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중반룡 게임애가] 제작사 대표들의 정신 건강 적신호

  • 정리=김상현 aaa@khplus.kr
  • 입력 2022.05.25 11:11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끔 영화를 보면 너무 잔인하거나, 보기 힘든 장면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런 장면을 볼 때마다 해당 장면을 연기한 배우의 정신 건강이 걱정되기도 한다. 얼마 전 회사에서 영화 관련 주제로 이야기를 하다 무척 잔인한 장면을 묘사한 영화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영화는 무척 잘 만든 영화였으나, 영화의 이야기보다 배우, 특히 당시 초등학생 정도로 보였던 아역 배우의 정신 건강에 관한 이야기가 주된 주제가 됐다.

관객은 관찰자 입장으로 장면을 바라보지만,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들은 상상 이상의 감정이입을 해 캐릭터를 연기한다. 그래서 가끔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에서 벗어나지 못해 힘들어하는 배우들의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영화사상 최고의 ‘조커’를 연기했던 배우 ‘히스 레저’ 역시 ‘조커’를 연기한 이후 힘들어 다양한 약물을 복용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직접적 사인은 아닐지라도 이런 정신적 어려움이 사고의 한 원인으로 추측할 수 있다. 실제 이런 배우들의 정신적 고통을 연구하는 학자도 있으며, 할리우드의 경우 촬영 이후 배우들의 심리 상담을 지원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도 배우들의 심리 상담 지원을 제도화하는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누구나 살면서 많은 힘든 일을 겪으며 살아간다. 필자의 경우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20대에 창업한 회사가 어려웠던 시기로 기억한다. 수면 시간이 부족해 쓰러지면 자기 바빴던 사람이 갑자기 불면증에 시달렸고, 원형 탈모증에 대인 기피 증상도 나타났던 시기였다. 불행 중 다행으로 회사를 정리하고, 몇 개월 뒤 취직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증상은 사라졌지만, 당시 너무 힘들어서 극단적인 생각도 했던 시기였다.

몇 주전 친한 게임 제작사 대표가 우울증과 공황장애 증상이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최근 정신과 진료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아직 우리에게 정신과 상담은 심리적인 저항이 크다. 그러나 게임 제작사를 포함한 많은 스타트업 대표가 겪는 심리적 압박감과 다양한 스트레스는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은 상상하기 어렵다. 작게는 몇 명에서 많게는 수십 명이 넘는 사람의 생계를 책임진다는 중압감이 항상 어깨를 누르고, 본인의 말 한마디에 많은 책임이 부여된다는 사실은 사람을 만나는 것을 힘들게 한다. 그러나 정신과 상담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회사의 구성원을 불안하게 하거나, 기업의 투자 유치에 장애물일 수 있다는 불안감은 병원 방문을 어렵게 만든다.

최근 기사에서 미국 벤처캐피털은 스타트업 대표가 겪는 이런 심리 불안은 회사의 성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문제로 보고 투자 계약에 정기적인 대표의 심리 상담을 의무화하는 경우가 많다는 내용을 봤다. 근로복지공단에서는 중소기업을 위한 직원들의 심리 상담 프로그램을 지원하지만, 대표는 근로자가 아닌 관계로 해당 심리 상담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얼마 전 게임 업계의 전설적인 인물인 김정주 회장이 고인이 되었다. 심리적인 문제가 컸던 것으로 알려져 더 안타까운 뉴스였다. 그리고 확인하기 어렵지만, 알려지지 않은 곳에서 많은 제작사의 대표들이 힘들어하고 있을 것이다. 매년 수조 원의 자금이 벤처기업에 투자되고 있고, 게임 산업에서 몇천억 원의 자금이 투자되고 있다. 수많은 벤처기업이 매년 설립되고 있으며, 대한민국의 게임 산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제 많은 사람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대표들의 건강도 사회가 챙겨야 할 시기가 왔다. 대표들의 정신 건강에 관한 연구도 다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대표가 건강해야 기업도 건강할 수 있다. 국내 벤처캐피털도 투자하면서 대표의 심리 상담을 의무화하는 것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경향게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