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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F 2007 한국대회 프리스타일 부문 우승자

  • 봉성창 기자 wisdomtooth@kyunghyang.com
  • 입력 2007.09.03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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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 둘, 하나, 펌프!”

신호에 맞춰 사람들이 입을 모아 함성을 지른다. 흑백의 묘한 대비를 이루는 무사 복장을 한 두 명의 청년이 서로 마주보고 격렬한 대결을 벌인다. 폭죽이 터지는가 싶더니 어느덧 막대로 서로를 공격하기도 하고 공중으로 점프해 날라차기를 하기도 한다. 1분 30초간 현란한 무술동작이 쉬지않고 이어지는 가운데도 박자에 맞춰 밟아야 하는 화면 화살표 속에는 한 치의 어긋남이 없다.

이 곳은 바로 펌프잇업 한국 대회가 열린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 특설 무대다. 이날 주인공은 바로 프리스타일 부문 우승을 차지한 김기석(25), 김대천(24) 듀오다. 체감형 리듬액션 게임인 펌프잇업(이하 펌프)의 개발사인 안다미로는 매년 세계 마니아들을 대상으로 월드 펌프잇업 페스티벌(이하 WPF) 세계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이번 세계대회에서 한국에 배정된 티켓은 오직 한 장. 최고 실력자들이 즐비한 펌프 종주국 한국에서 당당히 1등을 차지하며 세계대회 출전권을 거머쥔 김기석 씨와 김대천 씨는 이제는 세계 최고가 될 차례라며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



WPF 2007 한국대회 프리스타일 부문 우승자

“태극마크 달고 ‘퍼포머 종주국’ 자존심 지킬 것”

- 연극과 안무의 조화로운 만남... 세계 대회 제패 위해 최선

김기석 씨와 김대천 씨는 각각 펌프잇업(이하 펌프) 경력이 8~9년 차에 이를 정도로 초창기부터 펌프를 즐긴 마니아다. 그러나 둘이 한창 펌프를 즐긴 2000년 무렵에는 세계대회가 없었다. 이후 군대를 다녀오고 나니 세계대회가 매년 개최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그 뒤로 둘은 꾸준히 세계대회에 도전했다. 그러나 둘이 한 조를 이뤄서 대회에 참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 대천 씨는 2005년 처음으로 한국대표로 선발돼 세계대회에 문을 두드렸지만 예선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기석 씨 역시 한국대회에 본선까지 올라간 적은 한번 있지만 그 이상의 성적을 거둔 적은 없었다. 그러던 둘이 한 조를 이뤄 대회를 준비한 것은 작년 대회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은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같은 펌프 동호회에서 만나 서로의 부족한 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의기투합하게 된 것이다.

연극배우인 기석 씨와 재즈댄스 강사이자 안무가인 대천 씨는 그야말로 환상의 조합이다. “대회의 경향이 예전에는 큰 기술 중심으로 벌어지다 그 이후에는 전체적인 짜임새를 보는 경향으로 갔죠. 그러나 최근에는 시나리오가 가미되지 않으면 우승하기 힘들어요.” 연극을 통해 다져진 스토리 구성을 기석 씨가, 선이 아름다운 재즈 안무를 대천 씨가 맡으며 서로의 단점을 확실히 보완해 주고 있는 것이다.

 부부관계를 능가하는 팀웍
“둘 다 세계대회가 인생 일대의 꿈이었어요. 그런데 둘 다 현직 퍼포머로서는 나이가 많은 편이거든요.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독한 마음먹고 할 수 밖에 없었죠” 기석 씨와 대천 씨는 대회를 같이 준비하기로 결정한 이상 부부보다 오랫동안 같이 시간을 보냈다. “대천이가 제 마누라에요. 제가 밖에서 돈 벌어 오면, 대천이는 집에서 대회에 관련된 온갖 궂은일을 했으니까요.” 기석 씨는 오락실에서 연습을 할 때 필요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좋아 하지 않는 단편영화를 세 편이나 찍었다. 대천 씨는 하던 강사 일을 그만두고 오로지 펌프 안무에만 매달렸다.

