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송현주, 최종윤 부부] “따로노는 게임업계와 학계, 효과적 융합책 마련 시급”

  • 봉성창 기자 wisdomtooth@kyunghyang.com
  • 입력 2007.01.29 09:30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하나의 산업이 완성되기까지, 그 뒤에는 많은 학술적 연구들이 수반된다. 가령 자동차가 탄생된 배경에는 물리, 화학, 수학 심지어 의학이나 심리학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기초학문의 연구 결과가 집적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자동차가 계속 진화할 수 있는 이유도 이러한 학문적 연구가 계속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은 어떨까? 우리나라는 온라인게임 종주국이라는 익숙한 수식어가 늘 따라다니지만, 막상 게임에 대한 체계적인 학문적 연구는 아직 여타 산업에 비해 미흡한 실정이다. 그렇다고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게임 혹은 컴퓨터관련 학과를 졸업한 인재라 하더라도 처음부터 다시 가르쳐야 하는 업계의 현실 때문이다. 무엇보다 밀접해야 할 학계와 업계의 괴리를 어떻게 뛰어넘을 것인가? 두원공과대학 게임학과 겸임 교수로 재직 중이며 게임개발사를 경영하고 있는 송현주 교수(33)와 그녀의 남편으로서 업계 최일선에서 게임개발을 하고 있는 최종윤씨. 이 부부와 함께 학계와 업계 양쪽의 숨은 사정을 동시에 들어봤다.

"요즘 아이들에게 왜 게임을 하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게임 말고도 놀 거리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 합니다. 결국 경쟁 상대는 같은 게임이 아니라 다른 문화 컨텐츠죠"

■ 무분별한 저변확대, 문제 있다
- 송현주 교수와 최종윤씨는 결혼 7년차의 평범한 부부다. 94년 소프트맥스의 ‘창세기전’의 모니터 요원을 같이 하게 된 것이 인연이 됐다. 이후 게임 잡지에서 같이 필자 생활을 하며 99년 결혼해 성공했다. 이후 송교수는 공부를 계속해 게임학과 교수가 되고, 최종윤씨는 게임음악 창작 일을 하게 됐다. 두 사람 모두 게임계에 몸 담은지 무려 12년. 과거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게임업계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게임의 위상은 10여년 전에 비하면 말할 수 없이 높아졌죠. 옛날에는 라면만 먹고 고생해도 게임이 좋았고 다른 일을 선택할 수 없으니까 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송교수는 매일 회사 책상 밑에서 잠을 청할 정도였다고 그 당시를 회고한다. “지금은 게임 일 한다 그러면 돈 많이 벌지 않냐고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꼭 그렇지만도 않지만요(웃음). 일단 저변이 넓어졌다는 점에서는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송교수의 말은 조금 다르다. “게임의 저변이 넓어진 것이 꼭 좋다고만은 볼 수 없는 것 같아요. 게임이 너무 가벼워지고 있거든요.” 게임업계가 넓어진 저변만큼 최대한 많은 사람이 게임을 하게 하기 위해 게임이 너무 단순해진다는 것이다. “게임 마케팅이 게임의 성공여부를 가리게 되는 현실 속에서 개발자들의 장인정신은 사라지는 부분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 상품이 아닌 작품 만들어야
- 이러한 경향에 대해 송교수는 개발자들이 너무 공부를 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유저인터페이스만 보더라도, 타 사의 성공한 게임의 스크린샷을 대고 그리거든요.” 이는 누가 봐도 매우 부끄러운 짓이라는 것. 최씨도 이에 대해 일정 부분 수긍한다. “문제는 이러한 표절에 대해 내부적으로 아무도 반박할 수 없다는데 있습니다. 만약 독창성을 추구했다가 게임이 실패한다면 이는 누가 책임지냐는 거죠.” 게임이 작품이 아닌 상품으로 전락하는 순간이다. “학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독창적인 연구 논문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고, 고작 ‘리니지’나 ‘스타크래프트’의 성공 요인을 분석하는 논문으로 넘쳐납니다.” 물론 이러한 논문이 전혀 의미가 없다고 볼 수는 없지만 너무 많다는게 문제다. “전 세계에 4년제 게임학과가 있는 나라는 오직 우리나라 뿐입니다. 외국은 모두 2년제나 전문 과정으로 되어 있죠. 그럼에도 논문이나 연구사례는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풍부합니다.”

