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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분쟁 연구소 정준모 변호사] “MMORPG 아이템 현거래 논의조차 필요 없다!”

  • 김상현 기자 AAA@kyunghyang.com
  • 입력 2007.01.15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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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도자에게 따르는 책임은 막중하다. 기술에 따르는 법적 제도는 물론, 사회적인 파장까지도 책임져야할 의무가 있는 까닭이요, 그 선례가 타인에게 선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게임강국이라 불리며 전 세계 온라인 게임을 선도하고 있다는 대한민국. 하지만 산업의 양적인 팽창에 따른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만은 여전히 후진국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게임의 부정적 인식이 높아지면서 지탄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정부 역시, 아직도 ‘바다이야기 사태’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사행성문제에 대해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모습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최근 불거진 ‘아이템 현금거래 법적 규제’ 문제에 대해서도 명쾌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지난 2006년 12월 27일, ‘아이템 현금거래 대책 토론회’가 과학기술 대강당에서 열렸다. 하지만, 답답한 토론회에서 유저들이 얻을 수 있는 것은 한숨뿐이었다. 토론회에서 ‘아이템 현금거래에서 MMORPG는 논의할 필요 없다’는 폭탄 발언을 한 게임분쟁 연구소 정준모 변호사. 현재 법 안에서 모든 것이 해결 가능하다는 그의 주장을 들어봤다.

"정부·업체·중개사이트가 협력만 한다면, ▲작업장으로 부당한 이익을 본 사람에게는 세금을 징수해 회수할 수도 있고 ▲거래 횟수를 제한해 게임 아이템 현금거래를 업(嶪)으로 하는 사람들을 줄일 수 있다."

■ 양도된 아이템, 유저들의 자유
- 온라인 게임 아이템에 대한 그의 생각은 확고하다. 게임사로부터 권리를 양도받은 유저들. 자연, 거래에 대해서도 자유롭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이용권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내가 캐릭터를 지우지 않는 이상, 그 이용권은 무한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용권을 현금으로 사고 파는데 문제는 없다고 봅니다.” 1990년부터 콘솔 게임을 즐겼던, 그는 게임에 대해서 관심이 많다. 처음 온라인게임에 관심을 갖게된 이유는 동생 때문이었습니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에 빠져서 헤어나오질 못하더군요.” 처음 온라인게임에 빠져있는 동생을 보면서 화도 내고 달래도 보면서 게임과 동생을 단절시키려 노력했다. 그러나 쉽게 빠져나오지 못했다. 정 변호사는 ‘왜 이토록, 온라인 게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온라인 게임의 약관과 전자상거래, 게임에 관련된 서적을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아이템 현금거래도 그 때부터 관심을 갖게된 것 같네요.”

직업은 속이지 못한다 했던가. 변호사의 눈으로 본 게임사의 약관 및 현금거래 관한 사항 등은 문제가 많았다. “대부분 온라인게임사들의 약관은 불공정해보였습니다. 마치 유저들과 게임사간의 노비문서 같았습니다. 아이템 현금거래에 대해서도 게임사가 가부를 결정할 사안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모든 권리는 게임사에게, 책임은 유저들에게 전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더군요.” 지난 2006년, ‘리니지’ 유저들이 게임 약관의 불공정성을 문제삼아 게임사인 엔씨소프트를 상대로 낸 집단소송의 변호인을 맡았다. 온라인 게임에 대한 선례는 해외에서도 없었다. 처음엔 가닥이 잘 잡히지 않았지만, 게임이라는 특성을 완전히 파악하고 ‘유저는 고객’이라는 전제 하에서야 해결점을 찾아낼 수 있었다. 정 변호사는 “이용약관도 문제지만, 아이템 현금거래를 규제한다는 정부의 입장도 잘못된 것”이라며 “이번에 불거진 아이템 현금거래 법적 규제는 처음부터 잘못됐다”고 말했다.

■ MMORPG는 사행성 도박이 아니다
- 정준모 변호사는 지난 12월 27일, ‘아이템 현금거래 대책 토론회’에 전문 패널로 참석했다. 토론회 일주일 전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자료들을 정리했다. 중요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일정 및 자료 준비 시간이 부족했다. 문화관광부가 토론회를 주최했다는 것도 참석 당일, 처음 알았을 정도. “하나의 주제를 두고 난상토론 형식으로 갔으면 밤을 세워서라도 (아이템 현금거래 규제) 찬성 쪽 패널분들을 설득시켰을 것입니다. 참석하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아이템 현금거래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사행과 환전업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자리 같아서 저 또한 안타까웠습니다.” 토론회 주제와 상당히 벗어났다는 것이 그의 주장. “MMORPG의 아이템 현금거래는 사행성과 도박성에 대해 자유로움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사안으로 토론회가 진행됐습니다. 그런 토론회에서 어떤 정책과 대안이 나오겠습니까.”

