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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효과음 거장 장규식 “사운드도 콘텐츠 산업, 가치 제고되야”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22.05.06 15:00
  • 수정 2022.05.10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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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향 제작분야는 게임,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에 필수적으로 쓰이는 분야지만 콘텐츠 산업 분야에서는 그 가치가 저평가돼있습니다.”

아티스트들의 아티스트, 게임 사운드 제작계 거장 장규식 한국음향학회 음향제작분과 위원장이 연단에 서서 사운드 분야의 현황을 알리고 가치 제고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전했다. 

장 위원장은 1세대 사운드 디렉터로 명작 FPS게임 ‘아바’의 효과음을 디자인한 디렉터다. 이어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넥슨 등에서 유명 음원들을 만들어 낸 인물이기도 하다. 현재 일선에서 활약하는가 하면 후학 양성에도 힘을 쓰는 등 국내 사운드 제작 분야를 대표하는 인사 중 한명이다. 그가 연단에서서 이 같은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사운드 분야에 가치 제고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그는 사운드 분야를 산업으로 보는 시각 조차 희미하다고 설명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하는 한국콘텐츠산업조사서에는 게임 사운드 음향 등 분야는 단 한줄도 언급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게임, 영화 등 여러 분야는 산업으로서 언급되고 있습니다. 각 분야에 사운드가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지만 여전히 독립적인 산업으로는 인식되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장 위원장은 이 현상이 답답한 현실이라고 이야기한다. 음향 기술분야의 전문성을 인지하지 못한 시대 상황도 이 현상을 가속화하는 현상이라고 그는 이야기한다. 게임 분야에서도 이와 유사한 상황이 종종 발견되기도 한다. 상황에 따라 다른 총소리를 일관된 소리로 유지한다거나, 힘 없이 검을 휘두르는 소리가 똑같이 씌는 등과 같은 요소들은 곧 타격감에 악영향을 주면서 유저들의 혹평을 이끌어 내는 요소기도 하다. 

관련해 게임 ‘아바’의 경우 지난 2007년 출시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15년 동안 이 게임의 사운드를 뛰어 넘는 게임들이 흔치 않았다는 점만 봐도 장 위원장의 말에 힘이 실리는 부분이 있다.

장 위원장은 이 같은 음향의 문제점을 단 한마디로 정리한다. 바로 ‘공간감’이다. 실제 그 현장에서 있는 듯한 기분을 주려면 공간에 따라 다른 소리를 들려 줘야 하는데, 대다수 음향들은 그렇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음원을 개발할 때 현장에서 녹음을 하게 되면 그 현장을 고스란히 담지는 못합니다. 그렇다보니 사람들이 들을 때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이죠. 이를 이해하고 있다면 여러 상황을 고민해 보고 그 상황에 맞는 음향을 제작하고 삽입해야 비로소 제대로된 소리가 납니다.”

장 위원장은 총기를 예로 들었다. 유저는 1인칭 FPS게임으로 피격자의 위치가 고정되는 상황에서 쏘는 사람들의 위치는 수시로 변한다. 이 때 원거리에서 날아오는 총알과, 중거리에서 날아오는 총알, 근거리에서 날아오는 총알들의 소리가 모두 다르다. 지근거리에서라면 총성 외에도 탄환이 튀어서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 치찰음 등이 들릴 것이 틀림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음원이 단순히 '탕탕거리는 소리'로 고정된다면 유저는 그것만으로도 어색함을 느낀다는 이야기다. 
이 외에도 다양한 기법들이 적용돼야만 비로소 유저들이 현장감을 느낄 수 있게 된다고 장 위원장은 설명한다.

장 위원장은 최근에는 다양한 툴이 저가에 보급되고 있다고 말한다. 과거 아날로그식 저장장치에서 디지털로 전환됐고, 다시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를 손쉽게 조율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됐다고 봤다. 특히 인공지능 제작툴이 등장하는 부분은 향후 음향 제작 분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이다. 

장 위원장은 인공지능이 영상을 보고 인식에 해당 영상에 해당하는 사운드를 입혀 유사한 사운드로 만들어 내는 기술들이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강연에서는 말이 뛰어다니는 장면에 인공지능 사운드가 입혀진 부분들이 나오기도 했다. 자세히 들어 보면 디테일면에서 아쉬운 부분이 드러나기 때문에 아직도 개발해야할 부분들은 많을 것이라고 장 위원장은 설명한다. 

이 같은 시대 변화에 따라 사운드 산업도 점차 변화기를 맞이한다. 각 음원들을 온라인 플랫폼화해 제작한 뒤 클라우드에서 공유하는 사업들이 시작됐고, 국내에서도 이 같은 시도들이 시작되고 있다고 장 위원장은 말한다. 그러나 대다수가 해외 정서에 맞춰진 사운들이 대부분으로 국내 환경(지형 등)에 맞춰진 사운드가 향후에 중요한 가치를 지니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장 위원장은 내다 봤다.

또, 근미래에 도래할 메타버스 시대에는 더 많은 이들이 음향을 기반으로 제작을 시도할 것으로 사운드에 대한 니즈가 좀 더 올라갈 것이라는 의견도 내놓았다. 

장 위원장은 “미래 시대에 경쟁력을 얻기 위해서는 보다 고품질의 음원을 개발하고 불편함을 해소하면서 다음 시대를 대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를 위해서는 더 적극적인  투자와 가치의 제고가 있어야만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최근 몇 년 사이 소형 음향기기들의 출력이 확대되고 소위 디지털 리시버들의 성능도 올라가면서 음원 재생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게이머들은 헤드폰을 끼고 소위 사운드 플레이를 통해 게임을 즐기며, 5.1채널 스피커를 활용해 몰입감을 잡는다. 돌비, 엔비디아, 소니 등이 매 년 새로운 기술들을 선보이면서 음원 해상도도 점차 올라가며 공간감을 잡기 위한 노력도 가속화 되고 있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영상은 SD에서 HD, 4K까지 발전하는 단계에서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졌다. 반면 사운드는 어떠한지 고민해 보면, 장규식 위원장의 발언을 결코 무시할 수는 없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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