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패키지게임 매니아 한기웅

  • 안일범 기자 nant@kyunghyang.com
  • 입력 2007.05.14 09:26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많다구요? 이제 시작입니다”

- 패키지게임 2000개 모은 그라비티 사업팀 한기웅 주임



지난 5월 2일 게임 업계 은둔 고수로 소문난 ‘세가오니’를 만났다. 평소 그는 ‘세가오니’라는 아이디로 각종 웹 포럼 등지에 강력한 포스(?)를 자랑하는 글을 게시해  많은 이들의 칭송을 받은 유저로 유명하다. 특히 그가 소장하고 있는 게임관련 물품이 방 전체를 가득 채울 정도이며, 게임 ‘버추어파이터’의 실력도 수준급이어서 아이디 그대로 ‘괴물’이라 불리기도 한다. 역시 폐인 냄새가 풀풀 풍기는 스펙이지만, 사실 그는 그라비티 사업팀에서 근무하며 게임개발자를 꿈꾸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그의 ‘괴물’같은 스펙은 소형게임기를 즐기던 198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해외에서 근무를 하던 아버지의 배려로 각종 게임기와 신규 발매되는 패키지를 플레이할 수 있었던 것.

그는 “지금의 제가 있기에는 아버지의 역할이 가장 컸다”면서 “귀국할 때마다 가져오는 패키지와 게임기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의 아버지는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을 말리기보다는 오히려 적극 권장했다고 한다. 따라서 그는 어릴 때부터 게임과 밀접하게 지낼 수 있었고, 각종 패키지를 수집할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수집하는 양이 늘어 메가 드라이브, MSX, 애플컴퓨터, 패밀리 외에 다수의 게임기를 보유하게 됐고, 소장하고 있는 게임타이틀이 수백 개를 넘어섰다.

그의 본격적인 수집 활동은 군을 제대하고 부터였다. 그는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별의별 아르바이트를 통해 돈을 벌었고(게임 회사에 입사하기 전까지 수십종의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한다), 남은 돈은 게임 패키지를 구매하는데 사용했다. 특히 일본을 넘나들며 필요한 패키지를 구할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그는 “2일 동안 밥 한끼 먹고 버텨가며 게임 상가를 돌았다”며 “게임기에 대한 열정하나로 일본행을 선택한 것”이라고 회상했다. 게임 타이틀 구매를 시작한 지 25년 뒤 지금 그가 보유하고 있는 패키지는 2천개를 넘어섰고, 게임기만 20여개에 달한다.

이토록 많은 패키지를 수집한 그가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은 MSX기기의 타이틀. 현재 MSX로 발매된 타이틀은 모두 보유하고 있으며, 총 600개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는 “과거에 플레이했던 패키지를 판매해버린 경험이 있다”면서 “시간이 지나자 팔아버린 패키지를 다시 플레이 하고 싶어 구매하려고 했지만, 가격이 매우 높고 물량이 없어 구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그가 패키지를 구매하는 이유는 바로 ‘추억’때문이었다. 일본을 헤매었던 것도 방이 전부 패키지로 가득 차 버린 것도 모두 이와 같은 이유인 것.

그는 “꼭 사고 싶었지만 아직까지 못 모은 타이틀이 수백 종에 달한다”면서 “새로운 타이틀도 수없이 발매될 예정이므로 멈출 수 없다”고 밝혔다. 앞으로도 그의 타이틀 수집 여행은 계속될 전망이다.

- 세가오니의 못말리는 세가사랑

그는 스스로를 세가매니아라 칭할 정도로 세가 게임에 대한 애착이 높았다. 오죽하면 자신의 아이디를 세가오니(Sega on I, 세가와 함께하는 나)라고 지었을 정도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세가의 체감형 액션게임(‘행온’, ‘애프터버너’등)을 즐기면서 세가 게임에 빠져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후 나이가 들어서도 세가에 대한 사랑은 변하지 않았다. 자신이 수집한 2천여개의 타이틀 중 40%가 세가사의 작품이라고 한다. 세가가 왜 좋은지 그에게 묻지 “세가는 실험성이 뛰어난 작품들을 많이 발매했다”며 “투박한 색감과 빠른 처리속도만으로 수십 종류의 타이틀을 발매해 낸 능력에 감탄한다”고 밝혔다.

그 중에서도 그가 가장 좋아하는 타이틀은 ‘버추어 파이터’이다. 그는 지난 92년부터 이 게임을 꾸준히 플레이 해오다 2001년 ‘파이연정’팀을 결성해 팀 배틀에 뛰어들 정도로 ‘버추어 파이터’를 좋아한다. 전국대회에 참여해 팀이 8강에 올라 그 실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그는 아직까지도 마음이 맞는 이들과 밤을 세워가며 ‘버추어 파이터’를 플레이 하고 있다.



인/터/뷰/뒷/이/야/기


‘한기웅의 일본 개발사 탐방’

초면임에도 불구하고 그를 만나는 내내  왠지 낯이 익는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알고 보니 한때 각종 방송에서 일본 게임 개발자 인터뷰 전문 리포터로 활동했던 ‘한기웅’씨가 바로 그였다. 그는 코지마 히데오(메탈기어 솔리드), 카타오카(위닝일레븐), 스즈키 유(버츄어파이터), 나카유지(소닉) 등 일본 게임업계의 보물과 같은 개발자들을 만나 인터뷰를 해 한때 이슈가 된 바 있다.

‘오타쿠’라 부르지 마세요

그는 자신의 게임생활을 기록한 글과 사진을 포럼에 게시하면서 ‘오타쿠’라는 오해를 많이 받았다고 한다. 특히 소장하고 있는 게임관련 물품의 양이 많다는 이유로 오해를 샀다는 것. 항상 악플에 시달리며 싸움마저 벌어질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라고 한다. 그는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일 뿐, 결코 사회 생활이 없고 게임에만 몰두한다거나 미소녀게임에 심취한 오타쿠는 아님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저작권자 © 경향게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