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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과 커뮤니티의 관계”

  • 경향게임스 khgames@kyunghyang.com
  • 입력 2005.02.21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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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한국사회를 급격히 변화시키고 나아가 국제사회에서 한국이라는 존재를 각인시킨 것 중 제일(第一)은 인터넷(internet)으로 총칭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인터넷기반의 비즈니스에는 필자가 몸담고 있는 게임 개발/서비스 비즈니스도 포함된다. 그런데 개별 비즈니스 영역을 막론하고 인터넷 비즈니스에 있어 핵심은 커뮤니티성이라고 우리는 이미 경험하고 있다.

로열티 있는 커뮤니티를 어떻게 잘 형성하느냐가 개별 비즈니스 수익모델의 전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인터넷 관련 기업들은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으며 커뮤니티의 덩치와 질 제고에 사력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커뮤니티는 인터넷과 같은 온라인은 물론이고 오프라인에서도 개인의 소속감 증대와 사교 욕구 충족을 위해 끊임없이 형성되어 왔다.

혈연(가족/친족), 지연(고향), 학연(학교) 또는 교회와 같은 1차적인 커뮤니티 이외에 학교 동아리, 학회나 협회, 취미 활동을 위한 모임 등 다양한 커뮤니티에 우리들은 알게 모르게 소속되어 있다. 이렇듯 우리들은 매우 오랜 시간 동안 전통적인 오프라인 커뮤니티에 노출되어 왔기 때문에 요즘 시대에 새롭게 떠오른 ‘커뮤니티’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자동적으로 ‘온라인’이 함께 연상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여하튼 이러한 커뮤니티는 그 중요성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어 왔으나, 커뮤니티의 확대경로에 대해서는 뚜렷한 정설이 없다. 그러던 중 필자는 최근 예상치 않은 곳에서 새로운 커뮤니티의 확대경로를 경험하였는데, 커뮤니티라는 것이 우리 삶에서 가지는 의미와 그것의 힘이 어떤 것인지를 다시한번 느끼게 되었다. 내용은 이러하다.

나는 하나님의 은총으로 늦게 둔 소중한 딸 아이가 한 명 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벌써 초등학교 2학년이다. 초등학교 입학식 때 느꼈던 학부모가 되었다는 막연한 설레임은 이제 많이 약해 졌지만, 그래도 인생에 있어 뭔가 성취한 것이 있다면 건강하고 밝게 자라는 딸아이라고 스스로 생각하곤 한다. 이런 우리 딸은 학교에서나 학원에서 언제나 “우리 아빠는 게임 만드는 회사에 다녀” 라고 하며 자랑을 하곤 한다. 주위 친구들의 부러워하는 눈치를 알아차린 딸애는 더욱더 신이 나서 자랑을 한다.

사실 우리 딸애는 게임을 많이 하거나 굉장히 좋아하는 부류는 아니다. 그래도 게임을 잘 알고 있는 냥 아는 체는 굉장히 많이 한다. 요즘은 필자 회사에서 출시한 게임인 ‘마그나카르타’라는 제목의 역사적 뜻과 게임과의 연관성(왜 마그나카르타라고 명명했는지)에 대해 반복적으로 질문해 이젠 귀찮기 까지 하다. 그리고 게임을 좀 한다 하는 친구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한다. 게임을 좋아하는 친구들과 모여서 피자 먹고 장난감 놀이 하면서 수다를 늘어 놓는 것이다. 물론 게임도 가끔씩은 하는 것 같다.

딸애를 포함한 같은 학급아이들이 게임이라는 공통 관심사를 통해 한 단계 심화된 또래집단을 형성한 것이다. 이른바 새로운 2차 커뮤니티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애들끼리 친하게 지내면 당연히 엄마들 사이도 가까워질 수 밖에 없다. 애들이 게임에 대해 이야기 하니 엄마들도 게임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그리고 엄마들 간의 대화 주제도 어린이용 게임에서 성인용 고스톱류로 확대되다가, 나중에는 시부모나 남편 험담을 편하게 할 정도로 스스럼 없는 사이가 되더니, 급기야는 이집 저집 왔다 갔다 하며 식사도 하게 되고, 남편들도 쭈삣쭈삣 끼기 시작하더니, 지난 구정연휴에는 단체로 제주도 관광을 다녀오는 관계로까지 발전하게 되었다.

전혀 혈연, 학연, 지연과 상관없는 새로운 커뮤니티가 형성되게 되었다. 딸애 또래 친구들의 게임에 관한 수다에서 시작된 작은 출발이 점차 확대되고 견고해져서 말 그대로 하나의 ‘커뮤니티’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러한 커뮤니티의 역동적인 확대경로를 온라인 게임 속에 녹여낸다면 어떨까 고민해 보았다. 커뮤니티는 그 시발점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얼마만큼 견고하고 알차게 성장시키는지가 더욱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우리 딸애와 친구들이 게임에 관해 수다 떠는 즐거움이 컨텐츠라면, 애들 엄마들끼리 서로 가까워지고, 식사에 초대하고, 여행까지 같이 함께 다녀오기까지의 과정이 바로 ‘운용의 미’요, 커뮤니티 관리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 국내에 상륙한 외산 게임 와우(WOW)는 국내 온라인 게임에서는 볼 수 없었던 수준 높은 컨텐츠와 게임성으로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리니지류의 게임 일색이있던 국내 온라인 게임계에 신선한 자극이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만약에 그러한 와우(WOW)가 그토록 강력한 컨텐츠에 커뮤니티 운용능력까지 제대로 발휘했다면 현재 어떤 결과를 가져 왔을까.

강력한 게임 컨텐츠와 커뮤니티 운용 능력을 동시에 갖추는 일. 그것을 해내지 못한다면 우리를 더 이상 온라인 게임 강국이라고 불러주지 않을지도 모를 일이다. 딸아이의 또래 친구들의 부모들은 커뮤니티를 감싸줄 따뜻한 마음이 준비되어 있지만, 온라인 게임 유저들은 컨텐츠만 있는 혹은 컨텐츠는 없고 서비스만 있는 온라인 게임에는 가차 없이 차갑게 등을 돌려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소프트맥스 윤성현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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