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중반룡의 게임애가] 인디 게임 제작과 투자 유치

  • 정리 = 김상현 aaa@khplus.kr
  • 입력 2022.06.13 09:35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많은 게임 제작사 창업자를 만나보면, 만들고 싶은 게임을 제작하기 위해 창업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기존 게임이 너무 상업적이고, 게이머에게 과도한 결제를 요구하고, 게이머의 결제를 유도하기 위해 페이투윈(Pay to win) 중심의 게임 개발을 한다고 말한다. 자신은 게이머를 위해 착한 과금으로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제작하고 있고, 게임을 통해 다음 게임을 제작할 수 있는 수준의 매출만 발생하면 된다고 이야기한다. 이는 비단 게임뿐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 분야에서 들을 수 있는 말이다. 만들고 싶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 창업한 영화감독이나 PD, 쓰고 싶은 글을 쓰고 싶어서 퇴사한 전직 광고 카피라이터 출신 웹소설 작가, 그리고 싶은 만화를 그리려고 프리랜서로 전향한 웹디자이너 출신 웹툰 작가 등 많은 창작자가 자신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독립을 한다. 많은 경우 이런 제작자 혹은 제작팀을 인디 제작사라고 부른다.

인디라는 말은 인디펜던스(Independence) 즉 독립이라는 말이다. 독립은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이다. 우리는 일을 하면서 많은 결과물을 만든다. 타인을 위해 만든 결과물을 보통 제품 혹은 상품이라고 부르고, 자신을 위해 만든 결과물을 작품이라고 부른다. 상품은 수익을 위해 만들고, 작품은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위해 만든다. 타인을 위한 결과물은 타인의 필요로 만들어지고, 그런 결과물을 만드는 사람을 우리는 노동자라 한다. 작품은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위해 만들고, 자신이 전달하는 메시지를 잘 표현하기 위해 일하는 사람을 우리는 예술가라고 말한다. 결론적으로 인디 제작사는 예술을 하기 위해 만든 회사라는 의미가 되고, 거기에서 일하는 사람은 예술가라는 의미가 된다.

최근 인디 제작사의 범위가 넓어지고, 많은 인디 제작사가 생겨나면서 투자 유치 검토에 대한 문의가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인디 제작사가 투자 유치를 하면 인디 제작사의 본질을 버려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 투자자가 하고 싶은 게임을 제작하는데 투자해주면 자신이 생각하는 좋은 게임을 잘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며 자신이 생각하는 좋은 게임을 열심히 설명한다. 하지만 투자자에게 투자 수익을 어떻게 줄지에 대한 고민은 거기에 없다. 투자의 본질은 자본이다. 자본은 자본 이익을 위해 움직인다.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을 추구하는 인디 제작사가 투자를 받는 것은 본질에 대한 부정이다.

수익을 위해 만들어진 제품이 상품이며, 투자는 상품을 만드는 기업에 자본을 공급하는 일이다. 투자를 받는 순간 지금까지 만들던 예술품은 상품이 되고, 예술품을 만들기 위한 작품 활동은 노동이 된다.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이 아니라 수익성이 좋은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 이제 인디 제작사도 이 둘을 구별해야 할 때이다. 시장은 학교가 아니다. 투자자는 예술가가 작품을 만드는데 투자하지 않는다. 예술품에 자본을 공급하는 것은 후원이고, 지원이다. 

저작권자 © 경향게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