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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터링 문제 제기하는 초등학생 김민우군 “욕 좀 막아주세요”

  • 윤영진 기자 angpang@kyunghyang.com
  • 입력 2006.03.13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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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한 말이라도 어감과 상황에 따라 그 의미를 달리하기 마련이다. 하물며 감정이 실리지 않는 채팅이라면 말(글)의 중요성은 더할 수밖에 없다. 결국 온라인게임 서비스사는 익명성을 등에 업고 범람하는 욕설과 비방, 폄훼성 발언들을 막기 위해 ‘필터링’을 개발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필터링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는 이들이 있다. 초등학생 김민우(10)군이 대표적인 사례라 하겠다.

“엄마가 게임하지 말래요. 안한지 벌써 두 달도 넘은걸요.” 그 또래 아이들 대다수가 그러하듯, 게임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만큼 열혈 게임 매니아였던 김민우군. 하지만 그는 더 이상 게임을 즐기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한창 온라인 게임을 즐기던 중 시비조의 한 유저를 만나게 됐고, 아무런 잘못 없이 그로부터 심한 욕설을 듣게 됐다. 욕설을 막는 필터링이 존재했으나, 몇몇 글자를 바꾼 해당 유저의 욕설에는 무용지물이었다. 이러한 일은 이미 가끔 겪어봤던 까닭에 별다른 충격을 받지는 않았다. 그 찰나. 어머니 유인경(37)씨가 이를 목격하게 된다.

충격을 받은 그녀는 곧 해당 게임사에 문의해 항의했으나 유저 간의 분쟁에는 참여할 수 없다는 일관된 답변만을 듣게 됐다. “온라인 게임이 나쁘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직접 보게 되니 온라인 게임을 더 이상 방치할 수가 없더군요. 아이들이 무얼 배우겠어요. 욕설이나 배우고, 죄다 나쁜 것은 온라인 게임을 통해 깨우치는 것 같더군요. 부모 동의를 한 적도 없건만, 게임사의 정책은 정말이지 한심하기 짝이 없더라고요. 제가 게임사 직원에게 그런 말을 했어요. 당신의 아이라면 가만있었겠느냐고. 아무런 말이 없더군요. 너무 돈 벌이에만 급급한 게 아닌가 싶어요.”

그녀의 말이 이어진다. “어찌 우리 아이가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놔둘 수가 있겠어요. 민우한테 물어보니 이런 일이 처음도 아니라고 하더군요. 충격 그 자체였죠. 아이가 하고픈 것을 막고 싶은 부모가 어디 있겠어요. 하지만 이 같은 경우라면, 자식 가진 부모 입장에서는 모두 같지 않을까요.”

결국 동생 김유진양과 함께 민우군은 온라인 게임 금지령을 맞게 됐다. “친구들과 함께 온라인 게임을 즐기면 재미가 쏠쏠했거든요. 하지만 할 수 없죠. 나쁜 말들을 막는 시스템이 좀 더 완벽했다면 하는 생각뿐이에요. 사실 온라인 게임이 꼭 나쁜 것만도 아닌 것 같은데.” 말을 아끼는 민우군. 친구들과의 대화 중 주요 소재거리인 온라인 게임 이야기를 듣노라면 자신도 함께 즐기고 싶지만, 이제는 어쩔 수가 없다는 그의 목소리에는 힘이 빠져있었다.

친구들과 함께 PC방에서 온라인 게임을 즐겼던 일상도 이제는 추억으로 간직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원래 이번 생일에 게임기를 선물로 받기로 했는데, 그것마저 힘들게 됐어요. 하필 그때 엄마가 보게 된 것이 조금 안타깝기도 해요.” 실상 이 같은 경우는 악의적인 유저 한명으로 인한 단순 문제로 보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민우군의 말처럼 끝없이 변화, 발전하는 온라인 게임 문화에 있어 보다 완벽한 대화 필터링은 필수에 가깝다. 게임성과 게임 콘텐츠는 이후의 문제다. 우리 게임계는 이를 너무도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반성하고 또 반성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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