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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CG 2004 현장을 찾아서 <1>

  • 샌프란시스코=김수연
  • 입력 2004.10.18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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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막행사는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등 세계 5대 대륙을 대표하는 무용단, 올스타 인터내셔널의 뮤직 & 댄스 공연과 샌프란시스코 미식 축구 대표팀 49ers의 치어리더 ‘골드러시’팀의 응원전으로 시작됐다.||■ “입장료 5달러가 아깝다”
처음으로 해외에서 개최된 WCG 2004는 미국인들에게 게임대전이라는 생소한 개념을 적극적으로 홍보한 첫 대회다. CNN, CBS, ABC 7, FOX 등 주요 방송사와 뉴욕타이즈, 샌프란시스코 크로니컬 등 현지 주요 신문에 WCG 대회가 연일 소개될 정도로 언론의 관심을 모으는데 성공했다.

특히 주요 언론들은 프로게이머와 게임을 중계하는 전문채널이 있는 한국의 게임문화에 놀라운 반응을 보였다.

해외의 관심도 지난해보다 높아졌다. WCG 2005 개최지인 싱가포르는 선수 이외에 정부 관계자 20여명을 파견, 행사 진행 전반에 대해 조사 활동을 벌였다.

2006년 행사 유치를 노리고 있는 말레이시아도 자국 선수가 본선에서 입상을 할 경우, 실질적으로 올림 픽 메달리스트와 같은 대우를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중국은 최근 인터넷에 접속해 게임을 벌이는 e-sports를 99번째 스포츠로 인정했다.

한편, 현지 언론의 뜨거운 반응에도 불구하고 관객동원에 실패했다는 점은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주최측의 공식적인 발표에 의하면 입장객 수는 2만여 명인 것으로 나타내고 있으나 실제와는 큰 차이가 있다.

2층에는 총 7천여 석의 관중석이 마련돼 있으나 연일 텅텅 비어있는 모습이었다. 주말이 끼인 9일과 10일이 돼서야 관객 200여명 정도가 눈에 띠었을 뿐이다. 문제는 이 관객들조차 제대로 경기 관람이 힘들었다는 것. 입장료 5달러가 아깝다는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 관람객 배려하지 않은 주최측에 실망
1층 경기장 중앙에는 총 5개의 스크린이 설치돼 있다. 그러나 경기 중계보다 지난 WCG를 영상화한 동영상 상영 횟수가 훨씬 더 많았다. 때문에 정작 경기 관람을 위해 행사장을 찾은 이들은 실망을 감출 수 없었다.

경기 역시 극히 일부 선수의 것만이 공개 됐고 이마저도 소리는 전혀 들을 수 없는 상황. 캐스터와 해설자의 중계방송은 그렇다 치더라도 효과음 하나 들리지 않는 적막한 곳에서의 경기 관람에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미국 현지에서 살고 있는 교민의 말을 들어보면 “게임에 관심을 두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한인들이지만 이 곳 샌프란시스코에는 한인들의 수가 극히 드물다”고 말해 대회 개최지 선정이 관객 동원 실패의 원인 중 하나로 꼽았다. 또 “WCG 소식을 듣고 프로게이머들을 보러 왔는데 관객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주최측의 허술한 관객 유치에 무척 실망스럽다”며 “이런 식이면 친구들에게도 오지 말라고 해야겠다”며 언성을 높였다.

게임대회 이외에도 뮤직 및 댄스공연, X-게임, IT와 게임업체의 스폰서의 활발한 전시 등의 행사가 진행됐으나 이 역시 관객 수가 저조해 설렁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물론 e-sports의 반응이 한국만 한 곳이 어디 있겠냐 만은 세계적인 문화 행사를 표방하고 나선 만큼 관객들을 위한 배려가 필요했음을 절실히 느끼게 하는 부분이다.||■ 복병 ‘네덜란드’, ‘카스’ 이변 화제
종합순위 1위를 목표로 했던 한국이 금메달 1개 차이로 네덜란드에게 1위 자리를 내주었다. 당초 금메달을 기대했던 ‘워3’ 부문에서 한국의 황태민이 네덜란드 마뉴엘 센퀴젠 선수에게 2:1로 역전패를 당한 것. 결국 네덜란드가 새로운 게임 강국으로 부상했다.

