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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3색 코리안 드림] 도전하는 그들이 아름답다!

  • 김상현기자 AAA@kyunghyang.com
  • 입력 2006.10.16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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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온라인 게임의 해외시장 진출, ‘원더풀’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전 세계 유저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온라인 게임만큼은 한국이 최고라는 소리를 들을 때면 왠지 어깨가 으쓱해진다. 온라인 게임 만큼은 선진국으로 인정을 받고 있는 셈이다. 그때문에 온라인 게임 왕국에서 기술 혹은 시장상황을 보고 배우고 싶다는 외국인들 또한 늘고 있다. 게임업체 역시, 해외진출이 활발해지면서 현지법인 설립은 물론, 해외인력 발굴에 힘쓰고 있다. 게임의 현지화를 위한 시장조사는 물론, 현지화를 위한 기획과 마케팅, 개발의 핵심인력으로까지 자리잡은 해외인력들. 한국에서 추석을 맞이하는 그들을 만나봤다.

[올 엠] 해외사업팀 데이시 따이(Dacy Tai)
“한국에 와서, 제 천직 찾았어요”

데이시 따이의 첫인상은 ‘매우 밝음’이었다. 명랑 대만 아가씨 데이시(27), 그녀가 처음 한국을 접한 것은 TV를 통해서였다. “한류라고는 하지만, 몇몇 대만 사람들 이야기에요, 일반 사람들은 아직도 잘 몰라요.” 한국 음악을 듣고 드라마를 보면서 친근감을 느낀 그녀는 한국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알고 싶었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면서 아이섹(AIESEC, 국제경상학생협회)에 가입한 것이 올엠에 입사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올엠은 한국 아이섹 후원사로 등록돼 있다. 마침 해외사업부에서 인원을 충원한다는 것을 보고 서둘러 지원서를 냈다. “처음에는 많이 망설였어요. 수만리 떨어진 곳에서 내가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낯선 땅에서 내 꿈을 펼칠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죠.”

그러나 고민도 잠시. 잠재돼 있던 도전본능이 폭발했다. “세계를 탐험하고 여러 가지 경험을 쌓고 싶었어요. 한국이 그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온라인 게임에 대한 애착 또한 남달랐다. 회사 입사 후, 자신의 업무를 위해 각종 온라인 게임을 플레이하고 분석했다. 한국어에 능숙하지 않아 많은 어려움도 겪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아직도 MMORPG는 어려워요. 퀘스트를 하려고 해도 다 한글이라… 아직 제가 능숙하지 않거든요.” 콘솔 게임만을 즐겨했던 그녀에게 온라인 세상은 신선했다. 게임을 잘 알아야 홍보도 하고 마케팅도 잘 할 수 있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 “가장 재미있었던 게임이요? 당연히 ‘루니아전기’죠. 정말 최고입니다.” 뻔한 답변 같지만, 자사의 게임을 홍보하는 그녀가 귀엽게 느껴졌다. 현재 올엠에서 개발한 ‘루니아전기’는 한국과 일본 서비스 판권만 넥슨과 계약이 체결된 상태다.

그외 나머지 국가에 대해서는 올엠이 스스로 퍼블리셔를 잡아야하는 상황. 지난 6월 상용화에 돌입하면서 국내 서비스에서 안정권에 들어선 ‘루니아전기’는 해외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그래서 최근 데이시는 정신 없이 바쁘다. 중화권과 동남아시아의 홍보 및 마케팅을 전담하는 것이 그녀의 업무. “일이 많아도 좋습니다. 11개월 정도 된 것 같은데, 이제서야 제 천직이 뭔지 깨달았어요.” 일 욕심 외에도 한국어를 꼭 마스터하고 싶다는 그녀. “이번 추석에 대만 고향집에 다녀올까 생각중인데, 항공편이 너무 비싸서요.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씩씩하고 강하게 삶을 개척하고 있지만, 대만에 계시는 부모님이 그리울 때가 많다고. 그럴수록 일에 더 매진하면서 보람을 찾는다는 그녀. 그녀의 도전정신이 있는 한 올엠의 중화권 진출은 이상 없을 듯 하다. 오늘도 그녀는 자신에게 주문을 건다. “명랑 아가씨 데이시 파이팅!”

[그라비티] 해외사업팀 나카타니 아키코(Nakatani Akiko)
“한국인의 따뜻한 정 느껴, 내 반쪽도 여기서 찾을래요”

그라비티 해외사업팀 나카타니 아키코 대리(32). 이제는 ‘나카타니 대리’보다 ‘나대리’ 호칭이 더 편한 그녀. 그라비티 2003년 입사, 4년 차 베테랑 인력이다. “처음에는 굉장히 힘들었어요. 사무실에서 다들 일하는 분위기가 너무 삭막하다고 해야하나.” 입사 당시 한국 직원들과 쉽게 친해질 기회가 많지 않았다. 무뚝뚝한 상사와 자신을 바라보는 신기한 눈초리에 많이 당황했다. 입사 초기 적응하지 못해서 퇴근 후, 남 몰래 운 적도 많다. 그러나 포기할 수 없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한국까지 온 마당에, 이대로 돌아갈 순 없었다.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고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는 방법은 죄다 동원했다.

