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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원 김중우씨

  • 봉성창 기자 wisdomtooth@kyunghyang.com
  • 입력 2006.09.25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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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술자리 문화, 게임으로 날려버린다”

어느 취업포털사이트에서 직장인 2,64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직장생활에서 “사회생활에 있어 가장 불만인 부분은?”이라는 질문에 16.8%가 ‘술 권하는 회식’이라고 답했다. 지금은 술을 강권하는 풍토가 많이 사라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직장생활에 있어 술자리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참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잘못된 술 문화를 바로 잡고자 많은 시민단체와 정부가 공익 캠페인을 해보고 기업 자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들려오지만 아직 역부족이다. 과연 그 이유가 무엇일까? 평범한 은행원 김중우씨는 “직장인들에게는 술자리 외에 다같이 할 만한 문화가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작년 대학을 졸업한 김중우씨는 술을 한잔만 마셔도 얼굴이 빨개지고 정신을 차릴 수 없는 그야말로 술 못 마시기로 유명했던 사람이다. 주변에서도 학교와는 달리 사회에 나가서는 무조건 술을 안 마시는 것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충고를 들어왔던 터라 걱정도 많이 됐다. 그런 그가 보수적이고 술자리 많기로 유명한 은행권에서 인정받기 시작했다. 물론 술이 늘어서는 아니다. “직장 동료와 상사에게 술자리 대신 PC방에 가서 같이 게임을 해보자고 했습니다. 예상외로 반응이 좋던걸요?”

김중우씨는 우리나라 술자리에서 대표적으로 잘못된 관행으로 1차, 2차, 3차 심지어 4차로까지 이어지는 끊임없는 술자리를 꼽았다. 소주와 양주, 그리고 폭탄주등이 한번 돌게 되면 아무리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여간해서는 버티기 힘들다는 것이다. 처음 신입사원 시절 그는 이러한 폭음문화를 좀처럼 견디기 어려웠다. 그래서 꺼내든 비장의 카드가 바로 ‘온라인 게임’이다. 즉, 1차 식사와 함께 가볍게 술을 마신 뒤 2차를 술집이 아닌 PC방으로 갈수 있도록 분위기를 유도해 최대한 술자리를 피해보려고 생각해낸 묘안인 셈이다.

처음에는 여럿이 PC방에 모여 게임을 즐기는 문화가 낯설기만 했던 직장 동료들에게 온라인게임의 재미를 알게 하는 것이 매우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처음에는 ‘스타크래프트’를 같이 해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몇몇 비교적 젊은 분들을 제외하고는 쉽게 배우지 못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는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쉬운 게임을 물색했다고 한다. “그때 직장 상사 중 한분이 아들과 ‘카트라이더’를 즐긴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그래서 ‘카트라이더’를 같이 해봤더니 모두들 쉽게 배우고 재미있어 하던데요.”

지금은 오히려 회사동료들이 먼저 PC방에 가자고 할 정도로 게임문화가 정착되었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폭음도 많이 줄어들었다. “어느 직장 상사분이 부하직원들에게 자동차를 한 대씩 사주었습니다. 물론 게임 내에서만 탈 수 있는 걸로요” 이렇듯 김중우 씨는 같이 게임을 즐기기 시작하면서 직장 내 분위기도 더욱 좋아지고 예전처럼 술을 많이 마시는 일도 줄어들어 다음날 업무에도 도움이 되는 등 1석 3조의 효과가 있다고 자랑한다. 결국 개인적으로 술이 싫어서 추진한 음모(?)가 회사동료들에게 큰 도움이 된 셈이다. “앞으로는 다같이 MMORPG에 도전해 볼 생각입니다. 일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게임을 즐긴다면 폭탄주보다 훨씬 낫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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