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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RI 게임기술개발센터 양광호 센터장] ‘팔방미인 게임’으로 ‘괴물’아성 뛰어넘겠다!

  • 김상현 기자 AAA@kyunghyang.com
  • 입력 2006.12.17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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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국내 영화계에 ‘괴물’이 나타났다. 개봉 38일만에 한국영화 흥행 1위를 시작으로 그동안의 기록들을 갈아엎었다. 개봉 당일 최다 관객 동원, 최단기간 500만명, 1000만명 관객동원, 최종 관객 스코어 1천301만9천740명을 기록했다. 어떤 성공에든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탄탄한 스토리, 배우들의 연기력 등 많은 이유들이 있겠지만, 전문가들은 가장 큰 이유로 CG(컴퓨터그래픽)을 꼽는다. 영화기술이 ‘괴물’을 국내 최고 영화로 승화시킨 것이다. 기술력이 문화컨텐츠에 큰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게임산업도 다르지 않다. 기술력이 곧 경쟁력으로 성공의 키워드로 통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온라인 게임산업을 필두로 세계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기술적인 측면은 미흡한 것이 사실. 기술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이때, 게임기술 발전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이들이 있다. 주인공은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소)의 게임기술개발센터 연구원들과 양광호 센터장. 국내 게임 핵심기술을 연구, 상용화까지 게임산업의 미래에 답이 있다고 믿는 양광호 수장을 만났다.

"게임의 가장 큰 장점은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 부분을 특화시킨다면 어떤 산업과도 접목시킬 수 있습니다."

●연구원 직함 버리고 게임산업 일꾼으로
●실용적 기술,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려
●게임으로 문화컨텐츠 통일한다

■ 게임은 팔방미인!
- 게임기술개발센터는 국내게임산업의 기술경쟁력 확보를 위해 정보통신부의 지원으로 설립됐다. 온라인 게임 산업에 필요한 장비 및 기술력을 산·학·연에 지원함으로서 국내 게임 산업 발전의 내수기반 기틀을 만드는 것이 설립취지이다. 이외에도 국내외 산·학·연간 관련기술의 교류를 위한 게임기술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게임업체가 필요로 하는 기술 전수와 중개 역할을 하고 있다. “아직도 자동차, 반도체, 컴퓨터 등에만 기술이 필요하고 게임에는 기술이 별 필요가 없지 않겠냐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게임기술의 파급력은 어마어마합니다.” 양광호 센터장은 게임이라는 것이 단순히 놀이문화로 끝나는 산업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모든 지식산업의 기반이 게임으로부터 시작될 수 있고 마무리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교육, 의료, 기반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게임이 활용될 수 있습니다. 게임의 가장 큰 장점은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 부분을 특화시킨다면 어떤 산업과도 접목시킬 수 있습니다.” 최근 이러닝(e-learning)이 각광받으면서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것이 양 센터장의 귀띔. 기존 이러닝이 단방향 시스템이었다면, 게임기술개발센터에서 개발한 이러닝은 쌍방향 시스템으로 학습효과를 향상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웹(Web)과 교재를 이용한 이러닝 방법은 아이들의 집중력을 높일 수 있으며 방대한 양의 정보를 쉽게 찾아주는 등 학습에 용이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게임 트레일러가 유저들에게 각광받으면서 VR(가상현실)파트에서도 괄목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게임 유저들의 눈높이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실제영화 같은 영상을 게임에서도 보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기술적 발전이 필요할 수 밖에 없는 반증이기도 하죠.” 이미 국내 적지 않은 게임업체들이 게임기술센터의 VR장비를 이용, 모션캡처를 게임 안에 접목시키고 있다. 이 밖에도 온라인게임에서의 대규모 사용자를 가상으로 시뮬레이션이 가능한 게임시뮬레이터를 개발하고 국내 개발업체에 보급 및 기술지원하고 있다. 이는 게임서버 안정화 및 성능 향상에 큰 도움을 주고 있었다.

