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칼럼에서 필자가 사용한 인디게임이라는 정의에 대해서 동의하지 않으며, 그에 따른 투자에 관한 이야기가 수준 이하라는 비판을 받았다. 먼저, 필자의 글이 의도와 다르게 메시지가 전달된 점에 대해서 필자의 문장력이 부족해서 발생한 문제이니 양해 부탁드린다. 또한, 그 글에 마음 상한 많은 인디 게임 창작자에게 이 칼럼의 면을 빌어 사과드린다.

이 문제의 발단은 자본으로부터 독립이라는 인디 게임의 정의에서부터 시작됐다고 생각한다. 많은 단어가 시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고 어느 순간 보편성을 획득하면 단어의 정의는 바뀌게 된다. 인디게임이라는 단어는 새로운 정의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있다. 아직은 과거의 정의가 조금 더 보편적 정의로 사용되고 있다고 필자는 판단하지만, 새로운 정의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논의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인디게임에 대한 다양한 정의를 살펴보면, 크게 본래의 정의인 자본적 관점에서 보는 경우와 제작 규모에 따라 보는 관점, 새로운 시도에 대한 평가로 보는 관점 정도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자본에 따른 관점은 이전 칼럼에서처럼 전체 인디게임을 포괄하는데 이미 한계성이 있고, 제작 규모에 따른 관점도 규모가 큰 인디게임이 등장하고 있으며, 어지간한 상업용 중소제작사의 게임보다 규모가 큰 게임도 많다. 새로운 시도를 기준으로 나누는 방식도 인디게임이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명확한 정의로 보기는 어렵다.

인디라는 단어가 먼저 자리를 잡기 시작한 영역인 영화나 음악을 살펴보면, 게임에서 인디의 정의가 가는 흐름도 어느 정도 예상해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먼저 인디 영화는 내용과 표현에 대한 검열이 당연시되던 시절, 검열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상업 자본에서 벗어나 제작한 것이 중요한 의의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상업적인 성공을 고려하지 않은 새로운 시도, 어려운 주제 의식 등을 담으면서 예술 영화적 성격을 가지게 됐고, 기록적인 성격을 가진 다큐멘터리 등도 포함하면서 의미가 확대됐다. 그러나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인디 영화에 대한 정의는 메이저 배급사의 자본에서 벗어나, 창작자의 의도를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는 영화에서 크게 벗어나 못했다. 그리고 합의된 정의가 정립되지 않아 국내에서는 다양성 영화라는 새로운 상위 개념을 만들어 경계가 모호한 비상업영화, 비주류 장르영화, 작가주의 영화 등을 포괄하여 정의하고 있다. 

인디 음악을 살펴보면 아직 예전 정의인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을 고수하는 느낌이 강하다. 음악은 상대적으로 제작하는데 소요되는 제작 비용이 적고, 기술의 발전에 따라 점점 더 비용이 적어지고 있다. 대형 메이저 제작사를 통한 마케팅을 포기하면 자비로 앨범을 제작하거나 음원을 유통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고, 실제 자신의 자본만으로 앨범을 제작하거나 음원을 유통하는 창작자가 무척 많은 영역이기도 하다. 다양한 시도가 포함된 비주류 음악이나 자신만의 개성을 강조한 장르 음악을 지키기 위해 인디 음악을 고수하는 창작자도 상당수 존재한다. 대중이 원하는 음악보다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한다는 의미가 더 강하게 남아있는 영역이다. 

앞서 인디라는 섹터가 만들어진 다른 영역을 살펴보면 인디라는 용어에서 지켜지는 지향점에 창작자가 만들고 싶은 것을 지키기 위하여 다른 단점을 감수한다는 의미가 밑바탕에 있다. 다만 창작자가 만들고 싶은 것을 지키기 위하여 포기해야 하는 것이 자본일 수도 있고, 새로운 시도를 위해서 많은 시행착오와 그에 따른 시간일 수도 있고, 창작물의 규모일 수도 있고, 대중성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창작자의 노력은 때때로 주류 창작물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기도 하고, 새로운 기술이나 새로운 트랜드를 만들기도 한다. 모든 인디 창작물이 성공하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상업적인 시장에서 나올 수 없는 창작물이 인디 창작물에서는 나올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인디는 해당 분야의 문화적 다양성을 높이고, 발전 가능성을 키우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직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완벽한 인디게임의 정의는 없다. 분명 인디게임에 대한 정의는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이에 앞서 인디게임이 어떻게 정의되든, 인디 게임에 도전하는 많은 창작자는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며, 그들의 도전에 응원을 보내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