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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볼은 내 운명이라 말하는 왕인영씨

  • 윤영진 기자 angpang@kyunghyang.com
  • 입력 2006.05.29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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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스트레스 핀볼 한판이면 오케이죠”

사람들에게는 ‘개성’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음식이 다르고, 즐겨듣는 노래가 다르다. 음식을 즐기는 미식가라할지라도, 어떤 음식이냐에 따라, 음식의 재료에 따라, 혹은 그 빛과 향에 따라 또다시 개성은 수많은 분기를 맞게 된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오로지 운영체제에 포함된 기본 게임인 ‘핀볼’에서 무한한 즐거움을 찾는 왕인영(29)씨. 그를 만나봤다.

“게임요? 핀볼이 최고죠.” 그를 본 순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대전 게임에 어울릴만한 탄탄한 근육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예상과 달리, 그가 그토록 즐겨하고 좋아하는 게임은 ‘핀볼’이다. 이미 자타가 공인하는 ‘핀볼’ 마니아라나. 하루 적게는 1시간 남짓, 길게는 약 4시간까지 즐겨본 적이 있다고 하니, 그의 ‘핀볼’사랑은 충분히 유추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사실 그가 ‘핀볼’을 이토록 좋아하고, ‘핀볼 예찬론자’가 된 것은 그리 오랜 일이 아니다. 지난 해 12월 그의 사촌형 집에 놀라간 그는, 사촌형이 지난 3년간 써오던 PC가 방 한켠에 놓여있는 모습을 보게 됐다. 인영씨는 PC를 잘 모른다. 기껏해야 초등학교 시절 컴퓨터 학원에서 베이직을 배웠던 것이 PC와의 유일한 인연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왠지 PC를 갖고 싶은 욕심이 앞섰다나. “제가 가져가도 되느냐고 묻자, 단박에 승낙하더군요. 그런데 뭐 할 줄 아는 것이 있어야죠. 집에서 이것저것 해보다가 게임이라는 그룹을 찾게 됐어요. 게임들을 모두 실행해봤지만 핀볼이 가장 재미있더라고요.” 그날 이후 점차 ‘핀볼’에 매료되기 시작했다.

식구들과 식사를 할 때에도, 함께 TV를 볼 때에도 ‘핀볼’ 이야기만을 거듭했다. 나이 먹고 무엇 하느냐는 식구들의 질타에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하고 싶은 것을 해야죠. 제가 이 나이에 딱지치기가 재미있다면, 딱지를 쳐야한다고 생각해요. 나름의 의미가 있고, 특유의 재미가 있다면 그것 자체가 중요한 것 아니겠어요?” 그로부터 며칠 뒤, 보다 못한 동생 인창씨가 ‘고스톱’을 권유하기 시작했다. 그의 말에 따라 인터넷을 연결하고 고스톱을 즐기기 시작한 첫날.

초반의 만족은 마치 부메랑처럼 아쉬움으로 되돌아왔다. “고스톱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규칙도 쉽고, 조작도 쉬워서 금방 익숙해졌죠. 그런데 할 만하면 시간 게이지가 바닥나기 일쑤더라고요. 다음 날을 기약하고, 또 즐길라치면 금방 끝나지 않겠어요. 잠깐 하다가 말고, 또 잠깐 하다가 말고. 나중에는 화가 나더군요.” 그는 곧 고스톱을 그만두기로 마음먹었다.

또다시 ‘핀볼’을 즐기며, 여유로운 게임 생활을 즐기는 인영씨. “핀볼만한 게임이 없어요. 지난 주 제사 때 큰집을 갔는데, PC를 샀더라고요. 조카들이 죄다 PC에 매달리더군요. 그런데 잠시 후 뿔뿔이 흩어지지 않겠어요. 왜 그러냐? 물으니 인터넷도 연결돼 있지 않다며 짜증을 내더군요.” 그의 말이 이어진다. “‘핀볼’은 인터넷이 필요 없거든요. 저만 신이 났었죠(웃음). 게임은 재미있으면 그만 아니겠어요?” 그는 오늘도 남들이 쉽사리 지나치고, 무시하는 ‘핀볼’을 자신만의 취미로 삼고 그 누구보다 값지고 풍성하게 즐기고 있었다.

“시간에 대한 제약이나, 오래도록 머리를 쓰며 고심하는 것, 오래도록 즐겨야 재미를 얻는 것은 이러한 게임들을 좋아하는 분들의 몫이죠. 사람은 모두 타고난 개성이 다르지 않겠어요?(웃음)” ‘핀볼’이 만만해보이지만 나름의 요령이 있다며 살짝 미소 짓는 인영씨. 그의 ‘핀볼’사랑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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