한국은 지난 해 독일과 대만에 이어 3위를 차지했었다. 때문에 이번 대회에서는 독일과의 경쟁 구도를 예상했으나 네덜란드라는 복병을 만났다. 네덜란드는 ‘언리얼 토너먼트’, ‘프로젝트 고담 레이싱2’, ‘워크래프트3’에서 탁월한 기량을 발휘했다.

독일은 금, 은, 동메달을 각각 1개씩을 추가해 종합순위 4위에 그쳤다. 반면, 한국의 ‘카스’부문 메이븐 팀이 FPS의 세계 최강으로 일컬어지는 스웨덴 SK(SK gaming)팀을 꺾고 동메달을 차지하는 쾌거를 올렸다. WCG 사상 첫 4강 진출이다.

전 카스 선수이자 현재 WCG 운영자인 윤도민씨는 ‘카스’의 동메달이 확정되자 메이븐 팀원들과 얼싸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윤씨는 “유럽에게 번번이 패했던 기억을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난다”며 “한국이 그 동안 해냈던 일을 메이븐이 해내 감격스럽고 꿈만 같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각종 게임관련 사이트에도 “한국의 FPS게임의 수준이 놀랄 만큼 발전했다”며 “8강도 아닌 동메달까지 따낸 것은 실로 기적 같은 일이라”며 극찬했다.

■ 운영 미숙 및 선수불편 사항 ‘속출’
이번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의 한결같은 소리가 바로 “연습 한번 못해봤다”는 것. 대회를 운영하는 ICM 측에서 선수들을 위한 연습실 하나 마련해주지 않은 탓이다. 이 같은 항의가 빗발치자 이튿날 부랴부랴 경기장 3층에 연습실을 마련했으나 PC 수가 터무니없이 모자라 선수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또한 선수 1인당 1일 30달러의 밥값이 지급되지만 대회장 주변에는 음식점이 없을 뿐더러 한시간 간격으로 5경기까지 치르는 선수도 적지 않아 끼니를 거르는 선수들이 많았다. 한 선수는 “배가 고파 쓰러질 지경인데 다음 경기 때문에 불안해서 대회장을 오래 비울 수가 없다”며 “도시락이나 급식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이밖에 경기 시간이 변경돼 경기관람에 혼선을 빚는다거나 허술한 규정으로 재경기를 치르는 등 여전히 경기 운영상의 허점이 눈에 띄었다.

WCG를 진행하는 ICM은 샌프란시스코 본선대회에만 700만 달러가 소요됐으며 총 2천 500만 달러의 비용을 들였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해 예산에 비해 약 150% 가량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대회의 질적 향상도는 지난해와 비교해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 WCG 2005는 더 나은 행사가 되길…
WCG는 2004년에 이어 내년에도 WCG의 해외개최를 준비하고 있다. 이미 싱가포르 대회를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현지 EDB(경제개발청)와 사전협의를 진행 중이다. 정식종목 및 시범종목 선정을 위해 게이머들을 대상으로 투표와 설문조사를 함께 진행하기도 했다.

샌프란시스코에 이어 2회째 맞이하는 해외개최인 만큼 내년 싱가포르에서 개최되는 WCG 2005는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전 세계 젊은이들의 게임문화축제’의 의미를 제대로 살릴 수 있는 게임리그로 자리매김 돼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대회 현지 운영에 초점을 두고 철저한 사전 준비로 많은 부분에 있어서 완벽한 현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ICM도 “진정한 의미의 WCG 국제화를 위해서 이번 대회운영의 경험을 바탕으로 개최도시 및 개최국가에 밀착된 대회운영 준비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WCG 2005는 대회운영의 로컬라이제이션에 완벽을 기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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