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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게임은 ‘있다’

  • 경향게임스
  • 입력 2004.11.01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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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식 롤플레잉 게임(이하 RPG)’. 여러모로 완성도가 높다. 오죽하면 요즘은 서양의 원조 롤플레잉 게임들도 일본식 요소들을 모방할까. 일본식 롤플레잉 게임은 ‘파이널 판타지’로 대표되는 멋진 미형의 캐릭터들이, 마치 영화와도 같은 뚜렷한 시나리오를 줄기 삼아 모험을 하는 게임진행, 곳곳에 배치된 동영상, 화려한 그래픽으로 무장된 전투장면, 서정적이고 감미로운 음악 등을 떠올릴 것이다.

또는 나이가 조금 많은 세대라면 그 옛날 MSX라는 8비트 컴퓨터로 즐겼던 스테이지 클리어형 RPG인 ‘이스’ 시리즈를 떠올릴 수도 있다. 이 밖에 ‘드래곤 퀘스트’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명작.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보자. 일본식 RPG라고 이야기할 때 떠오르는 이미지 어디에도 사무라이나 기모노는 없다. 일본 전통 음악이나 오사카성도 안 나온다. 그럼 우리는 왜 그런 게임들을 일본식 RPG라 부르는 걸까? 단순히 일본에서 만들어진 RPG여서일까? 답은 바로 그 일본식 RPG 특유의 ‘게임성’에 있다.

‘호리이 유지’라는 일본의 게임 개발자는 1986년이라는 먼 옛날에 ‘드래곤 퀘스트’라는 가정용게임기로는 최초이자 일본 최초의 RPG게임을 만들어냈고, 크게 성공했다. 십여 년 전 뉴스에 나왔던 것처럼 ‘드래곤 퀘스트3’가 발매되던 날. 수많은 학생들과 회사원들이 학교와 직장을 빠지며 며칠 밤 게임샵 앞에서 텐트를 치고 줄을 서서 기다렸던 그 유명한 일화가 인기의 반증일 터. RPG라는, 그 당시로썬 굉장히 비주류적인 장르가 ‘국민게임’이 돼버린 순간인 것이다.

그 비결은 바로 철저하게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진 ‘대중성’에 있었다. 호리이 유지는 알다시피 80년대 초반부터 ‘울티마’ 나 ‘위저드리’ 등 서양의 롤플레잉 게임을 즐기는 매니아였다. 당시만 해도 RPG는 ‘D&D’나 ‘반지의 제왕’ 같은 판타지 세계에 정통한 골수팬들만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호리이 유지는 그러한 RPG의 재미를, 남녀노소를 초월한 모든 대중들에게 쉽게 소개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기를 바랬고, 일본인들의 국민성과 성향, 문화적 친밀감을 맞추기 위해 수많은 노력과 연구를 거듭했다.

그 결과, 서양 RPG가 갖는 복잡성과 문화적 이질감, 너무 큰 자유도로 인한 난해함 등을 제거하고 단순 명쾌한 외길 진행 시나리오와 감동적인 스토리, ‘드래곤 볼’로 유명한 ‘토리야마 아키라’의 친숙한 캐릭터, 방향키와 버튼 두세 개만으로 해결되는 쉬운 조작 등을 도입해 '드래곤 퀘스트'를 국민게임으로 만들 수 있게 한 것이다.

섬나라 얘기만 서론부터 너무 길게 했지만, 여기서 다시 한번 국내 RPG게임의 상황을 짚어보면 사실 MMORPG의 원류가 되는 MUG게임(멀티 유저 그래픽 게임)라는 장르의 효시는 세계최초로 우리나라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었던가.

물론 그전에 MUD게임이 있었고, RPG라는 게임이 원래 PC가 없던 수십 년 전부터 사람과 사람이 모여서 하던 TRPG(테이블에 모여 각자의 역할을 연기하는 게임) 에서 유래되었다고는 해도, 서양식 혹은 일본식 RPG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수많은 플레이어들간의 경쟁’에 초점이 맞춰진 게임성을 가진 RPG가 탄생되고 발전된 곳은 우리나라이다.

그리고 지금 서비스되거나 만들어지는 국산 RPG들을 보면 MMORPG이기 전에 어떤 한국 특유의 게임성을 가진 롤플레잉 게임처럼 보인다. ‘울티마 온라인’으로 시작해 ‘다크 에이지 오브 카멜롯’으로 집대성된 정통 MMORPG가 가지는 수많은 재미 요소 중 일부를,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도록 재구성한다는 개념의 게임성인 것이다.

이것은 ‘드래곤 퀘스트’를 호리이 유지가 처음 만들 때 어렵고 복잡한 RPG를 일본인들의 취향에 맞게 옵티마이징하고 일본인이 선호하는 것은 강화했던 것과 그 의도는 크게 다르지 않다. 또한 서양에서 만들어진 소위 말하는 ‘작품성 있는, 정통의, 진짜 RPG’라고 매니아들 사이에서 화자 되는 게임들이 국내에서 상업적으로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도 이것의 연장선상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문제인 것이다.

우리나라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본토에 비해 굉장히 늦게 게임시장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기술력과 상상력을 포함한 경쟁력이 취약했다. 지금에서야 우리나라만이 만들 수 있는 게임 장르를 만들어나가고 경쟁력을 키워 세계로 나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현재 가진 잘하는 부분을 발전시켜 극대화시켜 나아간 다면, 국적은 다르더라도 반드시 그것에 열광하는 팬덤이 형성될 것이고, 전세계에 한국형 MMORPG, 더 나아가 '한국형 게임'이 하나의 장르로 자리잡게 될 날도 멀지 않게 될 것이다.

/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 류기덕 개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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