그러나 그녀의 노력에도 동료들은 쉽게 마음을 열지 않았다. ‘다 그만두고 일본으로 돌아갈까’라는 생각이들 무렵 동료직원들과 상사들의 첫 술자리는 지금까지 그녀를 버티게 한 원동력이 됐다. “술자리에서 처음으로 저에게 마음을 열어준 것 같아요. 어찌나 고맙던지, 펑펑 울었어요.”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그녀는 끈질긴 노력으로 서서히 동료들의 마음을 열어갔다. 직장동료들이 그녀를 친구로 인정하고 준 것은 다름 아닌 정(情). “한국 사람들의 가장 큰 특징은 정(情) 같아요. 따뜻한 감정, 무한한 믿음, 이제 동료들에게서 자주 느끼고 있습니다.” 이제 자신도 정에 대해서 조금은 알 것 같다고. 반복되는 업무에 일이 지겨울 만도 하련만 그녀는 아직도 배워야할 것이 많아 지겨울 틈 조차 없다고 말한다. 일본측과 관련된 행사나 회사의 입장을 중간에서 전달하는 일이 그녀의 주된 임무.

그녀가 무엇보다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일본 현지에서 ‘라그나로크 페스티벌’을 비롯해, 실제 유저들과의 만남을 가질 때다. “행사장에서 유저들이 즐거워할 때면 저도 덩달아 즐거워져요. 내가 하는 일이 남들에게 꿈을 심어줄 수 있구나 생각하죠.” 지난 9월 23일 동경으로 출장을 다녀왔지만, 집에는 들르지 못했다. “집이 홋카이도거든요. 동경에서 일을 마치고 가고 싶지만, 너무 멀어서요.” 3번째 맞이하는 추석이지만, 이때만큼은 씩씩한 그녀도 고향 생각이 간절하다. “정을 붙이고 있지만, 아직도 고향 생각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나봐요.” 한국인 남자친구가 있어 조금이나 위안이 된다는 그녀. ‘결혼은?’이라는 질문에 웃음으로 너스레를 떠는 나대리, 그녀도 이제 한국사람이 다됐다.

[쿠도 이엔티] 프로그래머 데니스 줄리토프(Denis Julitov)
“온라인 게임 개발의 꿈이 저를 한국으로 인도했죠”

모스크바 공대에서 응용수학과 프로그래밍을 전공한 데니스 줄리토프(34). 올해로 게임개발 경력만 15년인 베테랑이다. THQ의 전신인 TS그룹에서 게임개발을 담당했고 유수의 개발자들 사이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재원이다. 그가 한국을 처음 찾은 것은 지난 2000년. 제논인터랙티브의 ‘무크’ 온라인 프로그래머를 담당하면서부터다. 한국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외국회사는 많았다. 그러나 그는 도전을 선택했다. 온라인 게임을 개발하고 싶었다는 일념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그만의 도전이었기 때문이요, 개발자로서 자신을 다시 한번 평가할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게임 개발자로서 욕심이 있었습니다. 게임개발자는 안주하면 항상 그 자리에서 발전을 이룰 수 없습니다.” 그의 게임개발에 대한 철학은 확고했다.

그러나 그의 확고한 개발철학에도 불구하고 첫 개발은 쓰디쓴 좌절을 맛봐야했다. 게임개발 중단 이후, 그는 쓸쓸히 러시아로 향했다. 거기서 그와 한국의 연은 끝난 것처럼 보였다. “솔직히 다시는 이 나라 땅을 밟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죠.” 그러나 가느다란 연의 끈은 그를 다시 한국으로 불렀다. 제논인터랙티브에서 같이 일했던 이충한 부장은 그가 필요했다. 이 부장은 메인 프로그래머로 데니스를 낙점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 결국 한국에 돌아온 데니스의 개발력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쿠도 테니스의 클라이언트를 단 6개월만에 완성, 완벽하게 구현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번에 3억 개의 폴리곤을 쓸 수 있는 PF 3D엔진을 개발해 상용화시킬 예정이다.

현재 FPS장르인 ‘TFT’ 온라인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게임개발에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한국에서 가장 힘든 점으로는 음식을 꼽았다. “삼겹살 좋아합니다. 김치는 아직 입에 잘 맞지 않네요. 소주도 좋아하지만, 고향에서 먹던 보드카에 비해 너무 약해요.” 음식 이외에 개발사 사람들은 너무나 좋다고. 그는 요즘 추석이 다가오면서 고향 생각이 간절하다. “아내가 많이 보고 싶습니다. 6개월에 한번정도 러시아에 들어가는데, 매일 통화해도 보고 싶은 건 떨쳐버릴 수가 없네요.” 앞으로 쿠도이엔티에서 게임개발을 하면서 인력 양성에 힘써보고 싶다는 데니스. 그가 김치를 좋아하는 날, 국내 프로그래머들의 질이 한 단계 높아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사진=김은진 기자 ejui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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