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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반룡 게임애가] 일 잘하는 사람과 일하는 티 내는 사람

  • 정리 = 김상현 aaa@khplus.kr
  • 입력 2022.05.09 09:44
  • 수정 2022.05.09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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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게임 기업의 급여가 빠르게 상승면서 인건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많다. 그러나 다른 쪽에서는 일반 직원과 임원 사이의 성과급 차이가 이슈화되면서 불평등을 말하고 있다. 어떤 제작사는 대표 이사의 연봉이 임직원 평균 연봉의 수십 배가 넘기도 하고, 어떤 회사는 임직원의 성과급으로 100억 원 이상 지급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어떤 후배가 성과급을 많이 받아 조기 은퇴했다는 이른바 파이어족(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_경제적 독립을 이룬 조기 은퇴)이 됐다는 말도 들리고, 어떤 선배는 경영진의 성과 배분에 화가 나서 퇴사 후 게임 제작사를 직접 설립했다는 소식도 들었다.

대체로 최근 높아진 개발 조직 인건비 상승에 대해서 종사자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성과에 대한 평가와 그에 따른 배분에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성과에 대한 평가는 평가 기준의 공정성이나 평가의 투명성, 성과급의 규모 등 다양한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이런 문제는 회사마다 경영 철학의 문제일 수도 있고, 경영진의 도덕성 문제일 수도 있으며, 평가 시스템의 질적인 문제일 수도 있어 쉽게 답을 내리기 어렵다.

이런 문제 중 많은 사람이 불만이 있으나 명확하게 말하기 어려운, 그러나 흔하게 나타나는 문제가 일 잘하는 사람과 일하는 티 내는 사람에 대한 구별과 평가이다. 일 잘하는 사람과 일하는 티 내는 사람에 대한 평가가 정확하게 구별되지 않으면, 참여 인력들은 평가에 불만을 가지게 된다. 일하는 사람과 일하지 않는 사람의 구분은 대부분 쉽게 구분되고 평가에 동의도 쉽다. 그러나 일 잘하는 사람과 일하는 티 내는 사람은 생각처럼 구분이 쉽지 않다. 물론 자기 홍보는 중요한 일이고, 자신의 성과를 알려서 평가받는 일은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어떤 이는 자기 홍보로 보이고, 어떤 이는 일하는 티를 내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문제다. 딱히 꼬집어 말하기 어렵지만 일하는 티를 내는 사람이 평가를 잘 받으면, 티를 못 내는 자신이 억울한 것 같은 기분도 들고, 불만이 쌓인다. 이 부분은 평가 결과에 문제를 제기하고 싶어도 문제 제기할 부분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 둘을 구분하는 방법은 티 내는 내용을 구별하는 것이다. 자기 홍보에 능숙하고, 일 잘하는 사람은 대부분 자신이 만들어 낸 성과와 그 성과에 자신이 기여한 부분을 정확하게 강조한다. 그러나 일하는 티 내는 사람은 과정에서의 자신의 업무량과 고생을 강조한다. 이 둘 사이에 분명한 연관성이 있을 수는 있으나, 이 둘이 항상 같지는 않다. 이 둘의 차이는 결과가 좋은 경우가 아니라 결과가 좋지 못할 때 더 잘 드러난다. 일 잘하는 사람은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면, 문제를 파악하고 다음에 더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일하는 티내는 사람은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면, 자신의 노력을 강조하며 나쁜 결과에 짜증을 내거나, 다른 동료를 탓하며 결과의 책임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 또 일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서도 이 둘은 차이를 보인다. 일을 잘하는 사람은 문제가 발생하면 원인을 분석하고, 자신이 해결할 수 있는 일인지 파악한 다음 도움이 필요하면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한다. 그러나 일하는 티내는 사람은 문제 자체를 부각시키고, 자신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얼마나 노력하는지를 강조한다. 게다가 결과가 좋지 않으면, 면피의 수단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제작사도 하나의 기업이고, 기업에서 제작하는 게임은 한 사람의 노력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처럼 학술적인 프로젝트라면 과정도 중요하고, 과정을 어필하는 것이 중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기업의 측면에서는 과정보다 결과가 더 중요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일하는 사람도 과정보다 결과를 더 중요시하는 것이 필요하고, 기업의 평가 시스템도 결과에 더 높은 비중을 주어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개인도 동료로부터 일하는 티 내는 사람이 아니라 일 잘하는 사람으로 평가받을 수 있으며, 기업도 평가에 대한 구성원의 불만이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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