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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PG 마니아 윤석우씨

  • 봉성창 기자 wisdomtooth@kyunghyang.com
  • 입력 2006.07.31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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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PG의 진정한 매력, 사람한테 있죠”

TRPG(Table Roll Playing Game)는 말 그대로 테이블에서 즐기는 롤플레잉 게임이다. 요즘 유저들에게 RPG는 컴퓨터나 게임기에서만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컴퓨터 RPG장르의 기본은 이미 TRPG에서 완성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서양에서는 오래된 게임이다. TRPG는 쉽게 말하면 옛날 컴퓨터가 없던 시절 테이블에 모여 게임마스터(GM)가 짜놓은 시나리오를 따라서 주사위세트와 게임의 규칙이 적힌 책 그리고 대화만으로 즐기는 역할극 놀이이다. 옛날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화려한 그래픽과 수 만명의 동시접속자를 보유한 온라인 RPG게임이 판을 치는 시대에 과연 이런 게임이 재미가 있을까? TRPG 마니아 윤석우(27)씨는 “비교 할 가치조차 못 느낀다”고 단언한다.

“원서로 된 룰북(게임규칙이 적힌 책)과 한글로 번역된 룰북 두 권을 항상 끼고 살았죠.” 윤석우씨가 처음 TRPG를 접하게 된 건 고등학교 시절. 하지만 본격적으로 즐기기 시작한 것은 군 제대 후이다. 처음에 그는 같이 즐길 사람을 찾기 위해 모 포털의 TRPG 커뮤니티를 찾았다. 그러나 그는 이내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커뮤니티를 나와 따로 팀을 꾸려 활동했다. 이때 같이 나온 인원이 모두 6명. 하지만 게임마스터가 3명이나 있을 정도로 TRPG에 관한한 해박한 사람들이었다. “한명이라도 마음이 안 맞거나 싫은 사람이 있으면 게임이 재미가 없습니다.” TRPG에서 중요한 건 사람이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윤석우씨가 한참 TRPG에 빠져 살 때에는 밤이 새도록 했다고 한다. 심지어 하루에 10시간도 넘게 즐긴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특히 TRPG의 특성상 혼자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렇게 장시간 모여서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단단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식사는 물론이고 안정적으로 즐기기 위해서는 장소가 가장 중요합니다.” 주로 그들은 게임마스터의 집이나 보드까페 등에 모여 TRPG를 했다. 또한 진행할 때 상황에 맞는 배경음악을 틀어놓아 한층 몰입도를 높였다. 만약 게임 스토리상 팀 대결구도로 간다면 서로 대화도 들을 수 없게 따로 이야기를 나누는 등 말 그대로 충실한 역할극을 재현해 냈다.

“자신의 성격이 그대로 반영되는 곳이 TRPG의 세계입니다.” TRPG가 일종의 역할극인 만큼 자신의 캐릭터는 곧 자신이 될 수밖에 없다. 윤석우씨가 주로 즐기는 캐릭터 직업은 ‘바바리안’ 키가 2m가 넘는 장신에 힘이 좋은 전사캐릭터이다. 그러나 이러한 캐릭터의 직업은 온라인 게임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성향일 뿐이다. 진짜 성격은 팀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 나온다고. “보통 게임매너가 좋지 않은 사람은 실제로도 별로 가까이 하고 싶지 않아요” 그러나 어디에도 예외는 있는 법. 실제 모습과 게임 속 모습이 극단적으로 반대인 사람도 있다고 한다. “한번은 어떤 선해 보이는 사람과 게임을 한 적이 있었어요. 알고 봤더니 주변 사람을 자꾸 죽이려 드는 완전 악마캐릭터였죠.”

윤석우씨는 TRPG를 즐기기 원하는 사람들에게 충고한다. “게임을 재밌게 즐기기 위해서는 너무 자신의 의견을 앞세우거나 이기적으로 행동하면 곤란합니다.” 숙련자의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지만 실제 삶 역시 이와 다를지 않을 것이다. 누구나 인생을 살아가면서 일탈을 꿈꾼다. 제 2의 세계에서 지금과는 다른 사람이 되서 말이다. 단지 가상공간이 아니라 실제로 여러 사람들 앞에서 또 다른 ‘내’가 될 수 있는 것. 그렇기에 지켜야 할 룰이 있는 게임. TRPG의 진정한 매력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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