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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간 애니메이션 감독 인생, ‘트랜스포머’ 원화가 신영찬 감독

  • 안일범 기자 nant@kyunghyang.com
  • 입력 2007.07.16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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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길 33년. 오로지 애니메이션 감독만을 고집한 그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항상 가려진 곳에서 묵묵히 그림만을 그려왔기 때문이다. 그는 결코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다. 심지어 인터뷰에 대한 말을 꺼내기가 무섭게 “저는 인터뷰할만한 자격이 없는 사람입니다”라며 한사코 인터뷰를 거절했을 정도다. 그는 “그저 그림을 좋아할 뿐, 내세울 만한 일을 한 적은 단 한번도 없습니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그가 이룬 업적은 결코 ‘내세우지 못할 만한 것’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트랜스포머’의 원화를 비롯해, ‘붉은매’의 샘플 동영상 작업, ‘꼬마유령캐스퍼’, ‘마스크맨’등 유명작품들의 애니메이션의 작화 감독을 담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한없이 낮추면서 겸손함을 잃지 않았던 것. 몇 시간을 설득해서야 겨우 인터뷰를 허락 받을 수 있었다.

그는 1974년도부터 작화 일을 시작했다. 그는 처음부터 작화 감독으로 업계에 뛰어들었을 만큼 많은 사람들의 인정을 받으며 일을 했다. 하지만 그는 결코 현실에 안주하지 않았다. “미국 디즈니사의 작품을 처음 봤을 때 엄청나게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 친구들은 강아지 한 마리를 그려도 뼈대와 근육의 움직임을 세밀하게 그려놓고 그것이 이동하는 경로를 예측하면서 작품을 완성했습니다. 당시에 저는 그저 둥글둥글한 만화체만 그렸습니다. 이걸로는 안되겠다 싶어서 작화 공부를 다시 시작했죠.” 그는 한 고시원 골방에 틀여박혀 인체 공부를 시작했다. 말 그대로 밥만 먹고 그림만 그렸다. 해외 유명서적들을 가져다 놓고 크로키와 데셍을 끊임없이 했다. 셀 수없을 정도로 많은 그림을 그리고, 또 그렸다. 3년이 지나서야 그는 뎃생에 대해 어느 정도 알겠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정말 괴로웠습니다. 하지만 디즈니 만큼 그리고 싶었습니다. 이를 악물고 공부했죠.” 그 결과 그는 많은 발전을 경험했다고 한다. 그림체가 바뀌면서부터 해외 유수의 스튜디오에서 작업이 들어오기도 했다. 하지만 또 한번 그의 눈을 자극한 작품이 있었으니, 바로 ‘공각기동대’였다. “얼마나 충격이었던지 한 작품을 보고 또 봤습니다. 오래 보다보니 감독과 대화가 되더군요. ‘아 저 사람은 이런 생각에서 이 장면을 만들었구나’라는 식이죠. 그 단계에서 한참 더 지나다 보니 이제는 ‘아 나는 이런 식으로 만들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단계에 들어서니 내 작품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가 다시 골방생활을 하게 된 계기를 만난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작화가 아닌 시나리오 공부를 시작했다.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어내기 위해서였다. 이를 위해 학원을 다니면서 공부를 시작했다. 이곳 저곳 발로 뛰면서 묻기도 하고, 각종 작품들을 분석해 영감을 받았다. 처음에는 1년을 생각하고 시작한 공부이지만, 그 기간이 길어져 3년의 세월이 지났다. “이제 됐다 싶었을 때 작화 작업에 돌입했습니다. 혼자서 작업을 하다 보니 정말 긴 시간이 필요하더라구요. 펜터치 등을 생략해도 막대한 시간이 들었습니다” 그의 작품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만화책으로 10권 분량의 콘티를 완성한 상황이지만, 아직도 끝나지 않은 것. 앞으로 3년은 더 작업해야 작품이 완성될 수 있다고 한다.

“해외에는 아직도 유명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정말 뛰어난 그림과 연출로 관객들을 압도하는 감독들이죠. 그에 비하면 저는 정말 보잘것 없습니다. 하지만 그들만큼 그림을 그릴 수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니 뛰어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게 정말 중독성이 있는 부분입니다. 미친 듯이 노력해서 그 사람보다 ‘잘 그린다’는 평가를 받았을 때, 또 스스로 그런 생각이 들 때, 이보다 짜릿한 기분은 없습니다. 지금 만드는 작품도 해외 거장들을 뛰어넘어 보기 위한 작품입니다. 얼마나 가능성이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평가는 보시는 분들이 내려주시는 것이겠죠. 전 그저 묵묵히 그림을 그리고 있을 뿐입니다.” 33년 동안 그림을 그려왔지만, 그는 또 다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결코 멈추지 않는다. 거장이 되기 위한 몸부림, 그리고 그 고집. 그것이 그의 삶의 원동력인 것이다.

인 / 터 / 뷰 / 뒷 / 이 / 야 / 기

- 후배님들에게 고하는 말씀

33년간의 경험 때문인지,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쪽으로는 조금 자신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게임쪽은 잘 모릅니다. 하지만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에게는 뭔가 일맥상통하는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후배님들이 그리시는 그림을 보고 저도 그 실력에 깜짝 놀라는 한편,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림을 그리다보면 반드시 슬럼프에 빠질 때가 있습니다. 그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 일단 많이 그리십시오. 단, 좋아하는 것만 그리지 마십시오. 저도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써 이렇게 작업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일인 줄은 압니다. 그러나 고통을 참아냈을때, 또 한번 발전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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