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청도에서 만난 2006 WEF 자원봉사자 장금화씨

  • 봉성창 기자 wisdomtooth@kyunghyang.com
  • 입력 2006.08.21 10:27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韓·中교류, ‘게임’만한 것이 없죠
국내 온라인 게임의 골치 덩어리를 하나 꼽으라면 그것은 ‘중국인’이다. 한국인의 주민등록번호를 무단 도용해 회원가입을 하고 국내 게임에서 아이템을 획득해 그것을 다시 한국에 팔아 큰 수익을 남기는 것은 이제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알 수 없는 영어로 자기들끼리 대화를 하거나 이상한 영어로 만들어진 아이디를 가진 사람이라면 이들은 십중팔구 중국인이다. 당연히 이들에 대한 한국인들의 시선은 좋을 리 없다. 소위 ‘짱깨’라고 부르며 이들 때문에 게임하는데 방해 된다는 것이 일반 유저들의 평이다. 하지만 장금화씨(22)는 이에 대해 극히 일부만이 그럴 뿐이라고 항변한다. 오히려 그는 앞으로 중국과 한국이 게임으로 친구가 될 날이 올 것이라 굳게 믿고 있다.

지난 8월 4일 중국 청도에서 열린 2006 월드 e스포츠 페스티벌(이하 WEF)에서 장금화씨는 자원봉사자로 활동했다. 한국과 중국이 중심이 되서 열린 대회이니 만큼 한국어와 중국어를 모두 할 줄 아는 그는 통역부터 짐을 나르는 궂은일 까지 도맡아 했다. “단지 게임이 좋아서 했을 뿐이에요. 한국어는 전공분야이기 때문에 조금 할 줄 알고요.” 청도대학교 한국어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그는 작년 대구에 위치한 경북대학교와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와서 1년간 한국어를 배웠다. 그래서 그는 인터뷰 내내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했다.

장금화씨는 유학생활 기간 동안 수많은 PC방과 빠른 인터넷 인프라를 보고 많이 놀랐다고 한다. “정말 많은 한국학생들이 쉽게 PC방에 가서 같이 게임을 즐기더군요. 중국은 아직 소수만 게임을 하거든요.” 그러나 정작 그가 크게 인상을 받은 것은 경북대학교 축제기간에 펼쳐진 소규모 게임대회였다. “전문 프로게이머가 아니라 일반인들도 게임대회를 열어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으로 다가왔죠.” 물론 중국에도 워3리그나 카운터스트라이크 리그가 있지만 이렇게 많은 아마추어 학생들이 모여 게임대회를 진행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그의 이야기이다. 왜냐하면 중국에서는 애당초 일반인이 게임대회를 할만한 장비나 시설을 구비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1년이 지나 중국으로 다시 귀국한 장금화씨는 한국어를 더욱 열심히 공부하면서 게임도 틈틈이 즐겼다. 그가 좋아하는 것은 여느 중국인과 마찬가지로 ‘워크래프트3’와 ‘카운트 스트라이커’. 중국에서는 ‘스타크래프트’ 보다 이들의 인기가 더욱 높다. 하지만 그는 주변에 자신과 같이 게임을 할만한 친구가 없다고 털어놓는다. “만약 게임을 많이 하는 것이 학교에 적발되면 퇴학 조치를 당합니다. 실제로 작년에 그런 경우도 있고요.” 이제 많이 개방이 된 중국이지만 이런 통제는 사회주의 국가의 기질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일까? 그러나 그는 어차피 안 걸리더라도 성적이 떨어지면 퇴학을 당하기 때문에 걸리고 안 걸리고는 크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 그럼 점에서 중국 대학생 역시 게임에 너무 몰두해서 성적이 떨어지는 한국 대학생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장금화씨는 이번 WEF 같은 대회가 앞으로도 많이 열렸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40대 이상 중국인들은 아직도 ‘게임은 나쁜 것’으로 생각합니다. 국제적인 대회로 인해 이러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그의 말은 마치 몇 년 전 우리를 보는 듯 했다. 그는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는 중국의 모습을 볼 때 게임산업 역시 몇 년 안에 한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은 결코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다. 아직 우리는 중국인 게이머 하면 나쁜 게임매너나 게임아이템 작업방과 같은 어두운 면을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그는 비록 지금은 그렇지만 언젠가 서로를 인정하면서 양국이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저작권자 © 경향게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