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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내에서 두 집단 이끄는 최유창-송인영 커플

  • 윤영진 기자 angpang@kyunghyang.com
  • 입력 2006.04.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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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에 핀 꽃 한송이 저희 이야기죠”
온라인 게임을 통해 사랑을 쌓고, 결혼하는 커플들은 더 이상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그 만큼 이러한 커플들이 적지 않은 까닭이다. 하지만 게임 속에서 사랑싸움을 대신하고, 나아가 경쟁을 통해 서로의 의미를 더하는 커플은 흔치 않다. 오늘 소개할 최유창(회사원, 26세), 송인영(회사원, 26세)씨 커플이 대표적인 사례라 하겠다.

“최근에는 다퉈본 적이 없죠. 아니 매일 다툰다고 해야 할까요?” 연일 게임 속 세상에서 한바탕 전쟁을 펼치는 최유창, 송인영 커플. 이들의 혈전은 이미 서버 내에서도 유명세를 탈만큼 잘 알려져 있다. 지난 2005년 3월. 당시 학생 신분으로 직장인인 송인영씨가 데이트 비용의 상당부분을 지불하는 것이 미안했던 유창씨. 그는 보다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데이트 코스를 물색하게 된다. 오랜 고민 끝에 게임방 데이트를 떠올렸지만 게임치에 가까웠던 인영씨를 끌어들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생각보다 쉽지 않더군요. 나중에는 게임으로 돈을 벌 수 있다고 꼬드겼죠(웃음). 그제야 가르쳐달라 하더군요.”

그렇게 연을 맺게 된 두 커플의 온라인 세상 체험기. 초기 만족도는 100%에 달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랑의 연장선이 될 줄 알았던 온라인 게임은 오히려 이들의 사이를 급속도로 갈라놓는 역촉매제 역할을 수행하기에 이른다. 이유는 간단했다. 플레이 시간에 보다 여유로웠던 유창씨의 캐릭터는 고레벨의 문턱을 넘어섰지만, 주말에만 가끔 온라인 게임을 즐길 수 있었던 인영씨의 아바타는 여전히 저렙 존에서 허덕인 까닭이다. 자연 함께 즐길 수 없을 만큼 레벨 차이가 커졌으며, 여기에 아이템에 대한 분쟁까지 벌어졌다.

“못한다고 타박하는 것부터, 나중에는 아이템에 대한 욕심이 생겼는지 장비도 안 맞춰주더군요.” 그녀의 말이 이어진다. “어느 날인가 길드마스터가 됐다고 하더라고요. 가입시켜 달라했더니, 레벨이 낮아서 안 된다지 뭐에요. 정말이지 너무 얄미웠어요.” 게임을 접을 생각에 앞서 오기가 샘솟았다는 인영씨. 회사 퇴근 후 시간 날 때마다 게임 삼매경에 빠지길 수개월 남짓. 사냥터에서 만난 유저들 사이에서조차 두각을 나타내게 됐고, 결국에는 길드 마스터로 추대되기에 이른다. 더욱 게임에 매진할 포석이 마련된 셈이다.

일순 당황한 유창씨. 게임 삼매경에 빠져 든 연인이 걱정돼 게임을 그만두자고 제안했지만, 예상대로 먹혀들지 않았다. 비장의 카드를 꺼내는 유창씨. 그는 인영씨 길드에 전쟁을 선포, 짜증으로 인해 더 이상 게임을 즐기지 못하게 만들 결심을 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쉽사리 이길 것이라 예견했던 최씨의 판단은 철저히 깨져버렸다. 더욱이 인영씨의 반응은 정반대에 가까웠다. “너무 두근거리고 설레더라고요. 너무 재미있었어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수준을 넘어, 오히려 보다 쏠쏠한 즐거움의 핵심으로 부상하기에 이른다. 더 이상 길드원들에게 속일 수 없다고 판단한 이들. 게임을 접을 각오로 서로가 연인임을 공표하기에 이른다.

“화를 내는 분들은 없었어요. 황당하다는 의견이 대다수 였지만, 거의 모든 분들이 이해해주시더군요. 그 이후부터는 길드전에서 쉽사리 볼 수 있었던 욕설이나 비매너도 사라졌고요. 지난 달에는 함께 현모(오프라인 모임)까지 진행한 걸요.” 비온 뒤 땅이 더욱 굳어진다 했던가. 게임으로 인해 자칫 위험에 처할 뻔했던 애정전선은 게임 속 다른 콘텐츠를 통해 더욱 깊어졌다. “길드 통합요? 있을 수 없는 일이죠.” 게임은 게임일 뿐이라고 강조하는 이들의 사전에 ‘게임의 역기능’이라는 단어는 찾아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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