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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악인 송다

  • 안일범 기자 nant@kyunghyang.com
  • 입력 2007.09.18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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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 하는 유저 몰래 뒤에서 공격하기, 저 레벨 유저 마을 습격하기, 보스몬스터 레이드 먹튀, 캐삭빵(1:1후 지는 유저가 자신의 캐릭터를 삭제). 별의 별 악행으로 유저들의 원성을 독차지하고 있는 유저가 있다. 비매너 유저의 전형이라고 불리며 하루에도 수십 번씩 유저들의 입에 회자되는 캐릭터. 바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내의 마법사 ‘송다’가 그 주인공이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악인 송다

“게임 속 악행은 또 다른 재미의 하나죠”

- 답답한 게임플레이 재밌게 하기 위해 시작... 타 유저는 그러지말길 당부

지난 2005년 아즈샤라 호드에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플레이하기 시작한 송다는 얼라이언스 진영은 물론, 호드 진영에서 조차 비난받는 유저다. 모 커뮤니티에서 한 유저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아즈샤라 호드에서 압도적으로 대화 차단 순위 1위를 자랑하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항상 그가 게임을 하기 시작하면 언제 어디서건 ‘송다’를 욕하는 유저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 게임 내에서 ‘악행’도 게임을 즐기는 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접근금지’, ‘송다 조심’
그가 본격적으로 활동한 것은 지난 2006년 후반기부터 였다. 그는 게임 내에서 할 수 있는 악행이란 악행은 거의 다 저지른 유저이다. 아무에게나 시비를 걸고 욕하는 것은 우스운 수준이다. 그의 일화중 하나를 소개하자면, 속칭 ‘가덤’이라고 불리는 저 레벨 육성존에서 플레이하는 유저에게 ‘보물 상자가 있으니 획득하러 가자’라는 말로 그들을 유혹하고, PvP존으로 끌어들인 다음 레벨 차이와 경험차이를 통해 수십명의 유저들을 한번에 학살해버린 일화가 있다. 이는 새벽 2시부터 6시까지 계속됐으며, 그가 그날 죽인 유저만 100여명에 달한다는 소문이다. 이날 이후 ‘송다’는 저 레벨 유저들에게 ‘회피 대상 1호’로 손꼽히게 된다.

한마디로 송다는 사기꾼이다. 위의 일화에서 보여주듯 게임 내에서 가능한 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유저를 죽이고 괴롭힌다. 한다하는 싸움꾼들이 송다의 악행을 가만히 두고 보지 못해 그에게 도전했다. 그러나 번번이 송다에게 패배했을 뿐, 속 시원히 그를 죽여줄 수 있는 유저는 없었다. 특히 송다가 이 행동을  통해 아이템을 얻는다거나, 돈을 획득하는 것이 아니어서 블리자드 측에서도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 주변 유저들의 귀띔이다. 그리하여 송다의 악행은 날이 갈수록 심해져가고 저 레벨 유저들의 원성은 높아만 갔다.

 현실선 평범한 대학생
실제로 만나본 송다는 그저 평범한 대학생에 불과했다. 올해로 스물 셋. 현재 편입학을 하기 위해 열심히 준비 중인 학생이었다. 더군다나 일주일에 4건의 과외를 진행하며 학비를 벌 만큼 착실하기까지 했다. 그의 정체를 둘러싸고 ‘코 찔찔이 초등학생’, ‘밥 먹고 앉아서 게임만 하는 유저’, ‘얼굴에 칼자국 두어 개 나있는 조폭’이라는 등 별의별 추측이 난무했지만 모두 물거품으로 돌아가는 순간이다. 이어진 술자리에서도 그는 공손한 학생에 불과했다. “당신 뭐하는 짓입니까”라던가 육두문자 한두 마디는 각오한 만남이었지만 예상은 철저히 빗나갔다. 거두절미하고 송다에게서 그동안의 악행에 대한 대답을 들었다. 허탈하게도 그는 “그저 게임을 즐기고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투기장에서 PvP를 즐기는 유저나, 인스턴트 던전에서 레이드를 즐기는 유저와 진배없이 ‘악인’에 해당하는 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블리자드에서 유저에게 어떤 방향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라고 설정해 준 것이 없습니다. 게임 내에서 가능한 행동이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두들 같은 방식으로 게임을 하라는 법이 없지 않겠습니까?”

그는 그저 순수한 ‘게임’자체만을 놓고 즐긴다는 취지에서 이러한 행동을 한다고 한다. 자신의 행동도 게임의 일환이며, 이로 인해 ‘피해’를 받는 유저도 게임을 즐기게 되는 한 원인이라는 것.

무엇보다도 그가 이와 같은 악행을 저지르게 된 것은 최근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투기장과 레이드 일색의 지루한 콘텐츠만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원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다양한 유저들이 만나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공간이었습니다. 길드간의 갈등, 필드 내에서의 PvP, 자신의 명예를 지치기 위한 1:1 전투 같은 것들이 큰 매력이었죠. 하지만 최근에는 별다른 변수 없이 그저 천편일률적인 콘텐츠의 반복에만 지나지 않습니다. 이게 정말 싫었습니다. 결코 지루한 게임 플레이는 하기 싫었던 거죠.”
오히려 그는 이러한 악행으로 게임 내에 활기가 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이 욕을 먹을수록 ‘송다’캐릭터를 죽이기 위해 수행하는 유저가 생길 것이고, 또 복수를 위해 자신을 쫓아다니는 캐릭터가 생기는 등 단지 투기장과 레이드 일색인 게임이 아니라 활발한 커뮤니티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공부해야죠”
하지만 최근 들어 송다를 게임 내에서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 이를 두고 그의 악행으로 인해 계정이 블록 당했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그저 게임이 재미없어졌을 뿐이라고 말한다.

 “더 이상 발끈 하는 유저들도 없어요. 그저 재수가 없었거니 하면서 게시판에 글 올리는데 그치는 유저가 대부분입니다. 게임 내에서 당당하게 너 싫다 라며 과감한 테러를 가하는 근성 있는 유저들도 없어요. 그보다는 레이드 뛰면서 아이템을 얻고 투기장에서 점수 한 점이라도 더 먹으려고 할 뿐입니다. 지루합니다. 이제는 미련을 버렸습니다.”


이제는 그의 악행에도 종지부를 찍을 전망이다.

 “이제 공부해야죠. 슬슬 취업도 생각할 나이도 됐고 군대도 가야하고 할 일이 태산 같습니다. 미련이 남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무리 열심히 해봐야 게임이 변하지 않는 이상 다시 할 일은 거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그가 게임 자체를 그만두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단지 보다 재미있는 게임이 등장하기 만을 기다리겠다는 것. “개인적으로는 ‘워해머 온라인’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자유롭게 PvP가 가능하고 변수가 다양해 좀 더 재밌는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때까지는 공부에 매진할 생각입니다.”
  
당분간은 ‘송다’를 다시 보기는 힘들 전망이다. 그를 욕하는 소리도 한동안은 잠잠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다. 혹시 모를 다른 게임에서 “이런 #@!$ 1:1 하자”라는 소리가 들린다면, 혹은 “아이템 먹으러 PvP존 오세요”라는 소리가 들린다면 어쩌면 ‘송다’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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