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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세대의 게임에 대한 단상(短想)

  • 봉성창 기자 wisdomtooth@kyunghyang.com
  • 입력 2006.06.26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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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30대, 80년대 학번, 60년생을 지칭하는 이른바 386세대의 삶은 녹녹치 않다. 집에서는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일터에서는 한창 일을 주도적으로 해야 하는 어느 부서의 책임자로서, 양쪽을 오가느라 숨을 쉴 틈도 없다. 그들은 컴퓨터에 문외한이 아니다. 자라오면서 게임을 안 해 본 것도 아니다. 어렸을 적 동네 골목 오락실에서 ‘갤러그’나 ‘벽돌깨기’ 같은 게임을 곧잘 즐겼다. 비록 ‘스타크래프트’ 붐은 비껴나간 세대지만 가끔 TV에서 하는 게임대회 중계를 보는 재미에 빠져들기도 한다. 가끔 게임을 직접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너무 바쁜 나머지 엄두도 낼 수 없다. 왠지 가족이나 주변의 눈치도 신경 쓰인다. 이러한 시대를 살아가는 가장 평범한 386세대의 게임에 관한 생각을 김영환(40)씨를 통해 들어 보았다.

김영환씨는 한 해운 전문지의 편집부장을 맡고 있다. 올해 딱 나이 40에 접어들면서 흔히 말하는 386세대의 중심에 서있다. 그는 게임을 좋아하지만 마음껏 할 시간은 없다. 그래도 업무상 늘 컴퓨터와 접하고 있기 때문에 동년배보다 이런 점에서 조금은 앞서간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평소에 그가 하는 게임은 ‘스타크래프트’ 뿐이 없다. 과거에는 ‘워크래프트2’나 ‘심시티’ 등 다른 게임도 즐겼지만 ‘스타크래프트’가 나온 이후에는 줄곧 이 게임만 즐기고 있다. 주변에는 게임을 같이 즐길만한 사람이 없다. 그래도 컴퓨터나 배틀넷을 통해서 게임을 하고 단축키를 외우는 등 나름대로 실력을 키우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그는 예전에 어떤 지인이 와서 자신은 ‘리니지2’에 푹 빠져 산다고 자랑삼아 말하는 것을 들었다. 혹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자신도 그 사람처럼 중독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쉽사리 손을 대기 망설여졌다.

게임에 빠지는 대신 김영환씨가 선택한 것은 e스포츠 방송을 시청하는 것이다. 그는 가끔 직접 하는 것보다 옆에서 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훨씬 재밌게 느껴진다고 한다. 그가 특별히 좋아하는 선수는 없다. 얼마나 열심히 연습했길래 저렇게 잘할까 생각하면 모든 선수가 다 대견스럽다. 한편으로는 걱정도 된다. ‘저것도 한때 일 텐데, 더 나이 먹으면 뭐 하고 살아갈까?’ 세상을 먼저 살아본 인생선배로서 느끼는 감정이다. 그는 e스포츠가 더 잘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더욱 판이 더욱 커져서 성적이 좋은 선수 뿐 아니라 열심히 노력하는 모든 선수가 다 합당한 보상을 받기를 희망한다. 40대야 말로 게임하기 가장 어정쩡한 나이라고 김영환씨는 말한다. 20, 30대야 말할 것도 없지만 오히려 50대가 되더라도 시간이 많아져 게임을 하기 좋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일을 많이 해야 하는 세대로서 게임중독에 빠지는 건 몹시 위험하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요즘 온라인 게임들은 안 그래도 복잡한데 하루에 한 두 시간 해가지고는 제대로 즐기기 어렵다고 푸념을 늘어놓는다. 그렇다고 일을 손에 놓을 수도 없으니 안하는 방법 뿐이 없는 것이다. 설령 그에게 시간이 난다 해도 게임을 하기 힘든 건 매한가지이다. 바로 가족 때문이다. 가족을 돌보지 않고 게임중독에 빠져 있는 가장에 모습을 언론에서 심심치 않게 접하다 보니 가끔 하는 게임마저 그의 아내는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다. 당연히 자식교육에도 좋을 리 없다고 생각한다. 그는 절제를 통해 게임과 생활 사이에서 타협을 이루고 있었다.

게임은 386세대에게 있어 그저 아무런 걱정 없이 맘 놓고 즐기기에는 너무 많은 것을 포기해야하는 취미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왜 게임이 재미없겠는가? 요즘 게임은 너무 어렵고 주변에서 게임에 대한 편견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더 이상 게임은 젊은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386세대 역시 게임이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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