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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지상진화대 공익근무요원 박성환 씨

  • 안일범 기자 nant@kyunghyang.com
  • 입력 2007.06.11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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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과 함께하는 환상의 군생활이라구요?”

지난 5월 28일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한 공익근무요원을 만났다. 녹색 상의에 청바지, 빨간 모자를 쓴 그는 포터블 게임기를 들고 게임에 열중 하고 있었다. 한눈에 들어오는 특이한 복장이었다. 잠깐 인터뷰를 부탁하자 그는 흔쾌히 수락했다. 간단히 자기 소개를 부탁하자 “병장 박성환(25, 가명)”이라며 몹시 큰 목소리로 관등성명을 댄다. 의외의 첫인사였다. 공익근무요원이라 할지라면 으레 “안녕하세요” 라던가 “하이” 따위의 인사를 할듯한 이미지였으나, 그는 달랐다. 주위의 시선을 아랑곳 하지 않는  그는 여러모로 남달랐다. 스스로도 자신을 괴짜라고 부른다고 한다. 문득 ‘병장’이라는 관등성명 때문에 또 한번 놀라고 말았다. 공익근무요원도 계급이 있었던가? “당연하지요. 여기 가슴에 소나무 안보입니까? 소나무” 확실히 쪼그만 소나무가 네 개. 그것이 계급의 표식인가 보다.

그는 매일같이 출근할 때나 퇴근할 때는 포터블 게임기를 들고 이동한다. 집에서 근무지까지 한 시간 남짓이나 걸리기 때문이다. 이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까 하던 그는 평소 게임을 좋아하기 때문에 게임기를 가지고 다니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군에서 게임을 하는 건 상상도 하기 힘들죠. 그나마 ‘짬’을 먹었으니 이게 가능한 것입니다. 예전 같았으면 바로 얼차려 감인데….”

이처럼 게임기를 가지고 출근하게 된 것은 상병때 부터라고 한다. 그는 “상병때는 불이 나지 않는 한, 초소에서 감시하는 일이 대부분인데,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서 게임을 했었죠”라고 과거를 회상한다.

그러나 그는 이제 게임기가 필요없는 수준이라고 했다. 전역이 얼마 남지 않아 업무 배정을 받지 않아 PC방이나 막사에서 게임을 하고 지내기 때문이다.

“여기도 군대라고 ‘짬’먹으니 편하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게임 같은 건 엄두도 못 냈는데 많이 풀렸죠. 이제는 후임병들을 데리고 막사에서 게임하는 맛으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는 매일 오전 근무를 나서기 전 대기시간에 후임병들과 함께 ‘위닝 일레븐’을 즐긴다고 했다. 막사에 TV가 있어 자신의 게임기를 가져다 놓은 것. 마침 게임을 좋아하는 후임병들이 많아 근무 대기시간에는 어김없이 게임을 한다는 것이다. 그는 “단합을 위해서 입니다. 절대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 아닙니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가끔 인근 공익근무요원팀들과 친선 게임 대회가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연습을 한다는 것.

이같은 일이 가능한 이유는 그가 막사내 최고참이기 때문이다. 박요원의 경우 후임병들을 감시 초소나 순찰로 배정하는 식의 인원 관리를 하는 것이 일과의 전부여서 시간이 많이 남는다. 따라서 이 시간을 이용해 게임을 더 많이 즐긴다고 한다.

아무리 고참이어도 매일 막사에서 게임만 하는 그를 중대장이 달갑게 볼 리 없다. 따라서 그는 중대장의 눈총을 피해 PC방에서 게임을 하기도 한다. 그가 요즘 PC방에서 즐겨하는 게임은 ‘프리스타일’이다. 간단히 즐길 수 있고, 비상시(?)에 종료해도 큰 피해를 입지 않는 게임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주로 스포츠류 게임을 즐긴다고 했다. 이미 센터 44레벨, 파워포워드 38레벨의 캐릭터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21레벨 슈팅가드를 키울 정도로 열정적이다. 38레벨 포워드와 21레벨 슈팅가드는 그가 병장으로 진급하고 나서 키우기 시작한 것이라고 한다. 그만큼 그는 자유시간이 많다는 것이다. 박요원은 “‘프리스타일’보다 더욱 뛰어난 스포츠 게임을 만드는 것이 꿈입니다. 이제 슬슬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공부도 시작하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좋은 작품으로 다시 한번 인터뷰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인/터/뷰/뒷/이/야/기

- 공익근무요원 되고 싶으면 게임 하세요?
박성환 씨는 어릴 때부터 게임을 너무 좋아했다. 학교를 안가고 밤새도록 게임을 플레이 했을 정도. 따라서 자연스럽게 시력이 저하돼 신체검사때는 시력 이상으로 4급 판정을 받았다. 그의 시력은 -9디옵터. 더 이상 측정이 불가능할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그는 공익 판정을 받은 것을 후회한다고 했다. 그동안 경험했던 일들이 현역 못지않게 힘들었다는 생각 때문이다. 오히려 주위에서는 공익에 대한 편견으로 ‘너가 무슨 고생을 했느냐’라는 대접을 받고 있다는 것. 그는 “다른 곳으로 배치 받으면 좋을지 몰라도, 지상진화대로 배치된다면 차라리 군대를 다시 보내달라고 하라”고 뼈있는 농담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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