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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통해 직장 동료 알게 된 황수익씨

  • 윤영진 기자 angpang@kyunghyang.com
  • 입력 2006.05.2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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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참 좁더군요”

이름만 대면 알만 한 국내 대기업 간부인 황수익(39)씨. 그는 지난 해 말부터 게임 삼매경에 빠져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모 온라인 FPS게임에 접속하기 일쑤이다. 가끔은 회사에서도 남몰래 해당 게임을 즐긴다. 이유는 간단하고도 명쾌하다. 그 만큼 재미가 있는 까닭이요, 게임을 통해 얻게 되는 즐거움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온라인 게임의 매력요? 말로 다 설명할 수 없죠. 직접 즐겨보라고 밖에는 무어라 드릴 말씀이 없네요. 한번 빠져보세요. 무한한 즐거움이 펼쳐질 테니까요(웃음). 뭐. 스트레스 해소야 기본이고요.”

사실 그 동안 회사 내에서 그가 게임 매니아라는 사실은 철저히 비밀에 감춰졌다. 절대 내색하지도 않을뿐더러, 게임과 관련된 이야기 역시 일체 하지 않는 그의 완벽주의자적인 성격과 연관이 깊다. 하다못해 그의 가족들까지도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힌다 했던가. 우연한 기회에 그의 게임사랑은 덜미를 잡히게 된다.

“제가 실은 길드 마스터에요. 게임에 관심을 갖다보니, 자연 자주 뵙는 분들이 생기더군요. 이 분들 중 마음에 맞는 분들이 몇몇 계셨는데, 일일이 기억하기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길드를 한번 만들어 보게 됐죠. 사실 처음에는 제가 지금 뭐 하는 짓인가 싶기도 하더군요(웃음).” 그의 말이 이어진다. “그런데 웬걸요? 함께하다보니 게임이 더욱 즐겁더라고요. 역시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사람은 사회적 동물인가 봅니다(웃음).”

온라인 게임의 익명성을 등에 업고 짜릿한 게임 세상에 빠지게 되자, 점차 그가 창설한 길드는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자연 수많은 길드 가입 희망자들이 줄을 잇게 됐고, 이 중 상당수가 길드에 가입할 수 있었다. 그러던 중, 몇몇 길드원들의 요구에 따라 오프라인 모임이 추진되게 됐다. 길드마스터답게 황수익씨도 이날 오프라인 모임에 참여했음은 당연지사. 인사를 나누며 명함을 주고받는 사이, 같은 회사의 직원 과 명함을 나누게 됐다.

“정말이지 순간 깜짝 놀랐죠. 이미 저의 명함을 준 상황인데 어쩌겠어요. 그냥 웃을 수밖에요.” 이날 왠지 모를 걱정이 앞섰다. 회사에 소문이라도 돌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서로의 비밀을 공유하게 되자, 오히려 실보다는 득이 많았다. 이제는 함께 게임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어 더욱 좋다고 말하는 황씨. 물론 아직까지도 이 사실은 사내 직원과 황수익씨만의 비밀이다. 아직은 좀 쑥스럽다나.

“좀 더 당당해질 때, 밝힐 계획이에요. 사실 지금이라도 당장 같은 게임을 즐기는 직원들을 수소문해 회사 내 모임을 신설한다거나, 저희 길드에 가입시킬 생각도 없는 것은 아니죠. 하지만 제가 지금 너무 계급이 높아요(웃음). 자칫 게임만 즐기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 수지가 있으니, 조금 더 기다릴 생각이에요.” 이제 그의 곁에는 길드원들이 함께한다. 그리고 그 안에는 사내 직원도 포함돼 있다. 파티 플레이부터 회사 직원과의 솔직 담백한 이야기까지. 그는 게임을 통해 즐거움 가득한 취미 외에도, 보다 풍성한 과실을 누리고 있다. 그를 통해 게임은 사람과 사람을 잇는 가교 역할이라는 또 하나의 순기능까지도 여실히 드러낸 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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