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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블리셔도 변해야 산다

  • 경향게임스
  • 입력 2003.08.04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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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블리싱(publishing), 퍼블리셔(publisher).’ 이 두 단어는 온라인게임이 급속도로 성장함과 동시에, 온라인게임과는 떼어놓을 수 없는 중요한 개념이 돼가고 있다.

퍼블리셔의 정의를 살펴보면 일반적으로 얘기하기로는 서적 출판을 담당하는 업체를 의미한다. 하지만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뜻하는 퍼블리셔 개념은 조금 차이가 난다.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퍼블리셔는 발굴, 육성, 제휴 등을 통해 확보된 콘텐츠를 다양한 플랫폼과 방식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전문업체를 의미한다.

예컨대 게임분야 퍼블리셔라고 한다면 게임분야에 대한 사전발굴, 투자, 육성 등을 통해 확보한 콘텐츠를 게임, 캐릭터, 음반 등 다양한 형태의 재가공을 통해 원하는 소비자에게 적절히 제공하는 전문가 집단을 말하는 것이다. 이런 퍼블리셔라고 일컬어지는 업체들의 형태도 점점 다양해져 가고 있다.

보드게임 회원을 기반으로 한 업체, 채팅회원을 기반으로 한 업체, 이메일 회원들을 기반으로 한 업체, 패키지게임 유통을 기반으로 한 업체, 검색엔진을 기반으로 한 업체, 제작사가 퍼블리셔로 변신한 업체 등등….

이제는 아예 국내에서 게임을 서비스하기 위해서는 퍼블리셔와의 결합이 필수적이라는 생각을 하는 제작사들도 많다. 그만큼 본격적인 시장진입에 대한 마케팅 부담을 퍼블리셔들이 해결해주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재 이런 기대를 충족할만한 진정한 의미의 퍼블리셔가 있는가? 이 물음에 대해서 의구심이 많이 든다.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더 솔직히 말하면 ‘아직까지는 없다’고 생각한다.

초기 일부 게임포털들이 성공적인 모양새를 갖춘데 탄력을 받으며, 퍼블리셔라고 자칭하며 나서는 곳들에 점점 많은 게임들이 동시에 서비스되면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제작사가 내어놓는 것이 적다면 기대도 적겠지만, 2년에서 3년을 피땀흘려 개발한 게임을 전적으로 맡기다시피 한 경우라면 얘기다 다르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조건 자체가 만족스럽지 못하다. 어떻게 보면 ‘울며 겨자먹기’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수익에 대한 배분은 물론이고 이제는 제작사의 사이트까지 퍼블리셔의 사이트로 통합되고 게임서버도 퍼블리셔로 단일화되어야 한다. 마케팅에 대한 독점적인 권한을 부여하기 때문에 여타 업체들과 제휴 마케팅조차 수월하지 않다.

게임이 늘어남에 따라 유저층이 충돌한다. 한 명의 담당자가 몇 개의 게임을 동시에 관리하다보니 집중도가 떨어진다. 게임이 성공하면 퍼블리셔 때문이고 실패하면 제작사의 게임에 원인을 둔다.

결국 만족할만한 상용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퍼블리셔의 싸늘한 시선을 느끼면서 찬밥신세가 된다. 퍼블리셔와 제작사간에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는 것은 서로에게 만족하지 못하는 부부가 결혼생활을 지속하는 것과 같다. 다음 생에 다시 결혼하겠냐고 묻는다면 비웃을 부부들이 많은 것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동상이몽을 하는 퍼블리셔와 제작사의 관계가 많아지고 있다.

퍼블리셔라고 일컬어지는 곳들이 아무리 회원 규모가 많다고 해도 보드게임이나 특정 서비스(이메일, 클럽, 채팅)를 기반으로 모인 회원들에게 천편일률적으로 획일화 된 방식(메뉴에 추가, 이메일발송, 배너노출 등)만으로 더 이상의 큰 마케팅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제 퍼블리셔들은 온라인게임에 적합한 새로운 마케팅의 방법을 연구하고 적용해야 한다.

자사의 회원이면 충분하다는 생각을 버리고 폭넓은 시각에서 접근 할 필요가 있다. 문어발식 확장이 아니라 신중하게 선택하고 집중해야 한다. 또 제작사와 원만한 커뮤니케이션이 방법을 강구하면서 경직되고 강압적인 계약요건을 완화 시켜야 한다.

자금과 해외수출에 대한 네트워크의 보유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수익에 쫓겨 준비되지 않은 게임을 시장으로 내몰지 말아야 한다. 퍼블리셔들는 더이상 ‘묻지마 제휴’를 강요할 것이 아니라 ‘우리는 다르다’, ‘우리의 강점은 무엇이다’라는 것을 제작사들에게 명확하게 얘기하고 인지시킬 수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운 좋게 퍼블리셔들이 제작사보다 월등한 위치에 섰을지 몰라도, 겸손과 변화 없이는 더 이상 운이 따르기 힘들다. 제휴할 수 있는 가능성 있는 제작사들을 조만간 찾기 어렵게 될 때가 올지도 모른다.

/ 박호준 인티즌 게임산업실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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