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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가?”

  • 경향게임스 khgames@kyunghyang.com
  • 입력 2005.01.10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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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업계에서 활동한지 어느덧 5년이란 시간을 보낸 나에게 있어 이번 컬럼 제의는 신선하면서도 당혹스러웠다. 그래도 이왕 거쳐야 하는 길이라면? 많은 게임업계 선배들이 이 코너에서 자신만의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해나간 것으로 알고 있고, 이 글을 작성중인 필자 또한 그동안 게임업계에서 활동하면서 평소 생각했던 바를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국내 게임 시장은 해를 거듭할수록 괄목할만한 성장 및 발전을 이루고 있다. 불과 10여년 전인 1990년대 초만 하더라도 해외에서 개발한 게임들을 수입하는 단순 퍼블리싱에 목 매달았던 업계 전체의 분위기는 작금에 이르러서는 온데간데 없고, 지금은 오히려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라는 당당한 브랜드를 달고 전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는 ‘온라인 게임 강국’으로서 그 위상을 떨쳐나가고 있다.

1990년대 후반 들어 정보통신 인프라가 전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발전에 발전을 거듭했고, 여기에 우수한 인적 자원이 어우러지면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게임 산업은 놀라운 성과를 이룩해냈다.

이제 게임은 ‘엔터테인먼트 분야’에만 한정되지 않고, 문화계 전체를 이끌어가는 차세대 동력 사업으로 크게 성장했음은 물론, 일부 어린이들이 즐기는 ‘뿅뿅 놀이’로 바라보는 곱지 않던 시선은 이제 옛 이야기일 뿐이다. 이렇듯 게임 분야가 많은 사회적 인식 전환을 가능하게 했고, 발전하는데 있어 온라인 게임이 ‘일익(一翼)’을 맡은 것이 사실이다.

허나 한편으로는 온라인 게임에 대한 역할 비중의 증가는 다른 분야의 침체를 초래하게 됐고, 이는 궁극적으로 게임 사업의 발전에 하나의 짐을 만들게 된 결과를 낳은 것도 사실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수많은 국내 게임 업체들의 대부분은 PC도, 비디오플랫폼도 아닌, 온라인 게임 한 분야로 국한된 게임들을 개발중에 있고, 이 결과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온라인 게임들이 게이머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대부분의 신작들은 이전부터 서비스가 진행된 온라인 게임들과 차별화를 갖고자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접목돼 있으며, 게이머들에게 ‘어떻게 하면 사랑 받을 것인가’를 놓고 철저하게 분석돼 선보여지고 있다. 그렇지만 이런 요소들이 ‘게이머가 진정으로 원하는 부분인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잘 만든 게임이란 과연 무엇일까?’ 우리는 흔히 경쟁사의 게임, 또는 해외에서 개발한 게임이 최초로 공개됐을 시 ‘그래픽’을 기준으로 게임성을 짚어본다. 그래픽은 사람으로 따지자면 ‘얼굴’과도 같은 부분이다. 보통 사람을 대면할 때 첫 인상으로 그 사람의 됨됨이를 가늠하듯이, 그래픽 또한 처음 게임을 판단하는데 있어 좋은 잣대가 된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외모도 물론 중요시되지만, 신체 구조를 전반적으로 보고, 그 사람의 성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그 사람의 됨됨이를 이야기하듯이 게임 역시 캐릭터뿐만 아니라 배경과 지형 등을 고려한 이후 게임의 줄거리 등을 전체적으로 고려한 후에 판단해야 한다.

왜, 우리는 그동안 그래픽에 연연해 왔던 것일까. 개발자는 물론 게이머들의 성향 조사를 보면 그래픽의 우수성을 온라인 게임의 선택 기준으로 고르기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정작 가장 많은 지적을 받고 있는 국내 온라인 게임의 문제점인 시나리오 및 전체 게임의 창조성 부족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게임성으로, 아니 톡톡 튀는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우수한 게임을 개발해야 한다. 백날 그래픽이 뛰어나다고 외치는 게임보다는 전체적으로 게임성이 뛰어난 게임으로 이제 눈을 돌려야 할 때이다.

온라인 게임은 개발자도, 그렇다고 개발사의 것도 아니다. 필자가 여러 게임 개발 종사자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게임을 개발하는데 있어 개발자 특유의 ‘고집’이 있어야 한단다. 이는 필자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개발자들의 자부심과 열정이 없었다면 지금 한국 게임 산업의 위치는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허나 간과해서는 안될 것은 게이머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해야 한다는 점이다. 게임 개발자만의 생각으로 끝나는 게임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철저하게 게이머를 위한 게임으로 거듭날 때, 비로소 해당 온라인 게임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높게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조이온 마케팅팀 이재호 과장

* 다음주에는 웹젠 운영팀 김영환 팀장의 칼럼이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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