빨리 고쳐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황보금씨는 “대부분의 게임들이 정식 서비스로 부분유료화를 선택했지만, 너무 수익성만을 고려하고 있다”며 “유저들을 배려하는 부분유료화 정책이 시행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리니지 사태’부터 ‘바다이야기 사태’까지 게임은 사회적인 악의 축으로 다가왔다. 게임의 순기능을 배제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백경호씨 가족은 게임으로 가족애를 키운다고 말한다. 백경호씨 가족만을 보고 게임의 순기능에 대해 단정지을 순 없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게임이 역기능만을 가지고 있다는 편견은 백경호씨 가족을 보면 버릴 수 있지 않을까. ‘게임의 순기능, 순기능!’ 말로만 앞장서는 정부나 협회, 게임업체들보다 몸소 실천으로 보여주는 이 가족에게 박수를 보낸다.

사진=김은진 기자 ejui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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