■ 경쟁 상대는 게임 아닌 문화컨텐츠
- 송현주 교수는 이러한 양상이 결국 장기적으로 게임산업 발전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요즘 아이들에게 왜 게임을 하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게임 말고도 놀 거리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 합니다. 결국 경쟁 상대는 같은 게임이 아니라 다른 문화 컨텐츠죠” 게임끼리 경쟁하다보니 서로 베낄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드라마를 보는 인구를 게임으로 끌어들이고, 영화를 보는 인구를 게임으로 끌어들여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 컨텐츠 자체를 게임으로 끌어드려야 하는거죠” 이미 해외에서는 이 같은 시도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영국에서는 TV쇼와 게임을 접목시켜 TV시청인구와 게임인구를 모두 끌어 들인 사례가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영화를 주제로 하는 게임이 이미 많이 나와있구요.” 우리나라로 따진다면 왜 인기 드라마 ‘주몽’이나 ‘괴물’과 같은 영화를 온라인게임으로 만들지 않느냐는 소리다. “학계에서는 꾸준히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 문제 제기를 해왔습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귀 기울여 주지 않습니다.” 이에 대해 최종윤 씨는 이렇게 대답한다. “이미 눈앞에 보이는 경쟁체제 내에서 어차피 게임을 하는 인구 중에서라도 자사의 게임을 더 많이 하게 하는 것이 급선무 입니다. 현재 구조에서는 당장 수익이 나지 않으면 기업은 망할 수밖에 없거든요.”

■ 제대로 된 인력양성 뒷받침 되야
- 송현주 교수와 최종윤 씨는 이렇게 학계와 업계 사이에 생긴 괴리감을 좁히기 위해서는 학계가 배출한 인재와 업계가 필요로 하는 인력이 일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사실 게임을 단순히 만들기 위한 것이라면 4년 동안이나 가르칠 것은 별로 없습니다.” 송교수는 학문연구와 개발인력 양성을 학계에서 동시에 소화해 내기 위해서는 분명한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4년제 대학은 연구진을 구성하고 실무를 배제한 순수 학문연구를 해야 합니다. 반면 2년제 대학에서는 쓸데없는 이론 수업 보다 차라리 업계 분들이 직접 와서 실무를 가르쳐야 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학계에서 직접 게임을 개발해 본 경험을 가진 교수진은 그다지 많지않다고 한다. “학교와 학생 모두 직접 업계 실무자가 와서 교육해주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업계에 교육 해달라고 부탁해도 거절하기 일쑤죠.” 최종윤 씨는 이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한다. “내키지 않는 것이 당연합니다. 당장 자기네 회사의 게임개발이 급하고, 몸이 피곤하다보니 아무리 마음이 있어도 결코 쉽지 않죠.”

■ 공고한 산학연계가 미래를 보장
결국 이러한 괴리감은 불신으로까지 이어진다. 업계 입장에서는 결코 학계에서 배워온 것을 신뢰할 수 없고, 개발 인력은 늘 부족하게 된다. 학계는 자신의 공들인 연구결과가 실제 게임개발에 적용되지 않아 입지만 더욱 좁아지게 된다. “게임의 파괴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학문적인 연구는 계속 필요한 것입니다.” 송현주 교수에 말에 의하면 실제로 작년에 열린 게임 개발자 회의에서는 이러한 논의들이 오갔다고 한다. “지구 평화를 위한 게임을 만들 수는 없을까? 혹은 지구 온난화에 대한 위험성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게임을 만들 수는 없을까?” 게임의 파괴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가 우리나라에서는 말 그대로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송현주 교수는 아직 게임역사가 그리 오래되지 않은 탓도 있지만 학계와 업계가 모두 노력해 앞으로 우리나라가 세계 게임시장을 선도해 나갈만한 원동력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앞으로 업계가 사명감을 가지고 학계와 계속 면밀히 협의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는 게임학 연구에 있어 최적의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단적으로 게임 하나 내주면 이렇게 열심히 하는 나라가 없어요. 해외에서 일부러 우리나라까지 와서 연구를 할 정도니까요.” 최종윤 씨 역시 이 부분에 대해 동감한다. “당장은 어렵더라도 파이를 나눠먹기 보다 더욱 키워야 합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제 자리 걸음에 머물 수는 없으니까요” 우리나라의 21세기를 책임질 유망 분야로 추앙받는 게임산업.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 우리가 앞으로 넘어야 할 장애물은 결코 적지 않다. 그러나 이들 부부의 금슬만큼이나 학계와 업계가 서로를 가까이 하고 믿는다면 이러한 꿈도 결코 요원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사진=김은진 기자 ejui77@kyunghyang.com

저작권자 © 경향게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