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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 기획팀 이수인 과장] “엉망진창이어서 더 유쾌한 개발사 이야기 기대해 주세요”

  • 유양희 기자 y9921@kyunghyang.com
  • 입력 2005.12.12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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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벤처의 성공신화에는 ‘게임’이 빠지지 않고, 젊은 층에겐 연예인 버금가는 ‘선망의 직종’으로 게임 개발자가 꼽히고 있지만. 정작 그 생생한 삶의 현장인 개발사 구석은 빈 컵라면 용기와 콜라 병이 그들의 ‘애환’을 여전히 대신하고 있다. 개발사의 ‘리얼한’ 표정을 담아낸 ‘개발사 이야기(에이콘)’가 조용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11월 중순께 출시 이후 인터넷 서점 ‘예스24’ 만화와 컴퓨터인터넷 서적 각 파트에서 주간 1위를 달리고 있는 것. 네 컷 짜리 만화가 개발실의 풍경을 ‘촌철살인’으로 그려내고, 짤막한 에세이가 이 네 컷 만화 이면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그려낸다. 책을 쓰고 또 그린 이수인 엔씨소프트 과장(30)이 게임업계 개발자 10년 차로서 일선에서 겪었던 ‘현실보다 리얼한’ 이야기이다. ‘게임회사 이야기’를 묶어낸 이수인 씨를 만나보자.

개발자 그리고 샐러리맨들의 애환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풍경
“때론 좌충우돌, 울고 또 좌절하지만 뭔가를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다는 데 보람을 느끼는 곳이죠.” 이 과장이 개발자로서 10년을 보낸 결론이다. 하나의 프로젝트가 착수되는 순간부터 성공과 실패의 기로에 서기까지, 작은 개발사 그리고 큰 개발사의 ‘흥망성쇠’를 한 가운데에서 ‘겪은’ 이 씨. 지난 2년 여 간 그 때마다의 ‘희로애락’을 하나씩 블로그와 잡지에 연재하던 것이 지난 11월 중순 책으로 엮였다. 지난해 만화가 실렸던 이 씨의 블로그(neverwhere.egloos.com)는 하루 일일 평균 방문자가 2천 여 명에 달했을 정도다. “개발실에서 며칠씩 함께 뒹굴면서 울고 웃었던 이야기들인데, 그렇게 많은 분들이 공감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당시나 지금이나 얼떨떨하기는 마찬가지”라고 이 씨는 설명한다.

‘게임회사 이야기’는 게임업계 종사자들의 일상에 관한 ‘지나치게’ 솔직하고 그래서 또 유쾌한 보고서다. 당시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던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몸담고 있는 게임업계에 대한 ‘연가’인 동시에,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란 것. “가족과 건강을 후순위에 놓고 열악하다 못해 ‘사람 할 짓 아닌’ 일들을 겪어내면서도, 그래도 ‘게임’이 좋아 일하는 사람들이 게임인들입니다. 하지만 그런 생활패턴 때문에 가족이나 주위 사람들에겐 늘 뭔가 오해를 받게 되는 ‘억울함’을 겪게 되는 것도 사실이고요.”

빡빡한 마감 스트레스·첫 출시일의 풍경·야근을 밥먹듯 하며 ‘편의점’을 신이 내린 축복으로 여기는 개발자들·‘전장’을 방불케 하는 경쟁사들과의 경쟁·게임은 외로운 놈이 만들어야 재밌다는 공식·그래서 ‘솔로천국’인 개발실…. 하나하나 맛깔스런 이야기들, 이씨의 블로그 연재는 처음 게임업계 사람들에게 반응을 얻었지만 점차 일반 회사원들로부터도 ‘가슴을 치는 공감’을 얻어냈다. 네 컷 짜리의 ‘촌철살인’ 만화가 읽는 이로 하여금 웃음을 터뜨리게 한다면, 옆에 딸린 재기 넘치고 솔직한 에세이가 개발자 그리고 샐러리맨들의 애환을 고스란히 드러내주기 때문이다.

게임보다 더 재미있는 곳, 그곳은 ‘개발실’
“일을 그만두고 싶을 때요? 재미있는 게임이 나왔는데 일 때문에 플레이 해 볼 시간이 없을 때죠….” 10년이 지난 지금에도 이 씨는 아직도 자신의 일이 너무나 ‘감사하다.’ 서울대 미대 시절 학내 통신동호회 친구들 덕에 일러스트 아르바이트로 게임업계에 발을 들이며 게임업계와 연을 맺게 된 이 씨. 이 씨에게 있어 이 책은 개발자로서 지냈던 그간의 시간을 새롭게 뒤돌아보는 의미가 크다. 게임개발자를 막연하게 동경하는 젊은이들에게 개발사에 대한 ‘환상’보다는 ‘리얼한 현실’을 더 보여주고 싶었던 것도 큰 이유 중 하나다.

‘게임회사에 들어가는 법’이라는 ‘노골적’ 소제목. 하지만 왜 게임을 만들고 싶어하는 지, 게임업계 지원을 희망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한번 ‘생각해봄직’한 내용이다. “엔씨소프트에서는 현재 비개발조직에 몸담으면서, 일단 큰 조직에서의 조직력과 프로세스를 보며 또 다른 세계를 접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하는 이 씨. 새로운 분야에 몸담은 이 씨에게 ‘게임회사 이야기2’가 기대되는 건, 너무 성급한 바람일까. 하지만 ‘게임회사 이야기’를 읽다 입가에 슬그머니 새나오는 웃음과 피어오르는 기대감을 막기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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