■ 플랫폼은 문제되지 않아!
현재 게임기술개발센터에서 게임산업 향후 10년 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 중에서 크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 플랫폼의 크로스오버다. 하나의 타이틀로 콘솔게임은 물론, 온라인, 모바일까지 그 영역을 확장시키고 있다. “10년 뒤에 게임산업에 있어서 플랫폼은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기술적인 표준안이 만들어지게 되면 별도의 작업을 거치지 않고 하나의 타이틀을 모든 플랫폼에서 똑같이 즐길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기술의 발전은 하드웨어의 장벽을 곧 무너트리고, 연동 가능케 할 프로세서가 개발된다면 플랫폼 장벽은 사라진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2007년 테스트를 앞두고 있는 와이브로 역시 이런 플랫폼의 장벽을 깨는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온라인 게임을 언제 어디서나 플레이할 수 있는 열쇠가 와이브로에 달려있습니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어짐으로서 게임산업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나타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앞서 밝힌 하드웨어적인 기술연구 이외에도 시스템 프로세서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 그리고 이를 지탱해줄 프로세서가 3박자를 갖춘다면 영화 ‘매트릭스’의 가상현실 세계도 꿈만은 아닐 것입니다.” 게임기술개발센터가 허무맹랑한 상상의 나래만 펼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게임업체들이 필요한 기술을 분석하고 좀 더 효율적인 시스템 개발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중소규모의 게임개발 업체가 게임컨텐츠의 고품질화를 위해 실시하는 대규모 베타테스트를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온라인게임 테스트베드를 구축했다. 이를 위해 고성능 서버장비 및 초고속 인터넷망을 지원하고 기술지원을 통해 안정적인 서비스 운영환경 및 관련 기술을 제공함으로써 경제적, 기술적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많은 부분을 수행하다보니, 미흡한 부분이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좀더 필요한, 효율적인 측면을 강조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미래 발전 산업으로 국내 게임업체들이 걸림돌 없이 전질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최고의 문화컨텐츠로 문제없어!
- 영화 ‘괴물’을 보면서 양광호 센터장은 많은 고민을 했다. 게임산업이 훨씬 더 우수함에도 불구하고 영화산업에 가려져 빛을 보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라는 질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유’를 분석하고 대안을 짜내 게임산업의 발전을 이야기했다. “급변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게임산업도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그 산업을 위한 길을 모색하는 일이 등한시되는 것 같아서 안타까울 뿐입니다.” 정부부처 소속으로 턱없이 모자란 예산에 가슴아픈 적이 많았다고 양 센터장은 털어놨다.

“안정화로 접어든 산업과 태동하고 발전하는 산업은 분명 차이를 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게임산업은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럴 때, 바로 잡아주면 훨씬 더 멀리 뛸 수 있다고 봅니다.” 매년 책정되는 예산을 한푼이라도 더 끌어오기 위해 그는 노력하고 있었다. 정부관계자들이 그를 ‘몽상가’라고 비아냥거렸지만, 그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의 노력이 분명히 게임산업의 발전에 보탬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여러 사람을 만난다. 중소게임개발사의 사장들의 한탄도, 대기업의 불평도 그에게는 소중하다. “연구실에 앉아서 편안하게 일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조금이라도 개발센터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가고 있습니다. 다리품을 팔면 그만한 대가가 나오지 않겠습니까(웃음).”

게임관련 첨단 연구결과물을 게임 중소기업에 보급하는 창구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 그의 천직이라고 믿고 있는 듯했다. “국내 게임산업계가 기술적 제약 없이 오직 세계적 수준의 빅타이틀 제작에만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토록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게임업계가 필요로 하는 기술을 사전에 파악하고 지원하는 일을 면밀히 추진토록 할 것입니다.” 그의 최종목표는 영화 ‘괴물’을 뛰어 넘는 것이다. 단순히 흥행이나 매출액이 아닌, ‘괴물’이 지니고 있는 상징적인 문화컨텐츠의 힘을 게임으로 보여주고 싶다는 것이 그의 희망이다. 양광호 센터장 같은 숨은 일꾼이 있기에 국내 게임산업이 발전을 거듭하는 것이 아닐까. 2016년, 게임기술개발센터의 노력이 게임산업계의 ‘괴물’을 키워 낼 수 있을지 기대해보자.

사진=김은진 기자 ejui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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