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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마비 딛고 일어선 박승현 군

  • 안일범 기자 nant@kyunghyang.com
  • 입력 2007.08.06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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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4일 용산 e스포츠 전용경기장. IEF2007 국가대표 선발전 오프라인 예선이 한창인 이곳에서 주위의 주목을 끌고 있는 이가 있었다. 뛰어난 컨트롤 실력과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기발한 전략도 그가 주목을 받는 이유였지만, 그보단 휠체어에 앉아 게임을 하고 있던 모습 때문이었다.

그 주인공은 하반신 근육마비를 앓고 있는 프로게이머 지망생 박승현(19)군이다.

남은 두 팔로 전 세계 제패하겠다

- 아픔 딛고 당당히 프로게이머 도전…어려움있지만 극복해 낼 것

박 군이 근육마비를 앓게 된 것은 8년전이다. 하교길에 갑자기 두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근육마비가 시작됐고 이를 치료하기 위해 병원에도 가 봤지만 “치료가 힘들다”는 진단만 받았다. 이후 그는 완전히 두 다리를 쓸 수 없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다리만 근육마비가 진행됐을 뿐 다른 신체기관으로까지 이전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너무 어려서 잘 몰랐어요. 조금 지나면 괜찮아 질 줄만 알았어요. 그런데 아니더라고요.” 주위 친구들이 뛰어 놀 동안 박 군은 앉아서 지낼 수밖에 없었다. 다리 이외에 다른 신체는 이상이 없어 박 군은 앉아서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하루를 보냈다. 그런 그에게 운명적으로 ‘워크래프트3’가 다가왔다.

사실 박 군은 처음 ‘워크래프트3’와 만났을 때에도 별다른 느낌이 없었다.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이었던 ‘스타크래프트’도 싫어했던 그였기에 인기면에서 한 수 아래로 평가받는 ‘워크래프트3’가 맘에 들리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운명을 피하기는 어려웠던 탓인지 우연한 기회에 ‘워크래프트3’를 하게 됐고 결국 마니아가 됐다.

“우연한 기회에 ‘워크래프트3’를 플레이하게 됐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정신없이 플레이 했습니다. 그날 이후 줄곧 ‘워크래프트3’만 했죠.”

하지만 그가 ‘워크래프트3’에 빠져들수록 곁에서 그를 간호하는 어머니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군은 그런 어머니의 바램에도 불구하고 밤 늦게까지, 꾸준히 게임을 플레이 했다.

이런 그의 노력에 어머니도 드디어 두 손을 들게 됐고 현재는 그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

어머니의 든든한 후원도 생겼지만 시간이 지나도 박 군의 게임 실력은 늘지 않았다. 사실 이때가 박 군에게 가장 어려웠던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처음에는 저도 잘 못하고 매번 지기만 했는데, 하다 보니 실력이 많이 늘더라고요. 특히 ‘워크래프트3’방송 중계를 통해 유명 선수의 플레이를 보고 많이 따라하면서 배웠습니다.”

이와 함께 따분한 학교 생활에도 적응하지 못해 힘든 나날을 보냈다.

“공부에 집중할 수 없었습니다. 이거 해서 뭐하나 하는 생각이 가장 컸죠.”

그는 며칠을 고민하다 결국 공부 시간에 전략을 구상하는 방법을 강구했다. 비록 남들처럼 영어나 수학 공부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에게 있어 ‘워크래프트3’의 전략을 구상하는 것은 그보다 가치가 있을 것이라는 판단때문이었다.

“이때 구상한 전략들이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은 학교에서 공부를 배우지만, 전 학교에서 ‘워크래프트3’를 배운 셈입니다(웃음).”

학교 이외에 그가 게임에 집중할 수 없었던 또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가정형편이 안좋았던 것. 하지만 그는 오히려 더욱 이를 악물고 게임에 몰두했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처럼 그에게도 새로운 꿈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프로게이머의 길이 점차 가까워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박 군은 현재 ‘워크래프트3’아시아 지역 래더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8명을 뽑는 ‘워크래프트3’ 국가 대표선발전 16강전에 진출해 있는 상황이다. 박 군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준 프로게이머 혹은 프로게이머 일정도로 뛰어난 성적이라는 것이 주변의 평가다.

“부족한 실력이지만 운이 좋아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힘들게 올라온 만큼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습니다. 지금은 프로게이머가 꿈인 만큼 이 기회를 통해 꼭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습니다.”

박 군은 ‘IEF2007 국가대표 선발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 하루 6시간 이상 연습을 강행하고 있다.

정상이 아닌 몸이지만, 이처럼 열심히 연습을 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가족이 있기 때문이다. 몸이 불편한 자신을 위해 헌신하는 가족을 위해 보탬이 되고 싶다는 것. “가족들이 너무 많이 고생하셨어요. 특히 어머니께서 뒷바라지 하신다고 고생이 많습니다. 죽도록 연습해서 꼭 프로게이머가 되겠습니다. 그게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보은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자는 박 군을 보고, “프로게이머는 실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박 군이 프로게이머가 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프로게이머는 외향적인 면과 함께, 체력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것. 따라서 불편한 몸으로는 주위의 평가를 얻기 힘들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오히려 박 군의 장애 극복기가 이슈가 되어, 프로게이머에 도전하기 한결 쉬울 것”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정작 박 군은 “저는 제가 장애인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단 한번도 없습니다. 게임을 하는 데는 아무런 불편함이 없습니다. 두 팔과 두 눈이 있는데 뭐가 다르겠습니까?”라며 자신을 한명의 게이머로 봐주기를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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