사행성 도박은 ▲우연한 결과에 따라 재산상 이익을 가져오는 것 ▲그 이익을 현금으로 환전하는 것 ▲타인에게 손해를 입히는 것으로 정의되고 있다. 정 변호사는 이 세 가지 조항 중에 MMORPG는 환전 조항에만 해당된다는 것이다. “(MMORPG의 경우) 우연한 결과에 따라 재산상의 이익을 가져오는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매우 드문 확률입니다. 사행성 도박은 그 목적이 돈에 있지만, MMORPG는 게임을 즐기는 데 지향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환전 조항 하나에 기대고 사행성으로 몰아가는 것은 어폐가 있습니다.” 온라인 보드게임의 경우, 위의 조건을 만족시키지만 MMORPG은 완전 다른 범주라는 것. 그는 “아이템 현금거래 법적 규제화가 완전히 잘못된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며 “사행성과 도박으로 몰아갈 것이라면 아예 토론을 하지 않는 것 좋다”고 강조했다.

■ 정부, 업체, 중개사이트 루트 확보 필요
- 대안 없는 주장은 자신만의 생각의 횡포에 지나지 않는다. 정 변호사는 아이템 현금거래에 대해서 다른 시각으로 보면서 새로운 대안을 풀어놨다. “현재법으로도 충분히 아이템 현금거래 부작용을 막을 수 있습니다. 따로 법적인 규제는 필요 없습니다.” 아이템 현금거래로 나타나는 외화 유출, 작업장 성행 등의 사회적 문제에 대한 1차적인 책임은 게임사에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 “그렇게 문제가 된다면 게임사에서 충분히 막을 수 있지 않을까요. 아이템 효용을 줄이고 중요한 아이템의 경우 귀속을 시킨다면 분명 아이템 현금거래는 줄어들 것입니다. 그럼에도 게임사들이 하지 않는 이유는 자신들의 이익 때문입니다.” 그 동안 게임사들이 현금거래를 묵인하고 있다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던 것이 사실이다. 일단 아이템 현금거래가 이뤄져야 게임이 성공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현금거래를 묵인하고 사회적인 인식 때문에 ‘아이템 현금거래는 규제’ 해야한다는 게임사들의 논리는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이제와서 유저와 중개사이트에게 모든 짐을 떠맡기는 것이 과연 옳은 행동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사회적으로 불거지고 있는 작업장과 현금 외화 유출에 대해서 그는 “실명제만 확실히 지킨다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게임사, 중개사이트, 정부가 함께 감시할 수 있는 기관을 만들자고 역설했다. “아이템 현금거래에 대한 폐해를 개선해나가는데 힘을 써야지, 한번에 막는다고 폐해가 사라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음성적으로 사회적 문제를 부추길 것이 불 보듯 뻔합니다.” 무조건적인 규제보다는 서로 협력해 대안을 모색하자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정부·업체·중개사이트가 협력만 한다면, ▲작업장으로 부당한 이익을 본 사람에게는 세금을 징수해 회수할 수도 있고 ▲거래 횟수를 제한해 게임 아이템 현금거래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을 줄일 수 있는 것. “청소년들의 게임 과몰입은 아이템 현금거래로 생긴 문제가 아닙니다. 그 문제는 다른 측면에서 접근해야 할 것입니다.” 불과 칼은 우리 생활에 유용한 도구로 사용되지만, 자칫 범죄나 재산상의 피해를 줄 수 있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정 변호사는 게임도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그는 “문제가 있다고 무조건적인 규제만 한다면 자칫 게임산업을 전부 말살하는 극단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산업의 진흥을 위해서라도 아이템 현금거래 법적 규제는 다시 한번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의 정책이 아이템 현금거래 법적 규제로 간다면, 이를 바로잡기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 주에는 ‘아이템 현금거래 규제’찬성입장인 성신여대 법학과 황승흠 교수 인터뷰가 게재될 예정입니다.

사진=김은진 기자 ejui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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