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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SPA 경기국 강미선 부심

  • 윤아름 기자 imora@kyunghyang.com
  • 입력 2007.08.27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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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신한은행 프로리그에 검은 정장을 말끔히 차려입은 한 여성이 경기장에 나타났다. 딱딱한 얼굴과 절제된 걸음걸이, 주변을 예의주시하는 눈빛만으로 본다면 경기장 주변을 지키는 안전요원쯤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의 가슴엔 정확히 ‘KeSPA’라고 표기된 배지가 부착돼 있다.

그는 올 상반기부터 프로리그 부심으로 활약하고 있는 강미선(25)씨다.

강 씨가 처음으로 프로리그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까지만 해도 ‘누굴까’하는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전 심판들이 모두 남성이었고 축구나 야구를 보더라도 여성 심판을 찾아보기엔 드물었기 때문이다. 여성 부심의 첫 등장은 꽤 낯선 풍경이었지만 4개월이 지난 요즘엔 프로리그에 빠져선 안 될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여성 1호 공인 심판 되는 게 ‘목표’

- 프로리그 감초 역할 ‘톡톡’…객관적. 공평한 잣대 위해 ‘매진’

열정이 직업도 바꿔
강 씨가 처음부터 e스포츠 계에 발을 디딘 것은 아니었다. 원래 강 씨의 근무처는 여행사였다.

“아마 계속 다니고 있었더라면 지금쯤 동남아에서 한 달 간 체류하며 여행 온 손님들을 안내했을 거예요. 활동적인 성격이라서 이곳저곳 다니길 좋아하거든요.”

그러나 e스포츠에 대한 애정은 강 씨의 일상을 온통 흔들어 놓았다. 직장에서도 매일 e스포츠 관련 사이트를 뒤지고 사건들을 꼼꼼히 체크하는 등 친구들조차도 고개를 저을 정도였다. 그녀가 특히 눈여겨 들어가 본 사이트는 한국 e스포츠 협회 홈페이지.

부심이 된 계기도 프로리그 심판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우연히 보면서다.

“바로 신청했죠. 면접 일시를 알려준다고 유두현 심판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는데 너무 신기했어요. 직접 e스포츠 필드에서 뛰는 분 중에 하나잖아요. 그들과 함께 일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그때부터 들뜨더라고요.”

이런 열정 때문인지 강 씨는 면접과 동시에 최초의 여성 부심으로 합격됐다. 이미 강 씨는 합격되기 6개월 전부터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었다. 오로지 e스포츠 계 일원으로 일하고 싶은 굴뚝같은 마음 때문이었다.



여성 심판으로서의 어려움
아직도 강 씨는 처음 경기장에 부심으로 활동했을 때 기분을 잊을 수 없다고 전했다. 첫 날, 경기 전에 숙지했던 규정과 주의사항들을 곱씹으며 경기석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당시 강 씨가 담당했던 선수는 르까프 오즈의 이제동 선수.

“긴장을 많이 해서 말 하는 것도 떨리더라고요, 차분해지려고 애썼죠. 아마 첫 출전했던 이제동 선수의 떨리는 마음과 같았을 것 거예요(웃음).”

현장에 강 씨는 늘 무표정한 얼굴이다. 어떨 땐 관계자들이 다가가기 힘들 정도로 차가워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 씨에겐 그럴 만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여자니까요. 그 이전에 심판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타 심판들처럼 e스포츠 관련 경력이 전혀 없기 때문에 경솔한 행동은 삼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녀의 이런 마음가짐은 경기 중 사고가 났을 때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됐다.

“갑자기 경기가 중단됐어요. 우왕좌왕 할 것만 같았는데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재빨리 경기석으로 향하더라고요. 선수에게 주의를 주고 상황이 파악될 때까지 안심시켰죠.”

심판 직업 가진 것 행운
이후로 강 씨는 한결 무대 경기가 편해졌다. 이젠 관계자들도 강 씨를 보면 눈인사를 건넬 정도로 친숙해졌다. 강 씨는 e스포츠 심판이라는 직업이 참 특별하다고 추켜세웠다.

“선수들을 가장 객관적인 시선으로 볼 수 있잖아요.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그들을 공평하게 봐줄 수 있는 사람이 된다는 건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강 씨는 이런 판단을 잘하기 위해 곧 개막하는 후기리그에선 경기 외적으로도 선수 개개인의 면면을 잘 파악할 계획이다. 때문에 요즘 강 씨는 비시즌이지만 매우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공인심판이 되기 위해 여러 준비를 하고 있는 것.

아직 현장 경험이 부족한 탓에 일부러 이번 광안리 프로리그 결승전도 직접 참관했다.

“놀라운 경험이었어요. e스포츠 일원이라는 게 자랑스러웠던 순간이었죠. 꼭 공인 심판이 돼서 무대에 올라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어요.”

여성 1호 공인심판으로서 활약할 강미선 씨의 미래가 멀지 않았다.

사진 김은진 기자ejui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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