그렇게 힘든 준비과정을 마치고 둘은 대회 4개월 전부터 본격적인 연습에 들어갔다. 부천에 사는 대천 씨가 기석 씨가 사는 서울로 집을 옮긴 것도 이 무렵이다. “차 끊기기 전에 집에 가야하는 것도 그렇고 형을 만나러 왕복하는 시간마저도 아깝더라고요.” 둘은 하루에 평균 5시간 씩 연습을 했다. 온 몸을 격렬히 움직여야 하는 펌프의 특성상 5시간이나 연습을 하면 온몸이 그야말로 녹초가 된다. “쉬더라도 오락실 안에서 다른 게임을 하면서 쉬었지 결코 밖을 벗어나지는 않았어요. 너무 힘들어서 한 번 나가면 다시 돌아오고 싶지 않을 정도였거든요.”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드디어 한국 대회 본선. 눈을 감아도 준비한 안무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흘러갈 정도로 연습을 많이 한 기석 씨와 대천 씨지만 그래도 그 긴장감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특히 기석 씨는 대회 준비에 대한 피로감 때문인지 대회 3일 전부터 심한 몸살 감기를 앓았다. 그러나 이를 대천 씨에게 차마 내색할 수는 없었다. “대천이가 대회 당일 날 너무 긴장을 많이 하는 것이 보였거든요. 형으로써 차마 몸이 아프다고 말 할 수가 없었어요.” 그러나 승부의 관건은 얼마나 긴장을 안 하고 연습한대로 보여주는 가에 달려있음을 그간 경험을 통해 둘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예선에서는 DJDOC의 ‘원나잇’이라는 곡에 맞춰 80년대 디스코 풍 춤을 선보였다. 그리고 결과는 2등과 무려 11포인트 차를 벌리며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예전에 본선에서 떨어질 때도 꼭 예선은 1등을 차지했어요. 그러고 나니까 본선에서 또 실수 할까봐 더욱 걱정이 되더라고요.”

본선에서는 우승후보가 세 팀으로 압축됐다. 특히 무선 조종 비행기를 날리며 화려하게 등장한 부산 팀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는 상황. 아니나 다를까 부산 팀은 최고점수를 받으며 화려한 무대를 선보였다.

그러나 둘은 자신들이 그간 준비해 온 노력을 믿었다. 드디어 차례가 왔고 둘은 그간 비밀리에 준비했던 화려한 폭죽과 함께 무술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그동안 많이 행해졌던 무술 퍼포먼스와는 달리 실제 싸움을 연상케 할 정도의 속도감 있는 진행으로 시종일관 심사위원과 관중 모두를 압도했다. 특히 상대방의 가슴을 밟고 점프해 머리를 차는 택견 기술은 탄성을 자아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결국 둘은 그토록 원하던 한국대표에 1등으로 당당히 선발됐다. 그 동안 힘들었던 기억들이 한꺼번에 북받쳐 올라 대천 씨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다.

 원정 불리함 이겨내고 세계대회 우승 차지할 것
“제 평생 동안 한번이라도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 수 있을까요? 그것이 비록 남들이 잘 모르는 게임이라고 해도 말이에요.” 꼭 축구 국가대표만이 국가대표가 아니라 펌프 국가대표 역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라며 자긍심을 가지고 열심히 하겠다는 기석 씨와 대천 씨.

이제 남은 것은 멕시코에서 열리는 세계대회다. 최초로 한국이 아닌 해외에서 열리는 대회인 만큼 이를 임하는 자세 역시 남다르다. “브라질과 멕시코가 최고 경계대상 국가입니다. 특히 브라질의 ‘레갈’과 ‘블랙’은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정받는 최고 실력자죠.” 세계대회는 대회 시작하기 전 심리전부터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고 한다. 기석 씨는 적지인 멕시코에서 남미국가를 상대로 우승하기 위해서는 압도적인 실력으로 이기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 퍼포머들은 모두 같은 마음이에요. 우리나라가 종주국인 만큼 프리스타일 부문에서는 절대 지면 안 된다고 생각하죠.” 한국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기석 씨와 대천 씨. 오는 11월 멕시코에서 열릴 예정인 WPF2007 세계대회에서 그들이 보여줄 활약에 벌써부터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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