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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십리 초등학교 6학년 김현조 어린이

  • 봉성창 기자 wisdomtooth@kyunghyang.com
  • 입력 2007.05.07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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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선물요? 문화상품권 한 장이면 충분해요!”

인터넷 공간이나 게임 상에서 경우에 맞지 않는 주장을 펴거나 예의가 없는 사람을 두고 곧잘 ‘초딩’이라고 부른다. 단지 나이가 어린 게임 유저임에도 불구하고 ‘초딩’은 즐거운 게임을 방해하고 짜증을 유발하는 암적인 존재로 낙인 찍힌 지 오래다. 심지어 초등학생을 줄여 부르는 ‘초딩’이라는 말이 욕설처럼 치부될 정도. 그러나 이런 이야기를 듣는 진짜 ‘초딩’들은 억울하다. 모든 초등학생이 그런 것도 아니거니와 나이든 어른들까지 ‘초딩’만도 못한 짓을 하기 때문이다. 우리 시대의 평범한 어린이, 학교를 가고 학원을 다니고 게임을 즐기는 초등학교 6학년 김현조(13) 어린이에게 게임에 대한 진솔한 생각을 들어봤다.


" 7살 때 처음으로 ‘큐플레이’라는 게임을 해봤어요."  이제 13살, 초등학교 6학년. 그렇지만 게임 경력이 무려 6년이다. 무슨 일을 해도 6년이란 시간은 결코 적지 않은 시간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학교가기 전에 하고요. 학교 끝나고 학원 가기 전에 1시간 정도 해요.” 주로 집에서 게임을 즐긴다는 김현조 어린이. 여느 아이들과 달리, 부모님의 특별한 반대가 없다. “PC방에서 몇 시간씩 앉아서 게임만 하는 어른들을 보면 잘 이해가 안가요. 그냥 게임은 시간 때우려고 하는 건데.” 현조는 그저 게임이 일상적이고 즐거운 것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말한다. 그냥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기 위해, 혼자서 혹은 친구들과 즐겁게 시간을 보내기 위해 게임을 할 뿐이다.
 
이런 현조가 주로 즐기는 게임은 액션 횡스크롤 게임. 가끔은 배틀넷에서 ‘스타크래프트’도 하고, FPS게임도 한다. 그런데 FPS게임은 현조의 나이에는 할 수 없다. 보통 15세 이용가 게임이기 때문이다. “못한다는 것은 알고 있어요. 그렇지만 보면 끌려요. 피가 나오고 총이 나와서 잔인하기는 하지만, 이미 친구들도 다 하니까요.” 친구들은 주로 부모님의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게임을 즐긴다는 것. 가끔은 부모님이 직접 주민등록번호를 주기도 한단다.


한 달 평균 현조가 게임에 쓰는 돈은 무려 6만원. 초등학생에게는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게다가 이를 모두 아이템 거래 사이트에서 현금거래에 사용한다. “캐쉬템은 별로 쓸모 있는 것이 없어요. 그래서 문화상품권을 사서 핸드폰 있는 친구를 통해 거래를 하죠.” 현조가 쓰고 있는 아이디도 친구에게 다른 게임머니를 주고 바꾼 것이다. 우리가 사회문제로 보고 있는 현금거래도 그저 아이들에게는 딱지 수집과 같은 의미에 불과했다. 돈을 주고 사건 친구와 바꾸건 별다른 문제가 아니다.


그런 현조에게 게임에 대한 평소 생각을 묻자 의외의 말이 쏟아졌다. “새로 나온 게임을 안 해 본건 아닌데, 다 재미없어요. 특히 드롭율이 높으면 더 재미없어요.”, 초등학생은 쉬운 게임을 선호한다는 것이 업계의 정설. 그러나 이는 어쩌면 편견일지도 모른다. “요즘 나오는 게임들은 너무 허전해요. 꽉 찬 느낌도 없고. 그러니까 다른 게임을 할 수가 없죠.” 이는 테스트 일정을 맞추느라 무리하게 오픈하는 요즘 게임들의 양상을 정확히 짚어 낸 것이다. 현조는 결코 초등학생이라고 생각이 없고 모르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어린이날에 무슨 선물을 받고 싶냐는 질문에 문화상품권 만 원 짜리 한 장을 받고 싶다고 할 정도로 현조는 게임이 좋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 않냐는 질문에 너무 많으면 느낌이 이상하다며 꼭 한 장이면 된다고 밝게 웃는 현조의 순수함. 그리고 게임을 즐기는 진지한 자세. 이것이 바로 우리가 말하는 ‘초딩’의 진정한 모습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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