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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통해 인연 쌓아가는 이철운씨 “게임은 사람을 잇는 촉매제”

  • 윤영진 기자 angpang@kyunghyang.com
  • 입력 2006.02.27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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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순기능은 어디까지인가. 온라인 게임을 취미로 삼는 유저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동(同)취미를 지닌 유저들과의 오프라인 만남을 통해 인연의 장으로 승화시키는 것에서 벗어나, 인적 네트워크 완성의 주춧돌로까지 활용하고 있다. 게임의 참 목적은 더 이상 단순 유희 추구가 아니라고 힘주어 말하는 이들. 온라인 게임 마니아 이철운(31, 회사원)씨의 경우가 대표적 사례라 하겠다.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이유요? 함께 동고동락해 온 사람들과의 인연 때문이죠. 재미야 부가적인 것 아닌가요(웃음).” 호탕한 목소리로 게임의 목적을 설파한 이철운씨. 그 역시 온라인 게임을 처음 접했던 지난 2001년만 해도, 단순히 유저들과의 경쟁심리에 힘입어 게임을 즐겨왔다. 보다 좋은 아이템, 보다 높은 레벨을 목표점으로 삼고, 이를 향해 거침없이 달리길 어언 2년여. 어느 덧 최고점에 도달했지만 얻게 된 것은 오로지 ‘허무함’ 그 자체였다. 결국 그토록 좋아하던 온라인 게임과의 이별을 고하고 만 철운씨. 그로부터 수일 뒤, 다시금 온라인 게임을 즐기고픈 욕구가 샘솟아 온라인 세상에 접속했지만, 역시나 ‘노가다’적인 괴로움만이 그를 맞았다.

그로부터 수일 뒤. “어느 날인가 같은 길드에 가입했던 친구에게 연락이 왔어요. 이번에 현모를 한다더군요. 특별한 약속도 없고해서 얼굴이나 볼 겸 달려가 봤죠. 사실 알고 지내던 여자분들이 꽤나 궁금했었거든요(웃음).” 그의 말이 이어진다. “제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죠. 여자분들이 없었냐고요? 아니요. 그동안 아이디로만 접했던 사람들을 만나고, 같은 소재의 이야기를 수놓게 되자 어찌 그리 즐겁던지. 말로 다 못하죠.” 자연 이들과의 만남은 잦아졌고, 이를 등에 업고 온라인 게임에 복귀한 이철운씨. 사람들과의 만남 자체를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되자, 온라인 게임의 또다른 즐거움이 느껴졌다.

겉돌던 모임에서도 점차 중심으로 궤도를 이동하고, 이제는 현모의 주최자로까지 급부상한 이씨. 그는 말한다. “온라인 게임을 온라인 속 세상으로만 한정짓는다면, 쉽사리 지루해지죠. 온라인 게임은 개발자들이 만든 스케치북에 유저들이 스케치를 하고, 색을 입히는 것이거든요. 이 과정이 꼭 온라인에 국한될 필요는 없지 않겠어요?” 결혼식과 돌잔치, 장례식과 집들이 등 다양한 인간사에 일어나는 경조사들을 두루 돌아다니길 수차례. 그는 그네들과 함께 슬픔과 기쁨을 나누는 사이 수많은 형과 누나들, 그리고 동생들을 얻게 됐다. 이제는 온라인 게임을 통해 인연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낙을 얻게 된 것이다.

“같은 취미를 가졌기에 그 만큼 더 빨리 친해졌다고 생각하거든요. 생각해보세요. 휴가를 갈 때에도 지방에 아는 이가 있어 즐겁고, 출장을 갈 때 역시 마찬가지죠. 평생지기들로 손색없는 이들. 어디 이토록 쉽게 만날 수 있었겠어요. 제게 있어 온라인 게임은 더 이상 게임이 아닙니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촉매제죠.”

오늘도 인연이라는 색채를 꽃피우기 위해 온라인 게임에 접속한다는 이철운씨. 그가 완성해나가고 있는 게임은 아바타의 레벨이 아닌, 사람과 사람이 함께하는 공동체로의 순항이었다. 인연의 극한점이 없듯, 온라인 게임 역시 더 이상 허무함은 없다며 방긋 미소를 짓는 이씨. 그의 오프라인을 향한 아름다운 일탈은 온라인 게임의 또다른 순기능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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